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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un 12. 2019

말하지 않다 보면 말하는 법을 잃어버린다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을 읽고


아주 작은 반복의 힘

로버트 마우어 / 스몰빅라이프

13,000원



소장가치 5 / 트렌디 7 / 재미 7 / 정보 10 / 감동 7

추천 키워드


#습관

#반복의힘

#저항감

#간단한_원리

#결심중독

#방어반응

#자기계발


Review

<말하지 않다 보면 말하는 법을 잃어버린다>

* 이 글은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의 리뷰보다는 개인적인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책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들어온 분들께는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사람은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적응을 하기 마련이다. 나에게 일어난 가장 큰 환경의 변화는 직장이 생긴 것이었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나는 사회생활에 포섭되었고 그에 맞춰 진화(혹은 퇴화)해갔다. 새 생활을 통해 얻은 것도 많지만 오늘은 내가 잃은 것에 대해 말하려 한다. 


건강, 의욕, 자기주장


  애석하게도 4시간 + @ 통근을 하면서 건강을 잃었고, 퇴근 후 나를 위한 시간을 쓸 의욕을 잃었고, 하고 싶은 말을 잃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의지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이긴 하지만 내겐 녹록지 않았다. 건강과 의욕이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할 때는 나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더랬다. 긴 통근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고, 주 1회 브런치 기획물을 발행하고, 독서 모임에 나가 발제와 녹취를 했다. 그도 모자라 마우스로 그림도 그리고, 퇴근길에 인문학 강의를 듣기도 했더랬다. 허나 한 번 건강이 안 좋아지고,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의욕이 꺾이자 예전의 레벨만큼 회복이 안 되더라.


  그냥 즐거워서 하던 일도 시간 대비 효율을 따지게 되고 일단 시작하고 보던 프로젝트들도 기획 단계에서 지레 포기하고 만다. 고정 수입을 벌기 위해 회사에서 쓰는 에너지의 양이 얼마 정도인지 가늠이 될 즈음부터 컨디션 조절(?)은 시작되었던 것 같다. 9 to 6 고정적인 루틴에 몸이 맞춰지면서 밤에는 무리하지 않고 일요일에는 일찍 잠드는 패턴이 생겼다. 이는 주어진 역할에서 내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 나도 모르게 적응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다만 온전한 회사 생활을 위한 일련의 몸사리기(?)는 그저 생활 습관에 그치지 않고 몸에 배어든 모양이다. 지금의 나는 입사 전의 나와는 분명 다르다. 자의식이 강하고 나의 고유한 것을 지키고 싶던 과거의 나는 단정적인 워딩을 쓰곤 했다. 이를테면 "~해야 한다."나 "~라고 생각한다." 따위의 주장이 담긴 문장들이 거의 모든 글에 들어 있었고, 강박적으로 '나'라는 글자를 많이 집어넣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아니하다.

   "~일지도 모른다." 같은 끝을 흐리는 말들과 "허나"나 "물론"같은 접속사를 통해 반대의견에 대해 항상 언급을 하고 넘어간다. 나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책임을 회피하는 글을 쓰고 있더라.


  취미로 쓰는 브런치 서평에서도 몸을 사리는 나를 발견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자기주장을 잃은 글은 정보 전달을 위한 글이 아닌 이상 힘이 떨어지고 멋이 없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듯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느낌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을 나는 잊고 살았다. 다만 모든 사람이 나의 말에 비난하지 못하게, 트집 잡지 못하게 적당히 PC함을 담보하며 남의눈에 거슬리지 않은 정도로 딱 말하고 글 썼던 것 같다. 타인의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눈에 띄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제라도 다시,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고 싶지는 않다.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은 비슷한 이름의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과 주제가 비슷하다. 무언가 이루고 싶다면 시작부터 거창하게 계획을 짜고 달려드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 단위부터 시작해보라는 메시지를 준다. 설탕을 줄이고 싶다면 매 순간 알갱이 하나씩 줄여보기, 공부를 하고 싶다면 1분으로 시작하기 같은 작은 성공들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관성이나 습관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늘 해오던 방식의 방어본능'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다만 지치지 않을 정도로 꾸준히 쌓아간다면 바꿀 수 있다고 책은 말한다.


  이제는 막연히 <오각형 책리뷰>를 써야지~ 하는 애매한 목표를 세우고 글을 쓰지 않으련다. 나는 하나의 글에서 하나의 '내 주장'을 쓸 것이다. 읽는 사람들에 눈에 걸리는 그런 글들을 자주 써갈 것이다. 나는 어느 책에서도 나에게 맞는 한 문장을 찾을 수 있고, 그 한 문장만 가지고도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써갈 것이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 잃었던 나만의 말하는 법을 조금씩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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