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학준 Jun 12. 2017

고백3

 




 내 주변엔 여자인 친구들이 많다. 그래서 부럽다, 거만하다, 너는 왜 연애를 못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말도 잘 안 해준다. 어설픈 고백들을 해봤다. 친구이다가 불편한 관계가 되길 수차례. 전혀 모르는 너희에겐 못 한다고도 안 한다고도 할 수 없어, 대나무 이파리처럼 날카로운 척, 빨리 딴 얘기나 하자 한다.  





 자전거를 타면서 지나가면서 이쪽으론 쳐다도 안 보는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이 느낌이 뭐지 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학교 어디론가 가는 자전거. 가만히 선 상태로 옆에 나란히 타다가, 오늘은 그만 놓쳐야지 놓쳤다. 놓친 자전거는 멀리도 안 갔다. 탄 여자애는 우리 학교에 학번도 나와 같은 학번. 조금 더 알아보니 내 친구의 친구와 친구였고, 조금 더 알아보니 남자친구가 있었다.  



 여자애들끼리 도시락을 싸 오기로 한 날인가 보다. 낯선 여자와도 별 거리낌이 없는 나는 그 새에 슬쩍 끼었다. 말 걸기는 내 친구의 친구에게 걸었지만, 눈은 그 애가 무슨 어떤 반찬을 싸 왔는지, 혹시 남기면 집에 들고 가기 어려울 텐데……. 남자친구는 계속 있었다. 



 몇 년이 흘러 나는 서울에 왔다. 그 애도 서울에 있다는 걸 알았지만, 내가 몇 년 전에 좋아했던 여자애였고 이젠 그냥 친구였다. 나는 홍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 앤 상수에서 일을 했다. 얼굴이나 볼까 하다 서로 타지 생활을 걱정해 주는 사이가 됐고, 나는 내가 그 애의 퇴근시간을 한참 기다려주고 상수역 근처 음식점만 맛있어 한다는 걸 알았다. 



 고백은 역시나 서툴렀나. 더 친구가 되기 전에 한다고 했지만, 그 애는 이미 내가 워낙 친구였던지, 내 고백을 듣자마자 엥 울어버렸다. 나중에 천천히 내 속마음을 얘기했을 때, ‘나’라는 친구를 잃기가 싫어서 울었다는 것처럼 들렸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와인 두 잔씩을 먹고 합정역까지 같이 걸어갔다. 홍대와 상수 사이의 합정역에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만 좋아했어도 좋았다. 부끄러워서도 아니고 혹시 너희와 그 애가 불편해질까 쭉 비밀로 부쳤던 거다. 그러니 너무 장기간 흔들리지 않는 거 아니냐 걱정 좀 말아라. 날카로운 척을 했지만, 길 가는 바람에도 흔들릴 만큼 이파리라서, 나는 할 수 있을 거다. 부럽다, 거만하다, 너는 왜 연애를 못 하는지 모르겠다… 너희 말이 맞긴 다 맞다. 너희들의 응원을 앞으로도 빈다.











작가의 이전글 이 밥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