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
1. 들어가며
점쟁이가 말했다.
당신은 파티에서 손님 중 한 명을 죽일겁니다.
느빌 백작은 그 말을 잊으려하지만 생각하지 않으려하면 할수록 더 떠오른다. 설상가상으로 막내 딸은 아버지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하니...
2. 규율과 체화
어려운 단어로 제목을 뽑아놓았지만 사실 별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살아가면서 우리가 마주하는 규칙들과 나도 모르게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들을 말하고자 한다.
이를테면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규율은 태어나면서부터 알고 있던 것이 아니다. 가정교육이든 학교든 혹은 경험을 통해서든 크면서 배운 것이고, 이제는 '당연'해서 부연설명을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체화하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규칙들은 나이가 먹을수록 늘어만 간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할 것이 많아지면서 가끔은 무력해진다.
문제는 사람들마다 자신이 믿고 있는 '규칙'이 다르기에 어디까지가 자신이 해도되는 일인가 하는 기준도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우습게도 이 차이가 때론 사람을 죽이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느빌 백작은 '접대'라는 규율을 가슴 속에 품고 있다. 품위있는 귀족으로서 손님들에게 예를 갖춰 접대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파티를 망치지 않기 위해선 살인도 불사할 수 있다.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성공적인 접대이기에.
때문에 어느 날 우연히 듣게된(자세한 사연은 책에서 확인!) 점쟁이의 한 마디가 그에게는 너무 거슬려서 잠조차 제대로 잘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역린이란 단어가 있다. 용의 비늘 중 거꾸로 된 비늘이 하나 있는데, 다른건 몰라도 이 역린을 건드리면 크게 노한다는, 그런 부분. 꼭 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그에게 역린은 '접대를 그르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작가 에밀리 노통브는 앙리 느빌의 기행을 그저 이상한 짓으로 퉁치지 않는다. 대신에 그가 왜 그런 강박을 갖게되었는지 '과거 이야기'를 통해 맥락을 잡아준다.(아버지와 누이에 관한 이야기인데, 책의 분량이 길지않기에 스포방지차원에서 패스)
다시 말해, 사람이 갖는 가치관이나 행동의 이유들은 살아온 가락, 즉 맥락안에 놓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냥'한다고 하는 행동들은 알고보면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때론 절대 하지 말아야지 하고 강하게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몸 안에 쌓여온 것들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슨 생각으로 무슨 행동을 하는지, 무슨 이유로 그 행동을 '당연'하다고 판단하는지 한 번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 '그냥' 흘려보낸 행동이 앞으로 만들 당신을 만든다.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새삼 곱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