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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Feb 22. 2017

선짓국(과장님께)

선짓국(과장님께)





 별로 안 겁났다. 스타렉스 조수석에서 한 박자 늦게 내리며 사실은 운전석 쪽을 살피긴 살폈다. 운전석 바깥으로 나온 과장님의 얼굴엔 한 가지 밖에 안 쓰였다. 더우니까 빨리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00 선짓국.


 “두 명이요.”


 내가 하나 마나 앉을 자리라곤 저기,. 밖에 안 보였다. 자리로 과장님보다 한 박자 빨리 가서 상 밑에 쌓인 방석 두 갤 뺐다. 과장님은 그사이 엉덩일 붙이셨지만, 내가 건넨 방석을 고맙다며 받아주셨다. 더위를 피해 더운 음식을 먹는 사람들 중 방석은 우리만 깔려있었다.

 

 그리고 벽에 붙은 메뉴판을 봤다. 역시 겁 안 내길 잘 했다. 간판이 “00 선짓국”이었지만 다른 국들도 있었다. 많았다. 가격도 비슷비슷하고.


 “선짓국 먹을 줄 아나?”


하는 과장님 얼굴은, 아까 운전석에서 내리실 때 보고 바로 다음인데, 그것과 정반대셨다. 물론 아까는 해가 내리쫴서였고, 근데 평소에도 자주 미간을 찡그리시곤 한다. 왜냐면 같이 다니는 내가 일을 잘 못 해서……. 지금 웃으시는데 나는 여지가 없다.


 “네! 과장님은요?”


 “그럼 선짓국 두 개 시키께. 여기 맛있는 집이다. 여기 주문요!”


 딴 데선 내가 항상 ‘여기요!’ 했는데 말이다. 과장님은 하고 나서 보통 점심처럼 핸드폰을 보시다가 음식이 나오자 계속 눈은 핸드폰을 보면서 드셨다. ‘못 먹어요 해도 됐을 수도…’ 나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선지를 집어넣었다. 별로 안 씹고 꿀꺽 속으로 바로. 

 



 과장님과 한 조를 이뤄 스타렉스를 타고 이곳저곳, 주로 공장 아니면 학교, 소방점검을 다니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딱 여름방학 3개월 동안만. 내가 얼마 안 남았을 때 회사 마당에서 사장님부터 아르바이트생까지 남자들 다 모여 고기를 구워 먹었다. 누가 많이 먹나 또 많이 마시나 남자들 간의 겨루기가 당연히 벌어졌다. 그 자리에서 과장님은 내 자랑을 이렇게 하시는 거였다. “학준이 자알 먹어요.” 웃으시면서. 과장님 말곤 알 수 없으니까 몇 명 나를 쳐다본다. 그렇다면, 나는 더 열심히 먹었다. 뭐 선지도 아닌데,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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