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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Jan 23. 2016

경주2

더 모른 척 살아가는 이유

 




 “경주 사람들이 더 모르지?”

 

 내가 경주에서 올라왔다고 하니까 질문을 저렇게 한다. 나는 ‘이 새끼가’  하려다가 

 

 “응. 대부분 잘 모르지.”

 

 하고 넘어갔다. 쭉 서울에서만 살았다는 얘한테 이렇게 물어볼 수도 없는 것이다.  


 “너 한여름 밤에 능과 능 사이를 걸어봤니?”


 나는 그땐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도시였으면 부끄럽다고 안 탔을 낡은 자전거를 타고 괜히 한 바퀴 돌아 집으로 가는 것이다. 오늘은 이렇게 한번 돌아봐야지. 어떻게 돌아가나 능과 능 사이를 지나면 또 능과 능 사이. 타다가 멈춰서, 바로 옆을 올려다보기도 한다. 밤인데 불구하고 산 올려다보는 것 같이 시원하다. 그리고 꼭대기엔 별들이 참 많다. 나는 내친김에 첨성대로 가봐야겠다 신나게 페달을 밟는다. 첨엔 먼 곡선을 그려놨다고 미안해하는 능과, 나중엔 천천히 돌아갈 수 있어 고마워하는 사람. 경주엔 이 둘이 함께 살아간다.

 

 한참 덜 왔는데 벌써 첨성대가 보인다. 경주에 높은 건물이 없는 이유를 도시에 살아보면서 알았으니까 나는 진짜 머리가 나쁘다. 저 멀리로 큼지막한 능들이 아까보다 더 크고 더 많다. 첨성대를 지키는 호위무사 행렬인가 싶다. 가까이서 지날 땐 능 사이사이가 자전거 운전이 어지러울 정도였는데, 저 멀리의 능들은 열이 나란하기도 하네.


 ‘네가 동양 최초의 천문대라며?’

 

 첨성대에 도착하자마자 한 마디하고 돌아 나왔다. 나도 결국엔 경주사람인지라 한 가지를 넋 놓고 쳐다보진 않는다. 대신에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왕과 왕비의 무덤이라지만 대부분 도굴된 상태여서 사실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첨성대도 실제론 천문 관측기구가 아니었을 거란 추측들. 내가 역사학과를 나와서가 아니라, 경주에선 다 안다. 하지만 더 모른 척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 여름이 찾아오면 경주를 한번 가봤으면 한다. 밤에 당신이 무엇이든 보게 된다면, 그게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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