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가 참았던 속을 터뜨렸다. 흰색 거실 장판 바닥에 붉은 석류알들이, 나는 보자마자 달게 삼켜야지 달게 삼켜야지 했는지 왜. 한 알도 겁나면서 두 세알 볼에 집어넣고 날카로운 맛 때문에 화들짝 놀란다. “엄마 도저히 못 삼키겠어요.” 할 나인 지났다.
넓은 공간만 있으면 공을 차러 나가겠다던 아들, 흰 종이만 있으면 글을 쓰고 싶다는 내가 아빠는 뭐가 다를까. 늙어가는 피부에 울퉁불퉁 터뜨릴 것을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다. 나는 거실에 석류알들을 조심스럽게 세어본다. 다섯, 여섯, 든 채로, 마치 다 삼킬 수 있겠거니 일곱, 여덟, 계속 집어넣는다.
“아빠
내가 보긴 아빠도 별로 열심히 사는 거 아니다.”
나는 맨 처음 한 알부터 낱낱이 뱉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