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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Jun 21. 2016

나는 일곱, 외삼촌은 1

 




 아빠 엄만 주차를 하고 뒷자리에 탔던 둘이 먼저 내린다. 내릴 때는 사이좋게 내린다. 그러나, 한 명이 후닥닥하면 그때부터 바로 대결인 거다. 누가 시작했는지 몰라도 문턱 높은 고철 대문에 우당탕 소리가 났으니 지금은 대결이다. 그런 와중에      

 

 “외삼촌—”


하는 건 누나였다. 마당 반도 안 왔다. ‘할까? 나도’ 하다가 ‘그러면 내가 더 빨리 도착하자’ 해서 현관문까지 더 빨리 뛰었다. 그러자, 안 되겠다 싶어진 누나는 그때부터 슬그머니 뛰기를 멈춘다. “나는 대결하자 한적 없는데?” 말하거나 속삭였다. 나를 약 올리듯이. 나는 거의 다 와서 헛수고임을 눈치챘다. 저런 것도 누나라고. 

 그런데 먼저 도착했으면 들어가지 왜 현관문 앞을 흐느적흐느적 그러고 섰나. 누나가 흐뭇한 얼굴로 다가온다. 외삼촌 집도 혼자 못 들어가는, 멋쩍은 것도 많은 나를 잘 알기 때문이다. 약은 바짝 올라놓고 문 손잡이는 누나한테 양보한다. ‘잠겼다’ 나한테 말도 안 해주고 누나는 바로   


 “엄마 외삼촌 없다. 외숙모도—”

 

 나는 손잡이를 한번 쳐다본다. 그런 다음 누나 따라서 밖으로 후다닥  


 “오늘 저녁이나 아니면 다음번에 오자. 다 탔나?”


 조수석에서 뒤로 쳐다보는 엄마. 누나는 안 보고 나만 확인한다. 나는 일부러 밖을 픽 내다봤다. 다시 차를 타고 동네를 빠져나가는데, 별로 안 가다가 아빠가 멈춘다. 이것도 궁금하고 저것도 궁금한 누나는 앞 좌석 사이로 몸 전체를 쑥— 내민다. 그건 따라 하기 싫어 가만히 있었다. 


 “준아, 저어기 들어가서 외삼촌 내 왔어요 해봐라.”


 엄만 갑자기. 아빠는 살짝 들떠서     


 “틀림업시 가면 먹고 싶은 거 골라봐라 할 끼다. 내 말이 틀림없지.” 


 누나가 몸을 빼자, 멈춰 선 차 앞이 보인다. 골목 초입에 세운 나무. 그 그늘에 폭 안긴 점빵이였다. 허술하게 생긴 문 안에 외삼촌이 소주 한 병과 동무 한 분과 그렇게 앉아 있었다. 혼자도 가보았던 점빵. 외삼촌이 쥐여준 천원짜리로 뭘 고를지 몰라 쩔쩔매었던. 내가 그런 바보지만, 지금 이건 안다. 엄마는 나를 시키고 싶어 함을. 누나가 해도 되지만 나도 잘 했으면 하는 심정이란 걸. 옆에 누난 계속 자기가 가면 안 돼 하는 표정이다.


 “누나 말고 니가 한번 해 봐라. 준아. 어서어.” 


 나중에 알게 됐지만 엄마는 막둥이였다. 외삼촌은 맏이이다. 외삼촌 나이가 많긴 많구나 느낀 적 있지만, 누나와 나는 반말을 쓴다. 말라 하는 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저절로. 외삼촌과 그 정도로 친한 나나 누나가, 저기 점빵 안이 두렵겠는가. 두렵겠는가 말이다. 


 “됐다 마 애경이가 갔다 온나.”


 눈치챈 아빠는 그러자마자 “머스마가 와 글노” 시작해서 “너거 누나야 뽄 좀 봐라” 누나가 나가니까 더 심하다. 엄마가 안타까워한다. 점빵에서 나처럼 꾸물대지도 않고 누나가 딱 맞게 나온다. 차에 타면서 손에 검은 봉지엔 과자 초콜렛. 그 모습에 흡족해서 아빤 차를 붕 출발시킨다. 일곱 살, 여덟 살, 고 때. 나는 창문으로 고개를 돌린 채로 누나한테 한 개, 두 개 얻어먹는데, 그 맛이 또 달다.(2에계속)












점빵: 점방(店房)의 사투리

뽄: 본보기를 뜻하는 ‘본(本)’의 경상북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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