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영감을 주는 시카고 모먼트
뭐라도 쓰기 25번째
흠 없이 탄탄한 문장과 엉성하지만 영적인(?) 느낌을 주는 문장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난 망설이지 않고 후자를 고른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끌리고 매혹되는 그 이상함은 읽는 이에게 영감을 준다. 나는 특히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머리에 전구가 팟! 하고 들어오게 하늗 평이하지만 통찰력 있는 문장을 좋아한다, 좋은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 모먼트들을 임의로 '시카고 모먼트'라고 부르려 한다.
시카고 모먼트를 구사하는 작가들을 사랑한다. 어제는 오랜만에 카프카 작품집을 읽다가 잤다. 그의 '단식 광대'는 역시 최고다. 동물원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아도 신념을 지키는 단식 외길 인생은 최고다. 하지만 카프카는 다만 단식을 장기로 하는 광대를 그리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를테면 신념을, 아집과 고집을, 선택과 집중을 인물에 비유하여 세계를 만들었을 게다.
집콕이 일상화되며 사람들은 실물보다 표상과 비유를 보는 일이 많아진다. 그들이 보는 건 실체가 아니라 의도가 투영된 무언가이며, 이 무언가의 본질은 의미를 잃어버린다. 그것이 본래 어떤 것이었는지 보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해졌다. 그렇기에 비유는 힘을 잃고 수단으로 전락한다.
단식 광대가 지키고자하는 불꽃도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그들이 후려치고 싶어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그것이 맞다고들 믿게 된다. 그런 평가 속에도 지켜야하는 가치. 소중히 여기는 개별성에서 나는 시카고 모먼트를 발견한다. 시카고 모먼트 속에선 일상에서 꺾었던 고집과 자존심과 잠재력이 용솟음 친다. 설명하지 않아도 나일수 있고, 글자만으로도 나임이 드러나는 아이덴티티의 순간. 나도 시카고 모먼트에 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