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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Jun 22. 2016

나는 일곱, 외삼촌은 2

 




 여닫이문이 아귀가 잘 맞질 않아 삐뚤 하여도 좀 시원찮으면 어때 하고 열어 놨고, 바깥에 의자들도 너도 나도 삐뚤 빼뚤. 다 같이 앉았을 때 마주 보긴 좋겠다. 동네 점빵이니까— 나는 문지방도 곱게 밟아야 할 것 같았다. 안에는 아주머니, 아저씨께서 의자 두 개에 나란히 앉아 문 밖을, 이제는 나를 보고 계신다.  


 “안녕하세요.” 


했지만 돌아오지 않는 인사. 두 분 중 아주머니만 말없이 일어나주신다. 동네 점빵이니까. 이 동네 사는 사람 아니면 낯선 사람인 게 당연하지.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내가 생각컨대 주저 없이 냉장고로 갔다. 그런데 냉장고에 전구들이 꺼져있다. 나는 문 열자마자 눈에 띄는 거 하나를 빼서 만져보고는 다행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들고 갔다.         


 “천팔백원.” 


 아주머니하고 마주하고 선다. 의자에 앉은 아저씨는 ‘웬 낯선 놈인가?’로 일관된 표정이시다. 그 표정을 훔쳐보는 게 잘 안 될 정도로 사실 점빵 안은 너무 어두웠다. 어릴 때도 어둡긴 어두웠다. 나무 그늘에 폭 안겨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낮엔 이렇게 불을 안 켜두는 거였다.   


 “혹시… 사장님 안 바뀌셨죠?” 

 

 계산을 하고 그때 나는 용기를 잘 냈다.      


 “와요?”  

 

 역시 아저씨께서 더 관심을 보인다.        

 

 “아……그게… 제가 요만할 때 이 동네에 살았었거든요.” 

 

 “집이 어딘데?” 


 이백원 거슬러주며 아주머니께서 말을 놓으셨다.           


 “그게 저희 집은 아니고요 외삼촌 집이 저어기—” 


 “이름이 뭔데?” 

 

 “외삼촌 이름요? 김정…웅이요.”   

 

 나는 똑바로 말하긴 했지만,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찔렸다. 외삼촌 얼굴이 제대로 안 떠오르는 거였다.


                                                        




 “애경이 학주이는 눈물 안 나나?”  


 외숙모는 거실 한가운데 주저앉아 우리를 겨우 쳐다본다.       


 “학주이는 외삼촌하고 이제 화투도 같이 못 치는데 우짜노……” 

 

 그러면서 또 눈물을 흘리신다. 나는 입 꾹 다물고 서 있다가 거실에서 방으로 들어갔다. 방학이면 와서 살기도 하는 외삼촌 집이다. 그런 외삼촌 집에서 외삼촌 초상을 치른다. 마당에 대문이 활짝 열려 있고, 스님이 목탁을 연신 두드리고, 누군가 들어올 때마다 외숙모는 우셨다. 냉정하기로 유명한 아빠마저 같이 대성통곡을 했다. 나는 아직 이게 뭔지,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 외삼촌하고 같이 치던 화투가 거실 벽장 안에 들어 있는데— 


                                                         




 “아 그럼 니가 복줄이 아들이가?” 

 

 “네!”

 

 “맞나 첨부터 복줄이 아들이라 하면 되지. 마이 컸네.” 

 

 아주머니 아저씨 두 분 다 우리 엄마를 잘 아셨다. 막둥이 우리 엄마는 고등학생 때부터 외삼촌 네와 함께 살았었으니까.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던 주인아저씬 다름 아닌 우리 외삼촌과 친구라 하셨다. 외삼촌이 소주 한 병과 동무 한 분과 점빵 안에 앉았을 때, 그 동무 한 분이 바로 아저씨는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니 다시 자세하게 외삼촌 얼굴이 생각난다.  


 “첨부터 복줄이 아들이라 하지.”

 

 살갑게 맞아줄걸 싶으셨나 보다. 아주머니는 내가 나가고도 한참 뒤에 문지방 위를 사라지셨다. 멀리서도 정빵 문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귀가 잘 맞질 않아 삐뚤 하여도 좀 시원찮으면 어때 하고 열어 놓았다. 일곱 살이 스물일곱이 되자 아귀가 하나 둘 맞질 않아 나는 닫아 놓았던 문. 허술하게 생긴 그 문 안엔 외삼촌이 항상 소주 한 병과 동무 한 분 아니 점빵 주인아저씨와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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