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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May 06. 2017

이 밥상

그만 고치자





 아빠 숟가락에 밥풀이 몇 개 묻었는지 보였고, 엄만 또 식은 밥이구나 하고 보았다. 도저히 내 몫이다 감당하고 먹기엔 너무 맛없고, 그래도 정말 이 밥상이 우리 몫이라면 너무 슬펐다. 내 젓가락질은 깨작깨작 먹는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아빠가 밥을 삼키지도 않고 혼을 냈다. 누난 옆에서 더 씩씩한 척 밥을 먹었다. 고개만 돌리면 고깃집 옆 테이블 정도 거리에 TV가 있었다. 픽 고개를 돌리면서 눈엔 눈물이 몇 방울 맺혀 있었다. 그래도 내가 별로 나아지지 않자, 그런데 어떻게 곧바로 나아질 수 있겠는가, 아빠는 TV를 꺼버렸다. 리모컨이 하필 거기 있었다. TV를 틀어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한번 부른다. “엄마아—” 이 밥상 안팎으로 아무도 나를 안 도와준다. 결국 집어든 김치가 오늘따라 더 시큼하다. 



 한 번씩 내려갈 때마다 새로운 가전제품이 생겨서 놀란다. 우리 집이 점점 부자가 돼 가는 걸까. 식탁은 생긴 줄도 몰랐던 게 식탁이 있는데도 엄마 아빠는 상을 펴서 TV가 있는 안방에 가서 식사를 했다. 누난 저녁때 잘 안 들어오니까 둘이서만 그러는 것 같았다. 최근에 우리 넷이 집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다. 또 나는 아빠 맞은편에, 엄마는 내 왼편에, 누나는 원래 밥을 안 가리고 잘 먹었다. 식탁은 아니었어도 우리는 이렇게 밥은 꼭 다 같이 먹었다. 앞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인데, 내가 펴고 내가 오므렸던 밥상이라 그런지, 기억 속 밥상 모서리에 난 상처하나까지 오늘은 참 아쉬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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