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갤러리&커피’에서
바깥과 마주 보고 앉으신 사장님께서 “비 오는데요.” 하신다. 나도 오른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바깥 도로만 봐선 잘 모르겠는데 하는 사이 오릉 숲에서 새 한 마리 퍼뜩 난다. 또 퍼뜩 사라진다.
“진짜네요.”
새는 더 조밀한 숲을 찾아 갔을 거다. 나도 우산을 집에서 챙겼다. 사장님과는 앉아서 주로 경주에 대해 얘기하는데 나는 다음 할 말이 안 떠올라, 지금은 괜히 바깥을 본다. 갑자기 컵 표면에 맺힌 물방울이 흘러 손등에 닿는다.
‘앗 차거!’
속으로만 그랬다. 손님 없는 갤러리의 정적을 ‘앗 차거!’로 깨뜨릴 순 없었다. 그런데 컵 한 방울이 이렇게나 찬데 말이다. 새는. 빽빽한 숲이 어데 빗물 안 새랴. 사장님이 들려주시는 경주 얘길 또 들으면서 정적이 깨졌는데도, 컵 손잡이 쥔 자세 그대로는 안 바꾼다. 나는 이따가 바지에 슥 닦으면 그만인 이 물기 때문에 새는 숲을 찾아다녀야 한다.
퍼뜩: 빨리, 얼른의 경상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