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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Sep 30. 2015

무제5

 




 우산을 보다가 못 본 척 현관을 빠져나왔다. 이번에는 하늘이 봐 달라 하면서 내내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다. 더 봐주다간 덜컥 눈물을 쏟을 것 같아 나는 고개를 내렸다. 그 상태로 집 근처 식당까지 걸어갔다. 또 출입문 바로 옆에 앉아서 밥을 시켰다. 돌아서는 직원분이 걸음을 틀어, 문을 열어젖혔다. 몸을 반쯤 빼 손바닥을 펴 보셨고, 젖은 손바닥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우는 아이 달래듯 밖을 보면서 밥을 먹고 있다. 현관에서 우산은 나를 봤고, 내가 외면했으니 할 말 없다. 우는 하늘한텐 미안하지만 참 아름답다는 생각도 든다. 유리 밖 비가 참 아름답다. 그에 비해 밥을 삼키는 나는 참 못났다.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행복한 줄 안다. 스물여섯이고, 시답잖은 책도 냈고, 히비에서 일하고, 밥도 혼자 이렇게 잘 사 먹고. 내 자리 앞엔 출입문, 그 앞엔 우산꽂이가 가득 차 있다. 식당 안 나만 빼놓고 다 우산을 준비해 온 것이다. 나만 우산이 없다.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행복한 줄 안다. 좀 이따 맞으면 비겠지만, 안에선 이렇게 아름답게 내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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