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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Apr 11. 2017

“후루룩~”





 해 따라 그림자가 먹히듯, ‘자야지, 자야지’하다 잠이 살 들려하는데, “후룩 후루룩~” 국수 불어넣는 소리가 다 잡아먹힌 그림자를 탁 친다. 잠이 ‘아니면 깰까?’ 라고 여쭙는다. 나는 ‘저녁 먹고 또 국수 삶았나?’ 잠을 방해한 엄마를 문책하듯 떠올리다 그게 아니라 아빠의 소행이었음을 깨닫는다. 분명 거실에서 아빠가 국수 불어넣는 소리로 사온 토마토를 잡숫고 계신다. 불 꺼진 방 안, 그림자를 대신해 깜깜한 몸이 일어난다. “아빠!”


 전엔 엄두도 못 냈던 일을 해내고 있다. 방문을 열고 나가서


 “아빠 쫌 시끄럽게 안 먹으면 안 돼?”


 소리 안 내고 토마토를 어떻게 째로 먹을 수 있나. 나는 박스 뜯을 때 알이 굵다랗다는 것도 봤다. 그런데 아빠는, 여기서 살겠다고 내려온 아들의 몇 개월 된 자신감이 놀랍거나, 아니면 지금 앞에 밥상이 안 물러났나 속이 확인 했을 거다.


 왜냐면 아빠는 밥 드실 때 후루룩 소리를 많이 낸다. 요새 내 잔소리 때문에 많이 나아졌지만 국이면 국, 찌개면 찌개, 밥이 됐든지 식은밥이 됐든지. 어릴 때야 그게 너무너무 싫어도 아빠가 무서워 입도 뻥끗 못 했다. 밥상은 모 하나 안 난 동그라미 어디에 앉든지 “후루룩~” 돌아오는 소리를 반찬 삼았다. 짜고 맛없었다.

 

 “야는 자다 깨서 난리고?”


 아빠는 뒤로 여길 쳐다보지도 않으시고 그래서 뱉은 말은 내 방 앞까지도 못 왔다. 아빠는 토마토를 한입 베어 물었다. 소리가 퍽 얌전해졌다. 나는 거기 그렇게 서서 아빠를 지켜보듯이 보다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잠에게 ‘계속해, 계속해’하면서 누웠다. 깜깜한 방 크지도 높지도 않은 내 몸에 그림자는 잡아먹히지 않고 서 있다. 이상했다. 누운 뒤론 후루룩 소리가 안 들리는데 마치 조금이라도 들리길 바라는 듯 그림자는 서 있고 나는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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