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원고료 1,000원 프로젝트
뭐라도 쓰기 36일친
뭐라도 하지 않으면 훗날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은 종일 하는 요즘이다. 지금도 분주히 몇 개의 프로젝트를 돌리고는 있지만 나의 가능성과 쓰임을 나 스스로 제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더 나은 방향으로 또 지금은 잘 모르지만 점차 좋아하는 일을 하는 방향으로 종국에는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사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금부터 사전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몇 년 전 신촌에 사주를 보러갔다. 길진 않았지만 취업 준비생시절 마음이 답답해서, (그때도)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혼자 찾아갔더랬다. 앞 손님을 기다리며 아이스티(사주카페는 음료를 자리값으로 받는 경우가 많다.)를 마실 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글 써서 먹고 살고는 싶은데... 이쪽으로 가면 가난을 평생 면치 못한다던데... 취직이 답일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텔러에게 듣고 싶은 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주인 아저씨는 나의 생년월일시를 듣더니 제일 먼저 이 말을 했다.
너는 돈을 너무 좋아해. 일을 시작하다가도 돈이 안 되면 의욕이 안 생겨.
초면에 반말로 풀이를 읊는 데서 오는 반감 때문에 고깝지 않게 들었던 20여분간의 풀이 시간. 역설적으로 내가 스스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이 집 별로네. 라고 생각했던 그 첫 말만이 수년이 지나서도 기억에 남는다.
돈 걱정을 안해보고 산 적은 없었지만, 내 한 몸 누울곳과 입고 먹을 수 있고 조카 생일 선물 사줄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왔는데 돈 욕심이 그득하다니!
밤 산책을 나와 걷다가 문득 그 말이 생각났고, 돈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몇 년 사이 나는 좀 더 속물적으로, 현실적으로 행동하고 매사 타협적인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돈이 안 되더라도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던 과거를 지나서 예술 아니더라도 돈은 벌고 싶은 지금이 되어 있었다. 과거를 추앙하며 지금을 애써 부정할 필요는 없기에 나는 돈욕심이 있다는 그 말을 인정하기로 했다.
허나 돈욕심과는 어긋나는 가치는 여전히 지키고 싶었다. 나의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사람이 되는 것은 꾸준히도 미뤄왔지만 수년간 남아 있는 작은 소망이었다. 그래서 기회를 만들어봐야겠다 다짐했다.
지난 4년간 브런치와 티스토리에 남들에게는 그냥 뻘글이에요. 라고 소개하는 이런 저런 글들을 세보면 (지운것까지) 250편 정도 된다. 하지만 내 표현을 빌려 뻘글로 평가한 글들은 내게 고료를 가져다주지 않았다. 그 사이 수많은 브런치를 통해 책을 내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고료를 받거나 강연을 하며 기회를 잡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는 스스로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그들이 부러웠던 것 같다. 이것을 인정하기까지 꼬박 4년이나 걸렸다니 우습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생각했으니 다행이라고도 생각한다. 아니, 브런치 작가 뿐만 아니라 글과 책으로 돈을 버는 모든 사람을 질투했다. 질투는 질투에만 그치고 나는 어떠한 변화를 위한 시도를 멈췄더랬다.
남을 평가하는 입장이 쉽고 간편했고, 노력해서 글 생산하나 비아냥거리나 고료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으니 편한 길을 택하고 스스로를 못나다고 생각했다. 엄청난 계기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일상은 이어지고 시간은 흘렀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며 아무것도 안하다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것이라는 불안함은 계속되었다. 늦었지만 외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란 것을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간 나를 둘러싼 핑계들을 걷어내고 나니 부족한 게 보였고, 채우고 싶어졌다. 그리고 욕망하고 싶어졌다.
뻘글이라고 낮춰말하던 태도는 글에 자신이 없음을 에둘러 말하는 것이었다. 너 못한다고, 그거 틀렸다고 누가 말할까봐 먼저 선수쳐 자기비하한 것이다. 이제는 그러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원고료 1,000원 프로젝트는 함께 뭔가를 도모하고 있는 J님과 대화를 하다가 문득 생각났다. 이대로 살수 없다며 찡얼거리다가 문득 내기를 하자는 제안을 하게되었고, 4/4분기 각자 미션을 걸고 이뤄보자는 조건으로 딜이 되었다. 서로의 이탈을 막기위해 30만원을 거니 갖고 태어난 팔자가 돈욕심맨인 나는 동기부여가 더 된 것 같다.
내가 건 작은 미션은 도서 리뷰 / 습작 쓰기를 올해가 가기전에 50개 기록을 남기거나, 글로 5만원 수익을 내는 것이다. 50개의 기준은 나의 글을 편당 1천원이라 생각하고 자력으로 5만원을 채워보자는 취지다. 110일 남짓 남은 올해 이틀에 한 번은 기록을 남겨 '고료 받는 삶'을 욕망하며 가고싶다. 점차 몸값을 높이며 고료만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