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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Jan 10. 2016

무제6





 코트 맨 아래 단추가 풀려 있다. 똑딱 하고 잠근 뒤 재빨리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나는 다시 걸어갔다. 한 손만 꺼내 이어폰 볼륨을 키웠다.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2절 도입부 여기에서 나는 늘 아랫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재섭이 형은 여기가 좋다고 했는데. 사람마다 좋아하는 구절이 조금씩 다 다르다. 내 글도 그렇겠지. 그랬으면. 


 코트 맨 아래 단추가 풀려 있다. 똑딱 하고 잠근 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다가, 살짝 다른 느낌을 받았던 건지, 두 손을 다시 꺼냈다. 마지막 단추를 일부러 한 차례 열었다가 잠갔다. 그리고 알았다. 손을 주머니에 넣기만 하면 코트가 양 옆으로 벌어져서, 게다가 가운데선 무릎이 왔다 갔다 하니, 낡은 코트는 하염없이 마지막 단추를 포기했던 것이다. 깨달음은 곧 탄식으로 바뀌었다. 이해가 되지만 겨울은 반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내가 욕심내서 안에 옷을 너무 껴입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그래도 나름 괜찮은 코트인데. 서울 칼바람이 기어코 이겨먹으려 들자 오늘만 잠깐 단추를 내어준 걸지도 모른다. 나는 몰라. 걸으면서 이어폰을 한 칸 더 키웠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형도, 나도 좋아하는 가사가 흘러나왔다.










                                    


재섭이 형은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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