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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희 Apr 08. 2019

공감이란 무엇일까

정혜신, <당신이 옳다>

당신이 옳다

정혜신 / 해냄

15,800원



추천 키워드

소장가치 10/트렌디 5/재미 7/정보 8/감동 8

#심리적 CPR

#공감행동지침서

#치유가 필요할 때

#심리가 불안할 때

#변화가 필요할 때

#마음의 문제 해결

#공감하는 법

#관계 갈등에서

#나를 지키는 법

#심리상담






Review

<공감이란 무엇일까>


책을 다 읽고 말하려니 조금 낯간지럽지만, 나는 실은 공감능력이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생각은 내가 가진 '공감'에 대한 착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껏 공감을 감정이입이라는 심리와 눈물이라는 반응, 그 어디 즈음에 있는 무언가로 생각했다. 책이나 영화를 볼 때, 혹은 친구의 힘든 이야기들을 들을 때 감정 이입이 되어 함께 눈물이 나는 모습을 '공감'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또 누군가는 말했다. 공감하기 위해선 말하는 사람이 어떤 말을 어떻게 하든 끄덕이며 들어줘야 하는 것이라고. 그러지 못하는 것은 공감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만일 상대방의 힘든 마음을 들어주다가 내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면 그건 진정으로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감에 대한 두 생각은 모두 옳지 않다.


공감에 관련해 일종의 클리셰가 있다. 공감은 누가 이야기할 때 중간에 끊지 않고 토 달지 않고 한결같이 끄덕이며 긍정해 주는 것,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전혀 잘못 짚었다. 그건 공감이 아니라 감정 노동이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지친다.
내가 더 공감하면 관계가 나아지려나, 내가 그의 처지와 고통을 제대로 공감해 주지 못해서 그가 내게 그러는 건 아닐까, 나라도 참아 줘야지 하며 눈을 질끈 감고 버티는 일엔 한계가 있다.


이 책은 '당신은 옳다'라는 무엇을 해도 옳다고 토닥토닥해줄 것 같은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때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단호히 말한다. 상대방의 말에 토 달지 않고 끄덕이는 것은 감정 노동이라는 단호한 문장 앞에 충격으로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뿐만 아니라 눈물을 흘리며 상대의 처지를 이해한다고 여기는 순간도 때론 공감이라고 할 수 없다. 책은 앞서 말한 저 두 개념 모두 공감이 아니라는 것을 단호하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럼 공감은 무엇인가.  


많은 공감의 법칙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완벽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다시 묻는 태도이다. '마음이 어땠어?' '더 설명해줄 수 있니?'라고 묻는 것이다. 진심으로 '그때 그런 마음이었어서 그랬겠구나...'가 나올 때까지 묻고 또 묻는 것이다.


그렇게 상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를 만나는 과정도 겪게 된다. '너는 그랬구나, 나는 사실 그랬어.' 마음의 눈높이가 들어맞으며 파도타기 하듯 넘실대면서 서로의 마음을 안전하게 꺼내보이게 된다. 상대의 마음이든 내 마음이든 그 어떤 '평가, 판단, 충고, 조언' 없이 서로가 듣고 묻고, 또 말한다.


공감은 상대를 공감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깊은 감정도 함께 자극되는 일이다. 상대에게 공감하다가 예기치 않게 지난 시절의 내 상처를 마주하는 기회를 만나는 과정이다. 이렇듯 상대에게 공감하는 도중에 내 존재의 한 조각이 자극받으면 상대에게 공감하는 일보다 내 상처에 먼저 집중하고 주목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따스하게 물어줘야 한다.


이 책엔 정신과 의사로 30여 년간 활동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한 정혜신 작가의 심리적 CPR 비법이 꼭꼭 눌러 담겨 있다. 실제 상담 사례들까지 예시로 나오니 더욱 이해가 빠르고 정확하다.

 

아무리 지난 일이라 하더라도 상처 받았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서 지금의 나의 행동을 좌우하고 감정을 들쑤신다. 그 상처의 기억들을 정확히 마주하고 공감받지 못하면, 누구나 점점 더 어긋나며 심리적인 지옥에 빠지게 된다. 그런 심리적 죽음 상태에서 누군가를 구원하는 CPR은 다름 아닌 '공감'이다. 저자는 온 체중을 다해 하는 공감은 언제나 옳다고 말한다.


내겐 누군가의 힘들었던 기억을 물어보는 것이 실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주저한 순간들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가까운 사람에게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 그것이 정말로 괜찮아질 때까지 질리도록 묻고 바라봐 주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는 걸음마하는 아기가 된 기분이었다. 지금껏 잘 해왔다고 생각한 '공감'이 일종의 클리셰였다는 생각에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이게 바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공감이라는 생각이 들자, 이건 내가 꼭 배워야 할 능력이라는 욕심이 생긴다. 내가 받고 싶었던 공감, 내가 누군가에게 주어야 했을 공감의 진짜 모습이 책 안에 다 담겨 있었다.


나는 이제 새로운 것을 다시 배우는 기분으로 차분하게 천천히 다시 공감의 걸음마를 떼고 싶다. 그리고 (책에도 나오지만) 무엇보다도 그 공감은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어야만 한다. 그 힘으로 다른 이에게도 힘껏 공감해 줄 수 있으므로, 내 마음을 오래도록 잘 바라봐 줄 것이다. 그리고 그 힘으로 누군가에게 다정하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고.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관계 갈등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며 갈등을 풀어가고 싶은 분들께

- '자고로 공감은 이런 것이야'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께

- 트라우마, 부모와의 갈등, 가족과의 갈등으로 마음을 치유하고 싶은 분들께

- 이해하기 어려운 누군가와 혹은 자신과 화해하고 싶은 분들께



*정혜신tv 유튜브 채널에 가면 책에 담긴 내용들을 토대로 실제 사연에 적용해 상담하는 영상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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