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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Apr 12. 2016

장염

 




 와중에 달달한 크림빵이 너무 먹고 싶었다. 

 

 “크림빵 하나 정도는 괜찮죠?” 

   

 형의 답장이 와야 된다.  

 

 “천천히 답장 주셔도 돼요.” 

 

 빨리 대답해 달란 말이었다. 다행히 핸드폰 화면이 잠금 상태로 바뀌기 전에 

 

 “노노 절대 안 됨”  

 

 이란 답장이 왔다.  

 

 ‘이런.’ 

 

 형의 카톡이 계속 왔다. 될 수 있으면 보리차를 끓여 마시고, 그게 안 되면 이온음료수를 사 마시고,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다 안 읽어도 크림빵은 절대 안 되는 거였다. 입을 다시며 입안 아니 기억 속 단 맛을 찾아보다가, 아니다 지금은 그럴 힘마저 없다. 형에게 감사하다는 카톡만 보내고 가만히 있자. 


 “형 감사해요.” 

 
 얼마 전 나와 똑같이 아팠던 성시형은, 마지막까지 십분 이해한다는 말투로 “죽 꼭 사 먹고.”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아파서 지금은 잘 안 와 닿지만 다 나으면, 엄청 와 닿았었다 꼭 표시해 드려야지. 핸드폰 화면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잠금 화면이 됐다. 방엔 불이 하나도 없었고, 나는 이불 속에 있었다. 빈 방, 같은 이불끼린지 알만큼 가만히.  

 

 “카톡!” 

 

 머리 근처였지만, 핸드폰 잠금 풀 힘이 없다. 이불을 내리고 풀어 봤다. 임성시님의 기프티콘 선물 ‘고소한 참치야채 죽’이었다.  



 

 나는 별로 안 먼 본죽 근처 횡단보도에 서 있다. 미세먼지가 초저녁의 어스름을 덮은 서울의 교차로지만, 마치 안개로 덮인 섬 같았다. 그 가운데 서있는 나는 아플 뿐 섬처럼 외롭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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