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에세이] 퇴사하겠습니다.

더 나은 내일과 온전하게 느끼는 오늘 중에서

by 이요마
퇴사하겠습니다(2017)

사진 출처 : 알라딘


* 다시, 읽고 기록하기 5일 차

* 매일은 무리인 것 같아 되는대로로 변경

* 기대한 리뷰가 아닐 수 있습니다.




1. 들어가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명제 아래 자유로운 사람은 세상에 몇 없을 것이다. 산이나 동굴에서 자연을 벗 삼아 스스로 살아남는 자연인이 아닌 이상 우리는 '사회'속에서 살아가고, 살기 위해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


이 책은 비단 퇴사만을 다루는 에세이는 아니다. 성공적인 퇴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더더욱 아니다. 외려 삶의 태도에 대한 고민에 더 가깝다.


2. 에미코상의 라이프 스타일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는 50세의 나이로 20여 년 근무하던 아사히 신문사에 사표를 낸다.


책에서는 밝히지 않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녀의 퇴사 이유는 일반적으로 보기엔 합리적이지 않다.


'더 늦기 전에, 하고 싶던 일과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정도만 되었다면, 여기에 불치병이라든가 시한부 선고라도 얹힌다면 기대할만한(어쩌면 한 번쯤 본 것 같아서 익숙한) 이야기가 되었으련만 그녀의 삶은 단조롭다. 단조롭다 못해 지루하다.


내가 아는 '번듯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개 극적이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성공신화나 자신의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자기애를 뿜뿜 터뜨리며 욜로인생을 살던가 하는.


그러나 에미코 상의 이야기는 보다 현실적이다. 그녀의 생활을 묘사할 때 '꿈'이나 '간절히 바라는 소망' 혹은 '~을 위한 준비'같은 말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삶은 영화가 아니라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회사를 관두고 나서의 삶은 녹록지 않다.


그녀가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은 '빼기'다. 언젠가 신문사를 그만두고 수입이 현저히 줄어들었을 때를 대비하여 '자원을 최대한 쓰지 않는 생활'을 실천한다. 그러나 그도 처음부터 "어떻게 살아가야지!"하고 다짐한 것은 아니다.


그녀의 '빼기'는 직장에서 '다카마쓰 현'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오사카 본사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떨어진 발령에 그녀는 당황한다.


작가 본인이 직접 언급은 하지 않지만 '다카마쓰 발령'은 그녀가 경쟁에서 밀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사의 데스크에서 그녀는 좌절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미래를 생각한다.


언제까지고 회사에 다닐 수 없음을, 지금의 씀씀이를 감당할 봉급을 받지 못했을 때 찾아올 불행을 생각한다.


그녀가 발령받은 다카마쓰 현은 '우동 현'으로 불리는 동네이다. 일본에서 가장 저축을 많이 하는 현, 우동 소비량이 가장 높은 현이라는 묘한 데이터를 갖는 다카마쓰 현에 살며 그녀는 그곳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체화한다.


다카마쓰 현 주민들의 경제의 척도는 '우동'이라고 에미코상은 말한다. "그 돈이면 우동이 몇 그릇이야!"라는 식의 계산이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꿈'을 파는 테마파크가 파리만 날리다가 문을 닫는 곳. 그곳은 그녀의 오사카에서의 소비패턴과는 전혀 상반된 공간이었다.


옷장에 옷이 차고 넘쳐도 '나 자신을 위해'라는 이유로 사고 싶은 옷을 지르고,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나면 그날 먹어야 했던, 끝없이 욕망을 추구하는 삶은 당장의 기쁨은 가져왔지만 흔히 우리가 현자타임이라고 부르는 시간이 찾아오면 덧없어지는 소비였다고 그녀는 고백한다.


그녀가 새로운 직장에서 처음 시작한 것은 '직거래 장터'구경하기였다. 마트에서 차고 넘치게 물건을 구입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먹을 만큼, 장터에 있는 채소만을 구입하는(제철이 아니면 장터엔 물건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경험을 하며 그녀는 깨닫는다.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사는 일은 다음에는 더 큰 욕망을 채워야 만족이 되는 밑 빠진 독이라는 사실을, 오히려 부족함을 견디는 삶이 자신을 더 충만하게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그는 전자레인지부터 시작해서 난방, 냉장고, 심지어는 전기까지 자신의 삶에서 '빼기'를 실현한다.


00없이도 충분히 살 수 있잖아? 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만 남기고 집안의 도구들을 치워나가는 과정에서 그녀는 '현재'와 '자신'에 대해 집중한다.


다만 종교인 같은 해탈과는 결이 다른 점은 근본적인 '먹고사니즘'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한다는 점이다.


퇴사를 고민하던 시점, 그리고 퇴사를 한 이후까지 그녀를 움직이는 동기는 '회사를 벗어나 나의 인생을 살자.'라는 한 마디였지만 회사의 혜택과 무직자의 고단함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토로한다.


특히 '시스템과 개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드러낸다. 에미코상은 아사히 신문이라는 회사의 '시스템'에 완전히 적응한 개인이었으며 사회가 바라는 가치관을 누리며 온몸으로 체화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스스로 시스템 밖의 사람이 되고 나서는, (자신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게 한 회사에게 감사는 하지만) 시스템의 문제와 일본 사회와 회사의 관계의 비합리성에 대해 지적한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생존'이라는 말의 오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닐까? 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무리 생활을 하고, 생존확률을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 오늘날의 세상에서 생존은 '돈'이라는 키워드와 가장 연관이 된다고 생각한다. 살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을 벌기 위해 사회생활을 한다고 본다.


전제는 '살기 위해'이고 행동은 '사회생활(주로 회사에 취직하여) 돈을 번다.'가 된다. 즉, 사람이 나고 회사가 난 것이란 말이다.


그러나 에미코상이 퇴사 결심을 동료들에게 밝혔을 때 돌아온 반응들, 이를테면 "지금 관두기엔 아깝지 않아요?" 같은 말들은 '살기 위해'라는 근본적인 이유 앞에 부연 설명이 붙은 경우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는 지금 '준비'를 한다. 에미코상이 더 나은 경제환경(연금)을 보장받고 더 낫게 살기 위해서는 정년까지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판단도 '일을 더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한편 책을 읽으며 그녀의 선택을 이해도 하겠더라.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현재를 내일로 이월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더 나은'내일을 위해 현재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은 의미 있는 삶의 태도이다. 그러나 현재의 소중함을 깨달은 순간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더 나은 미래'보다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오늘'이 아니었을까.


어느 쪽이 옳은 지는 모르겠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에 결코 정답은 없구나 하고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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