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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Sep 30. 2015

걸음마를 뗀 자식





 뒤뚱— 뒤뚱— 장난감 로보트처럼 걷다가 건전지라도 떨어졌나 길 한복판인데 걸음이 멈춰 버렸다. 로보트는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되는 말은 딱 하나 ‘엄마’ 밖에 없어서 “엄마” 하면서 서럽게도 울었다. 몇 걸음 앞서 가있던 엄마는 결국 내게로 와서 웃으면서 다시 내 손을 잡았다. 나는 화를 내고 싶은데 엄마가 또 앞서 갈까 겁나기도 해 잡은 그 손을 꼬집듯 한번 움켜쥐고 말았다. 어릴 적 나는 그렇게 걸음마를 뗐다.

 “손이 왜 이렇게 까칠해졌노”

 먼저 엄마의 목소리구나 하고 알았다. 그리고 지금 내 오른손을 계속 쓸어내리는 손 역시 엄마 손이구나 알면서 나는 잠이 확 달아났다. 그치만 입 꾹 다물고 자는 척 가만히 있었다. 혹시 내 숨소리라도 달라졌는지 엄마는 그것조차 아는지, 내 머리맡에 웅크린 몸을 그만 일으키려 함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내 손을 마지막으로 꼼꼼히 쓸어 만져 준다. 한 번— 두 번—.

 나는 방문을 닫고 나간 엄마의 손을 금방에 달려가 만져 드리고 싶지만, 걸음마를 뗀 자식이라고, 쑥스러워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괜히 내 손을 내가 한번 만져본다. 이리저리 문질러 보아도 하나도 안 거친 손이 부끄럽다. 엄마가 내 머리맡에 앉았을 때 나는 더 가만히 자고 있을 걸 그랬다. 몇 개월 만에 집에 들른 아들의, 올 때마다 늦잠을 늘어지게 자는, 그 손이라도 엄마가 마음껏 만질 수 있게 나는 더 가만히 자고 있을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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