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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Dec 20. 2016

경주3





 뒤를 안 돌아봤으면 모를까 돌아봤으니까 벌써 몸이 길 가 쪽으로 휜다. 도로 옆에 할 수 없단 식으로 삐져나온 살들, 사실상 그게 인도. 새로 칠한 도로가 아주 눈꼴셔도 나는 가능한 한 인도로, 인도로 더 갔다. 도로변의 가게와는 거의 딱 붙어버렸다. 낡은 오토바이 가게 안 아저씨 세 분이 감 다 떨군 감나무에 까치들처럼 앉아 계셨다. 



 아저씨들과 눈이 마주치자 반대로 내가 달아나듯 뒤를 돌아봤다. 나는 비킨다고 비켰는데 할아버지께선 세상 온화한 표정. 오고 계신 건 분명한데, 아까 봤을 때하고 거리가 별반 차이가 안 났다. 주름 대신 녹이 슨 자전거는 할아버지를 도왔다. 할아버지께선 허리를 꼿꼿이 펴는 대신, 두 개 자전거 페달끼리가 주거니 받거니를, 도는 바퀴가 새로 칠한 도로를 찧는다. 



 나는 알아서 비켜선 걸 생색 하듯   


 ‘할배 조심해서 타소 인도도 좁구만,.’

 

 내 뒤에서 올 때의 그 폼으로 내 옆을 지나가신다. 느렷느렷. 드디어 걷는 이를 따라잡았다 말씀은 없으시다. 이제 보이는 할아버지의 뒷좌석. 도로와 인도 구분 없이 사시면서 감수하셨을 대비들이, 줄로 한 바퀴, 한 바퀴 달걀 한 판에 잘 묶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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