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기 24일 차
오늘도 유튜브로 세상을 배운다. 올 초에 회사에서 신입 과제로 유튜브 채널 조사를 했었다. 트렌드 책을 여섯 권 정도 읽고 유튜브 책을 두 권 정도 보면서 얻은 결론이 있다면 사람들이 찾는 채널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 그 이유를 크게 분류하면 1. 정보를 얻을 수 있는가, 2. 재미를 느낄 수 있는가 둘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었다.
SNS가 일상으로 편입되면서 개인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 판이 열린 지 꽤 되었다. 블로그 시절부터 싸이월드, 페북, 인스타, 브런치, 아프리카, 트위치,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마음만 먹는다면 혹은 컨셉만 잘 잡는다면 큰돈을 벌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일로 직업을 가질 수도 있는 세상이다. 이를 있어 보이는 말로 정리하면 펄스널 브랜딩이 잘 된 사람이 팔로워를 모으고, 인플루언서를 응원/지지하는 팬들로 말미암아 기업보다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 브랜딩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내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페르소나가 존재한다. 세상에 내보이는 오프라인 자아는 모범생 타입의 근면/성실/정직으로 형성되어있는 반면, B급과 병맛 코드를 매우 사랑하며 디즈니를 끊지 못해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찾아 극장을 다니면서도 자기 계발서와 재테크 책을 살펴본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두고 채널별로, 계정별로 자신의 페르소나를 구분하여 활동하는 개념으로 '멀티 페르소나'를 이야기한다.
요지는 인간은 누구나 멀티 페르소나를 갖고 있기 마련이지만, 온라인 채널에서의 개인을 브랜딩 할 때는 명료하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말이 되겠다. 나는 온라인에서 어떤 캐릭터로 자리 잡아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학곰군'하면 000 하고 떠올릴 만큼 한 가지 분야나 키워드를 장악하거나 전문성을 보이지 못했고 나 자신도 현실 모습과 괴리감을 만들면서 나를 포장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포장은 요즘 세상에 분명히 필요했고 늦된 나는 뒤늦게 SNS 채널들을 뒤적이며 '나의 온라인 페르소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고민을 한다.
나는 몇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나다운 게 뭔데?'라는 질문을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병을 앓고 있다. 조금 후려쳐서 포장이라고 말한 '나'의 특성을 나는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는 나의 장점으로, 짙은 특성으로 생각하는 가치를 저평가하거나 나의 특장점이라고 생각하던 부분은 사실 평범하거나 평균 이하인 경우를 피드백을 통해 겪으면서 계속 혼란하고 혼동하며 살고 있다. 온라인 페르소나를 신경 쓸 때가 아니라 현실 자아부터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는 모먼트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규정할 수 없는 씨앗들이 많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나는 하나로 규정할 수 없지만 포텐을 가진 수많은 요소를 갖고 있어. 어디로든 갈 수 있고, 어디로든 확장할 수 있어!라는 믿음으로 다방면으로 키워나갈 수도 있을 게다. 이십 대 초반에 어릴 때부터 알던 아저씨께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더랬다.(언젠가 브런치 잡글 중에 인용된 적 있는 임팩트 있는 말이다.) '곰군아 너는 백지야. 뭐든 쓰는 대로 갈 수 있단다.' 그때 고개를 끄덕거리던 지금의 내 나이의 사촌 형의 표정이 요즘에서야 이해가 된다. 책임질 것도 다 엎고 다시 시작했을 때 잃을 것도 적은 지금은 적기다. 여태 개인의 특성이나 장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남들 앞에 보여줄 만한 멋진 모습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지금부터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 아닐까.
온라인 페르소나라는 말을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공부하면서 만들어가야겠다. 하고 싶다나 바란다로 끝맺지 않고 긍정적으로 발전시켜나가려 한다. 내가 잘할 있는 것으로 시작해서 종국엔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