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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Apr 20. 2016

피터 존못의 감성에세이2

진지를 머금은 개소리 한 마당

* 다소 혼란스럽습니다.

* 건강에 안 좋습니다.

* 댓글을 통한 피드백, 라이킷, 구독 모두 환영합니다.

* 이 글은 분류상 감성 에세이입디다.



1. 방문


쾅 쾅 쾅

  야밤에 피터 존못의 집 대문을 두드리는 굉음이 울려퍼졌다. 피터 존못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택배다.'


  왜냐하면 그는 배달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였다. 피터 존못은 잠시 멈칫했다. 상식적으로 출고시간을 고려하면 새벽 시간에 물건이 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금요일에 시킨 물건이 하루만에 올 리가 없었고 토요일은 택배회사들이 쉬기마련인데 오늘 물건이 배송되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피터 존못은 문을 열어주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쾅 쾅 쾅
계십니까?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시끄럽기만 했다. 집에 혼자 있던 피터 존못은 지속되는 쾅쾅 소리에 무서워졌다. 혹시 살인마가 아닐까.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아니면... 아니면...

  

  피터 존못은 베란다에 있는 알미늄 야구배트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살려주세요. 어떤 미친놈이 내 집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2. 랍스텅의 수사법


  드니로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확인한 랍스텅은 확신했다.


이 사건은 '비행기 탈취 및 대국민 납치극'입니다! 민관군의 절대적 협조가 필요한 중대 사건이란 말입니다!


 그는 드니로가 브뤼셀에서 세계 뜨개질 선수권 대회에 참가중이라는 것을 모른 바는 아니었으나 '비행기 탈취'와 '대국민'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어 사용했고 민관군 이라는 단어도 어감이 좋아 말로 내뱉었다. 그리고 그대로 믿어버렸다. 그는 허언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롸밧 솔레어는 들고있던 수화기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랍스텅의 멱살을 잡았다. '지금 뭐라고 했소? 비행기 탈취 및 대국민 납치?' 그는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그러면 카레법으로 처벌하지 못하잖아!


  랍스텅은 더 이상 대화가 안 통한다고 생각하고 그의 집밖으로 나왔다. 그는 팬레터를 다시 읽었다. 드니로에 대한 찬미와 피드백을 바라는 전화번호. '그래. 이것은 어느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팬의 잘못된 사랑이다. 반드시 드니로의 목숨과 경비행기 조종사의 목숨을 구해야한다.' 그는 드니로의 비행기도 2인승 경비행기로 설정하고 그대로 믿었다. 두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기에 민관군의 협조가 필요하고 그전에 경찰의 지원병력을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민관군이라는 말이 괜찮다고 한 번 더 생각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냈다.


여보시오. 나 랍스텅 일세.
지금 민관군이 2인승 경비행기를 탈취당했네. 드니로씨의 목숨이 위험해.
지원병력을 요청한다.

  그러나 신호가 좋지않은지 전화는 이내 끊어졌다. 그는 재차 전화를 걸었으나. '장난 전화 한 번만 더하면 공무집행방해로 체포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제길! 도대체 무슨 소릴하는거야! 내가 경관인데 말이야. 서에 돌아가면 다 죽을 줄 알아.

  그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혼자라도 사건을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다짜고짜 팬레터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문득 묘안이 떠올랐다. 상식적으로 편지봉투에는 보내는 이의 주소가 적혀있을 것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리고 바로 사이코패스 납치범의 집으로 찾아갔다.


3. 피터 존못의 전화


   경찰에게 전화를 건 후 그는 부재중 전화 기록 두 통을 확인했다. 한 통은 밀당을 위해 받지 않았던 것이 기억났다. 다른 번호로 온 한 통은 그가 자는 사이에 온 모양이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첫번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피터 존못은 드니로의 동네에서 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이사를 왔고 연고가 없었기에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가 되었든 자신이 위험에 처한 것을 알리려했다. 새벽 세시에 전화를 하는 것이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밖에선 쾅쾅 거리는 미친인간이 계속 있었기에 염치불구하고 강행했다. 송신음이 몇 번 가다가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남자였는데 그는 울고 있었다.


여보시오.
저 좀 살려주세요.
뭐라고요?
저 좀 살려주세요. 문 밖에 어떤 미친 사람이 몇십 분째 문을 두들겨요.
입닥쳐! 난 끝났어!


  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피터 존못은 당황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사실...
사실 네.
내 카레가 타버렸어. 어흒흒


  피터 존못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 동네는 미친 인간들만 사는가 싶었다. 그때였다.


빨리 나와! 당장 문 열지 못해!


경찰은 왜 이리 안 오는 지. 그는 두려워졌다. 그러나 카레맨에게 다시 전화를 걸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자는 동안 왔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이 번엔 사이코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랐다.


여보세요.


4. 문 앞에서


  문을 두드려도 놈은 나오지 않았다. 랍스텅은 집요하게 문을 두드렸고 집 안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집 주변을 둘러보니 창문들이 있기는 했으나 방범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놈이 나올 수 있는 통로는 단 하나였다. 문을 봉쇄하고 계속 문을 두드리는데 전화 한 통이 왔다. 놈이 었다.


여보세요.
네.
도와주세요.
네.
지금 문 밖에 어떤 정신나간 놈이 몇 시간째 문을 두들겨요.


  랍스텅은 전화를 받으며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범인은 문 밖에 있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모른다. 그리고 오히려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따라서 내가 나의 신분만 증명하면 문을 열고 들어가 저 놈을 잡을 수 있다.'

  그는 작전을 급하게 짜고 수화기에 말했다.


밖에 있는 거. 접니다.
네?
저라고요. 전화 받고 있는.
무슨 소리에요?
사실.
사실 네.


  랍스텅은 이 작전이 먹힐까 고민했다. 그렇지만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했다.


택뱁니다.
택배라고요? 지금 장난해? 오늘을 토요일이라고!
사실.
사실 뭐요.
쿠팡맨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나갈게요.
경비실이 없어서 기다렸어요.
네 나갑니다.


  작전은 통했고 랍스텅은 문을 열리기 기다렸다. 그러나 문득 자신이 배송할 물건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그는 자신을 쿠팡맨으로 믿기 시작한 것이었다. 고객이 문을 열기 전에 물건을 찾아야만 했다. 그가 뒤를 돌아 쿠팡트럭으로 돌아가려는데(물론 애초에 그런 건 없다.) 순간적으로 손목이 꺾이고 바닥에 포박되었다.


꼼짝마! 경찰이다.


5. 드니로의 근황


  드니로는 브뤼셀 대회에서 4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초콜렛을 잔뜩 사서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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