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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Dec 12. 2019

자학개그 절대 금지

오늘의 통찰 씨리즈

* 이따금 찾아오는 똑똑모먼트를 기록합니다.


나는 자학개그와 징벌성 개그를 즐겨 치던 사람이었다.


 자학개그는 말 그대로 나 자신의 신체나 행동이나 말버릇 등 나 자신을 깎아내려 타인에게 웃을 거리를 제공하는 일이고, 징벌성 개그는 되지도 않는 말장난이나 때 아닌 아재 개그로 갑분싸를 유발하며 '아~ 증말~'과 같은 타인에게 개그에 대한 징벌의 기회를 주어 상대적인 우월감을 얻게 하는 방식이다.


둘 중 어느 쪽이든 나는 상처 받게 되는 이 개그 방식을 사용한 건 처음엔 그저 재미 때문이었다. 주변 사람들과의 분위기를 위해 내 한 몸 희생한다는 마음으로 터트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스스로를 노잼이라 단정 짓고 이런 것이라도 해야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않을까 하는 속마음에서 발현되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한번 두 번은 재밌지만 그게 밈이 되고 놀림이라는 인식이 사라지게 되면서 자학으로 시작된 개그는 타인의 입을 통해서 나에게 꽂히기 마련이다. 결국 나는 스스로 아픈 길을 택한 것이다.


징벌성 개그도 마찬가지다. 피학적인 상황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갑분싸 모먼트가 유머를 치는 사람의 낙이라곤 할 수 없다고 본다. 그것은 외려 관성이고 자신의 유머 기댓값이 갑분싸밖에 안된다고 스스로를 얕잡아보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낮추다 보면 자기 자신도 같잖게 얕아진다. 한두 번은 쓸 수 있는 필살기지만 만성이 되어선 본인만 갉아먹게 된다.


애석하게도 나는 서치 어 노잼 맨이라 대안을 줄 순 없다. 다만 하지 않음으로써 나를 지키는 건강한 유머를 구사하고 싶을 뿐이다. 듣는 사람이 편안한, 청자와 화자 사이에 우열이 생기지 않는 그런 건전한 유머를 바란다.


자학개그와 징벌성 개그 절대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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