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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Mar 13. 2016

친구(親舊)

 




 손인사만 툭 하고 헤어졌어도 돌아서는 발걸음이 아쉬움을 못 참는다. 돌아보진 않고 걸어와서 현관 비밀번호를 누를 때, 아까 그런 저질 농담에 쓰러졌던 내가 낯부끄럽다. 현관 전등이 켜지고 방 비밀번호를 누르면서, 사실은 아직도 좀 웃기다. 어두운 방에 불을 켜니 아침에 급해서 버리듯이 나간 그대로의 방 안. 다들 자기 방으로 돌아갔겠지. 1층인 내 방 창문에 저번처럼 나를 놀래키려 서있나, 혹시나 하고 창문을 쳐다보고 서있는 나이다.   


 우린 하루가 끝날 때마다 모였다. 부산이여도 대학교는 다 달랐는데, 얘가 쟤를 쟤가 얘를 데리고 와서 다 친해지고 말았다. 모이는 장소는 티파니. 방마다 커튼이 쳐져 있어 맘껏 떠들어도 되는 유행 지난 룸 카페다. 예닐곱 명 중 그런데 단 한명도 부산사람이 아니라서, OO빌, OO하우스……요 근처 원룸 몇 개에서 각자 몇 년째 자취 중에 있었다. 멀쩡한 자기 방 놔두고 밤마다 좁은 룸 카페로 가는 이유가 같았다.  

 결국 티파니 갈 거면서 자주 싸웠다. 예를 들어 한 명이 자기 방만 멀다고 “안 가” “그럼 오지 마라” 우선 몇 명만 모였다. 그러나 이내 “오고 있나” “제발 와줘” 다 모이려면 한 시간 반 아니 두 시간이 걸렸다. 카페 종업원이 또 커튼을 열고 주문을 받아 준다. 사실 커튼이 닫혀도 소리는 밖에 다 들린다. “어제 드라마 봤나” “새로 일하는데 직속 상사가 정신이상자다” “니가 늦게 왔으니까 니가 쏴라” 주문 할 때 조금 부끄러운 것 빼면 카톡 방과 똑같은 방이었다.


 “나는 서울 갈 거다.”


 그땐 무언가에라도 올라타야 될 것 같아서 체-하듯 너희한테 말하고는 이렇게 와 있다.  일하면서 글 쓰고 하는 1년 반 동안, 임신 중이던 애는 아들을 낳았고, 한 애는 번지점프가 좋다며 호주로 떠났고, 또 한 애는 결혼을 했다. 그런데 나는 올라타고 보니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더라. 오늘도 일마치고 에스컬레이터 탄 듯 좁고 똑바른 길을 따라 집에 도착했다. 아침에 해 놓고 나간 방 안을 보며 서 있는데 옆 빌라로 막힌 창문 바깥이 피식 웃음이 난다. 나와 같이 타주던 너희가 요즘 너무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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