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풍자 한 마당, 그러나 아쉬웠던
사진 출처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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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들어가며
"여러분. 이거 다- 그짓말인 거 아시죠? 허풍입니다! 허풍! 온갖 음해에 시달렸습니다!" 등 책 표지를 보면 떠오르는 양반의 어록은 꽤 유명하다. 이 소설집이 처음 나왔을 때 '표지'와 '제목'만 보고 혹해서 살뻔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도서관 신착도서 코너에서 빌려 읽은 후 감상을 말하자면 사지 않기를 잘했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은 표지에 쓰여있듯 '강병융 소설집' 즉, 단편 소설집이다. 다섯 편의 연작 소설과 네 편의 단편이 담겨있다. 내가 뭐라고 책을 감히 평가할 수 있겠느냐만, 리뷰이자 서평이며 에세이인 이 글에서는 용기를 내어 평을 해보려 한다.(이 평은 신뢰할만한 것이 아니며,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2. 형식의 특이점과 유우-머 코드
책의 장점이라면 단연 '잘 읽힌다.'는 것이다. 어려운 단어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사용하고, 문장들도 짧아서 후루룩 읽을 수 있다. 더불어 무겁고 진지한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도 유쾌하고 경쾌하게 '유우-머'를 섞어서 풀어내는 것이 이 소설집의 재미가 아닐까?
단편 <우라까이>는 제목 그대로 '기사의 내용이나 핵심을 살짝 돌려쓰는 관행'(기자들의 은어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놓았다.)이라는 뜻을 잘 반영하여 쓰였다. 작가 스스로 '복붙소설'이라고 칭하는 이 소설은 250개의 각주가 덕지덕지 달린 형식을 갖는다. 이 한 편을 위해 수만 편의 신문기사를 검색했다고 하니 '사전조사'에 들 품을 검색에 쓴 것이 아닐까.
단편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와 <빙글빙글 돌고 - 알퐁스 도데를 위한 '웃픈' 오마주>는 특이하게 한 작품 안에 두 개의 다른 문체를 사용했다. <여러분->은 쥐의 이야기를 할 땐 ~했습니다 하는 경어체를, 미선의 가족 이야기를 할 땐 ~했음 하는 음슴체(!?)를 문단이 바뀔 때마다 교차로 사용했고, <빙글빙글->은 과거 이야기에 경어체를, 현재의 이야기에 -했다 는 식의 비격식체를 소제목이 바뀔 때마다 교차로 사용했다.
그의 소설은 기-승-전-결이나 일관된 문체와 같은 형식의 제한에 얽매지 않는다. '소설'하면 떠올릴만한 진중함이나 안정감보다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썰'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것 같다. 다음이 궁금해지고, 내용 전개가 빠르며(소설이 걷는 수준이면, 이 소설집은 운동회 100m 장애물 달리기를 하는 정도 템포를 갖는다. 직선코스에선 타다다닥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장애물을 넘는 구간에서는 약간씩 머뭇거리게 하는 묘한 템포를.), 결말에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뭐 그렇다고.'하고 끝나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덧붙여 서문에 작가가 쓴 단어를 빌려오면 '구라'를 겁나치는 책이었다. 어차피 책을 읽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현실이 소설보다 다이나믹 하기에 jtbc 뉴스보다 재미가 없는 '소설'의 위치를 작가는 잘 파악한 것 같다.(작가와 주원규 작가의 인터뷰에 실린 말을 일부 가져온 것이다.)
작가는 이거 사실 거짓말인데 말이야- 하고 밑밥을 던지고 한참 동안 썰을 풀어낸 후에, 독자들이 이거 정말이야? 사실 아니야?라고 혹하게 만드는 글을 써냈다. 물대포 진압이나 용산 참사, 광우병 파동 등 이제는 작년의 사건의 쇼크로 인해 묻혔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복원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는다.
그 이야기가 다소 작위적인 설정과 극단적인 폭력 묘사로 '이거 거짓말이겠거니.'하고 읽도록 유도하나, 내용의 모든 것이 다 거짓은 아니라는 사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작가는 친절하게 뉴스 기사를 각주로 달아놓아 '이건 다 거짓말이긴 한데, 나는 다 거짓이었으면 좋겠어. 생각하는 건 너의 판단이야.'라는 스탠스를 취한다.(물론 답은 정해져 있겠지만)
거짓말. 거짓말 같은 현실과 그 현실을 블랙 유우-머로 풀어내는 것이 이 책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3. 그러나 아쉬운
유쾌한 문체의 글이 모든 사람에게 유쾌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내 딴엔 유우-머 코드라고 던진 이야기가 상대를 정색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귀뚜라미 보일러가 온다>가 나에겐 그랬다. 단편의 내용은 대-충 설명하면 충청도의 어느 외딴섬, 비데만 입구에 있는 '좆도'의 이야기다. 수리남 음식을 파는 동성애자 홍씨가 산 섬으로 동성애자들이 모여산다는 설정을 갖는다.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동성애자를 소설에 끌어들였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주변 인물로 나오는 삼촌과 미스터 정은 동성애자다. 그들은 방에서 사랑을 종종 나눈다. 누구나 사랑은 하니까. 그러나 그 캐릭터들은 '사랑만' 나눈다. 똥꼬에 환장한 사람처럼 작품 내내 항문성교만 죽자고 하고, 하는 얘기도 똥꼬와 성욕에 관련된 얘기들 뿐이다. 두 인물은 사람이기보다는 짐승이나 기계처럼 보였다.
이게 의도한 설정일지, 본인 생각에 유우-머라고 생각해서 출판까지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은 다시 한번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주관적인 의견입니다.)
<여러분->이나 <우라까이>의 '쥐'의 표현도 아쉬웠다. '쥐'는 비판이 아닌 비난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작가의 자유이기 때문에 비난은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쥐'로 대변되는 잘못된 사회와 부조리한 시스템의 비난이기보다는 한 인물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은 읽기에 좋지는 않았다.
문학은 재미있자고 읽는 것이고, 메시지를 꼭 줄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나는 문학이기에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매체(이를테면 신문, 테레비 등)에 목소리를 낼만큼 힘이 세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복원하거나 블랙리스트나 검열 등 통치자의 이념(혹은 믿음)과 어긋나는 작품들이 현실 풍자를 하는 것 같은 의미 있는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소설집에서 다룬 이야기들도 충분히 유의미한 소재이며, 비유를 사용한 풍자이다. 그러나 쥐를 때려잡아 가죽을 벗기고 잘게 썰어 족쳤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끝내기엔 아쉬웠다. 깔아놓은 판도 문제의식도 재미있었는데 기대가 커서일까 다소 허무하게 끝이 났다.
무거운 주제를 유우-머 있게 풀었지만 몇 부분은 매우 아쉬웠던 소설집이었다. 그렇지만 뽑아놓은 제목과 표지의 콜라보레이션은 정말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