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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Feb 27. 2017

정글짐에서





 한 명, 내가 안 보이자 우리 반 선생님이 찾는다. 정말 예쁜 우리 반 선생님


 “학준아 왜?”


 정글짐으로 조심조심 온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바지에 오줌 쌌나?”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똥 쌌나?”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정글짐 속 철봉들 지나 지나 선생님 얼굴이 수심을 드리웠다. 나는 선생님 있는 곳에서 빙 돌아서 반대편 바깥에 매달렸다. 이층, 삼층쯤. 그렇다고 울진 않는다. 바지에 아무것도 안 쌌다. 어서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선생님은 내가 오죽이나 답답했을까. 차라리 원래도 말썽쟁이면 빙 돌아와서 덜렁 안고 버스에 태울 텐데.  


 정글짐 철봉들이 나를 잘 가려줘야 한다. 철봉들 지나서 선생님 말고 저기 형, 누나들로부터 말이다. 황성 교회 요게벳 유치원. 동네에 사는 아홉 살, 열 살 형 누나들이 일요일 아니고도 놀러 온다.


 “누가 학준이 괴롭히노? 선생님이 혼 내 줄게.”


 우리 집이 어디였냐면 유치원이랑 서로 뒤통수를 맞대고 있었다. 괴롭히면 뒤통수 담벼락만 넘으면 되는데 누가 감히 괴롭힐까, 그런 건 아니고, 나는 형 누나들과 사이좋게 잘 지냈다. 지금 유치원 마당에 있는 저 형 누나들과도.  



 술래잡기 한창인데 지 혼자 밥 먹으러 가듯 나만 이사를 가 버렸다. 버스를 타야 유치원에 올 수 있고, 당장 선생님과도 버스를 타야 하는 이유다. 그러고 나서 처음, 쫌 오랜만에 형 누나들을 만나는 게, 그게 부끄러워서 나는 정글짐에 숨었다. 정글짐 철봉들이 나를 잘 가려줘야 한다. 정글짐 속 철봉들 지나 지나 우리 선생님은 계속 걱정한다. 내 속마음이 보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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