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아무것이 되어야지

뭐라도 쓰기 33번째

by 이요마

친구들과 독립 잡지 3호를 마감하고나서 다짐했다. 그래 이것만 끝나면 진짜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겠노라고. 우선 새벽 3시에 자던 생체 시계를 다시 돌리고, 마감한다고 미뤄뒀던 약속들을 잡고, 갑자기 몰아치는 회사일을 처리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2주가 지났고 우울감이 몰아쳐와 결국 아무것도 안하고 잠으로 도피하는 나를 발견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생산적인 일을 도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라고 위로해보지만 나는 오늘도 아무것도 안했구나 하는 자책감과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다보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조급함이 나를 괴롭게 한다. 하루에도 몇번씩 아. 이 일을 오래는 못할 것 같다. 나는 이 일에 너무 안맞는 것 같아. 나는 이 일을 평균보다 못하는 사람이야 라고 자책하다가도 그래 이정도면 내가 좋아하는 바운더리 안에 있는 일이 아닐까. 동료들도 선배들도 회사도 다 좋으니 이만한 곳을 찾긴 어려울 거야. 하는 생각을 하며 오락가락 한다.


아마도 목표도 바라는 것도 없어서 오는 지침이 아닐까 하고 진단해본다. 한편으로 직장을 벗어난 나의 모습을 그리기 어려워서 오는 불안함과 무서움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퇴근 후 뭐라도 해야돼 라는 강박을 갖는 이유는, 회사를 나와선 난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것이라도 되고 싶은 마음과 따라가지 않는 몸 사이에서 갈등하나보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아무것이 되어야지. 지금은 뭣도 아니지만 언젠가 뭐라도 되기위해 조금씩 쌓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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