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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Dec 19. 2015






 집에서 예능 한 편 보면서 누워 있다가, 추위를 뚫고, 또 홍대로 왔다. 알바도 없는 토요일인데. 내가 뚫릴 것 같다. 

 

 “빵”

 

 도착한 클럽이름이 ‘빵’이다. 오늘 공연 규모를 알려주는 큰 현수막엔 형의 이름이 적혀있다. 


 “남재섭”

 

 노래는 형이 매일 흥얼거려서 듣는데, 현수막에 적힌 형의 이름이 가수이름 같다. 가수이름 같은 게 아니라 가수이름이지. 어제도 같이 카페에서 일한 형이, 그래도 오늘은 좀 남 같다. 

 

 “어느 분 초대로 오셨어요?”

 “남재섭요.”

 

 사양하려다 팜플렛 한 장을 들고 지하 클럽으로 내려갔다. 계단 밟는 내 소리는 점점 사라지고 기타와 드럼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짧은 계단이 이렇게 많은 소리를 뱉어내고 잡아먹는다. 무척 긴장한 나는 좀 전까지 주말에도 홍대라고 지겨워했다.    


 살금살금 내려와 완전히 들어선 공연장은 생각보다 작았다. 무대가 절반이라 느껴질 정도로. 입구가 무대 옆이라 총알을 피하듯 쫓아오는 소리들을 피해 나는 맨 뒤까지 갔다. 입장이 조금 늦었어도 큰 잘못은 아니었다. 무대 위는 그저 자기 음악 하는 밴드였고, 서서 듣는 사람들도 자기가 듣고 싶은 포즈로 들었다. 나도 그래보았다. 

 

 빨리 형의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아 그리고 형이 저 밴드의 멤버는 절대 아니다. 여섯시 반부터라 했으니까 이 다음 순서일 거다.         

 

 여섯시 반이다. 밴드가 내려가고, 그런데 또 다른 밴드가 무대에 올라와서는 또 어떤 거대한 음악을 들려주려고 주렁주렁 전선들을 정리한다. 여기엔 아직까지 들어오는 사람도 많고 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홍대 클럽은 원래 이런가 싶다. 대수롭지 않은 척, 받아 온 팜플렛을 슥 뒤집어보았다. 그리고 팜플렛을 주머니에 구겨넣었다는 것도 집에 도착해서 알 만큼 빠르게 뛰어나갔다. 

 

 입구를 지나 계단을 지나 아까 그분께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가 어디에요?”

 “저 부동산에서 오른쪽으로 가시면 바로…….”


 냅다 뛰었다. 나는 그제야 공연장에 비해 공연 현수막이 크다 싶었고, 여섯시 반 정각에 시작한다는 형의 문자가 기억나고, 형한테 죽었다, 사람들이 왜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지도 뛰면서 이해했다. 오늘 공연은 그 제목이 ‘빵 컴필레이션 앨범 발매 공연’이지만, 클럽 빵을 포함 총 6개의 공연장에서 듣고 싶은 공연을 골라가면서 듣는 형태였다. 이를테면 놀이동산 자유이용권 같은 개념이었다. 놀이동산 아르바이트까지 했던 내가 그것도 눈치 못 채고, 이번엔 2층인 공연장을 향해 뛰어 올라갔다. 다행히도 입구가 무대 먼 맞은편이었다. 속도를 못 이겨 문을 세게 열었다.

 

 “저 친굽니다.”

 

 무대 위에 통기타와 앉은 형이었고, 형이 형과 가장 멀리 있는 나를 가리켰다. 내 앞에 앉거나 서있는 관객들 반 이상 아니 거의 다 나를 뒤돌아 봤다. 

 

 “드디어 왔네요.”

 

 사람들은 실소를 터뜨렸고, 더 이상의 설명 없이 형은 노래를 시작했다. 형의 노래 중에 나도 아는 노래. 그리고 이 상황도 좀 알 것 같았다. 형은 노래와 노래 사이 쉬어가는 동안 관객들과 내 흉을 본 것이다. 이를테면 이 자식이 같이 일하면서 온다길래 초대까지 해두었는데 선곡리스트까지 요구해놓고선 아직 안 오고 있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형 노래는 좋았다. 통기타 하나로만. 노래와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눈과 눈 오는 날 같았다. 짧지만 긴장했던 몸이 풀어지면서 밖에 혹시 눈이 오나 창밖을 몇 번 살폈다. 마지막 노래가 끝날 때나 돼서, 어쩌면 끝나고 나서, 나는 형한테 뭐라고 변명해야 하지 고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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