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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May 15. 2016

고백2

사진은 저번에 찍어둔 반찬





 “…태 …태 명……태” 


 알람이 아니란 걸 알고는 다시 잠들었다.   

 

 “명태 명태 명태 명태”


 그래 명태 알겠으니 다시 잠들었다.   

 

 “명태! 명태! 명태! 명태!” 

 

 분명 코너를 돌아 들어왔다. 차 겨우 한 대 지나갈 수 있는 골목으로 수백 마리 명태가 들어왔다. 

 

 “가자미! 가자미! 가자미! 가자미!” 

 

 가자미들도 같이 왔다. 저 골목 끝에서부터 느릿느릿 이동한다. 제 골목인 마냥.   


 “명태! 명태! 가자미! 가자미! 가자미!” 

 

 골목 중간까지 들어와서 내 방 창문을 바투 지나쳐간다. 창문이 잘 닫혔나 걱정하는 나는 이불에 바짝 엎드려 숨었다. 내 이웃들도 녀석들을 안 붙잡는다. 대문 열리는 소리 한번 못 듣고 그렇게 녀석들은 골목을 빠져나갔다. 명태 가자미 가자미 명태. 나는 더 바짝 이불에 몸을 붙였다.   

 지금이 도대체 몇 시지. 분명 오전 아홉시에 알람을 맞춰 놨는데. 팔을 꺼내 능숙한 방법으로 안경을 찾아서 썼다. 생선 장수는 부지런도 하시다. 아홉시가 조금 덜 됐다. 그리고 이제 좀 있으면 문자나 전화가 온다. 백수인 내가 아홉시 알람을 맞춰 논 이유.  


 “아들” 


 로 시작해 미사여구로 끝나는 문자. 전화라 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들과 미사여구 사이엔 오늘 엄마의 택배가 도착할 거라는, 이미 몇 번 들어서 알고 있는, 여백 같다고나 할까. 나는 칼같이 답장을 보내서 지금도 평소처럼 출근 중이라는 걸 시사했다. 이제 됐다. 나는 다시 안경도 핸드폰도 몸도 내려놨다.  

 

 택배가 왔고, 각종 반찬들, 얼린 국들, 아이스 팩. 그중에 가자미조림이 있었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고 반찬이다. 내가 내려갔다 온 지 사흘 만에 집 밥을 또 해먹이고 싶었나 보다. 실은 경주에 더 있어도 됐는데. 더 있고 싶었다. 나 일 그만 뒀어 라고는 차마 말 못하고, 더 묵을 수 있는 핑계거리가 모자라, 나는 올라오고 말았다. 오늘 아침 생선 장수의 “명태, 가자미”는 그런 나를 빗대어하는 말 같았는데, 엄마의 이번 가자미조림이 뭘 뜻하는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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