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넘쳐 흐르는 것과 쥐어짜는 일

뭐라도 쓰다보니 27번째

by 이요마

리디북스 아티클을 보다가 문득 연재 노동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개 자신의 일을 하는 와중에 원고도 쓰는 이들이었는데, 어떻게 매주 양질의 글을 뽑아낼 수 있을까.


예전에는 글쓰는 사람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것 같다. 마감의 요정이 찾아와 마법봉을 휘두르면 졸졸 흐르던 창작의 샘이 콸콸 쏟아지며 일필휘지로 쓰는 그런 것 말이다. 글쓰기 책마다 쓰인 '글쓰기는 힘들다. 지난한 과정이다.'하는 말은 그저 둔재들의 푸념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한동안은 내게도 넘쳐 흐르는 글의 샘이 있었더랬다. 수질(글의 질)은 보장할 수 없지만 양은 양껏 채울 수 있었다. 쏟아지는 것을 나는 받아다 채우면 될 뿐이었다. 그때의 나는 글만 쓰며 내 콘텐츠로 먹고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2-3년 사이에 그 샘이 마를 것이라는 계산은 전혀 하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며 하고 싶은 말도 할 말도 사라지고 그냥 날 가만히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아지면서 샘은 차차 말라갔다. 국문과 짬밥으로 간간히 생기는 글쓰는 업무나 독립출판 프로젝트에 실리는 글은 위태롭게 쳐냈지만, 점차 버거움을 느낀다. 이제야 생각해보면 돈은 없고 시간은 많아 세상에 할 말이 많던 그때이기에 차고 넘치던 에너지를 나는 재능으로 착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쥐어짜서 목적에 맞는 것을 쳐내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기에 매주 새로운 콘텐츠로 정보 제공 혹은 읽는 재미를 주는 연재 노동자들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관개시설을 잘 마련해서 분량에 맞게 수도꼭지를 틀어 필요한만큼 에너지를 사용하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소진되지 않고 언제나 찰랑찰랑 에너지를 유지해 퀄리티를 보장하는 그들을 본받고 싶다.


소진되지 않는 허슬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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