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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May 01. 2017

부전역 승객

2016년 10월





 옆자리에 던져진 가방과 꽃다발을 무릎 위에 안는다. 한 정거장 먼저 탄 것 갖고 뭘 준비나해서 맞이하는 기분이다. 올라타는 숫자는 열차가 흔들릴 정도. 안이 북적북적한다. 옆에 아무나 타거나 상관없는 척 나는 빨리 오른쪽으로 돌리는데, 한 번도 맞이할 준비를 하고 맞이하고 해본 적 없는 표정으로, 창문 밖 해운대역은 승객들을 다 뺏겼다. 열차가 움직인다.


 밤바다겠다. 옆자리엔 가방과 꽃다발. 부산에 올 때 파란 낮인 바다를 실컷 보다가 끝나면 해운대역이었다. 그러니 부산을 나가는 지금 바다가 나타날 때다. 자리는 와중에 내가 계산해서 탔다. 파란 바다가 왼쪽에 있었으니, 지금 오른쪽 창문에 검은 바다라도 바다가 나와야 되는데 아마 나타날 때가 됐는데. 창문을 벅벅 문지르며 닦았다가, 양손을 오므리고 붙여 두 눈을 창문에 담가봤다가,





 지금 바다일지 모른다. 포기하고 등을 푹 기대어 창문을 바라보니 등을 푹 기댄 나와 옆자리에 꽃다발 그리고 가방이 보인다. 밖은 어둠이고 어둠에 자랑하듯 밝은 빛은 창문을 통해 열차 칸 안을 다 비춘다. 그러나 다행히 가방 안은 나만 보인다. 졸업식을 안 가고 오늘에서야 찾아온 졸업장. 혹시 그날 내가 올까 조교가 된 친구는 꽃다발을 준비해놨었고, 잎이 다 시들어 가방 옆에 있다. 나완 참 안 어울린다. 졸업장과 꽃다발. 그러니 지우고 이제라도 바다를 내놓았음 좋겠는데, 바깥 모텔 네온사인 글자는 얇은 제 몸만 밝히며 어둠을 하나도 안 몰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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