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피스 대학교의 마이크 가솔 교수는 지난 10월 플로리다에서 개최된 TED 컨퍼런스에서 'Real World make neverland'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그는 멤피스 대학교의 학생 1,133명을 대상으로 '일상 대화가 인간의 행동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던 시절의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때의 저는 비관적인 당나귀였죠. 믿고자하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어요.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아마도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한 번 시작해보지요. 과거의 제가 증명하고 싶던 가설은 무엇이었을까요?"
가솔 교수는 왼손으로 자신의 이어마이크를 만지작 거리면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는 탁상에 있는 생수를 한 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 그래도 강연을 준비하면서 TED 영상을 200편 정도 봤어요. 다들 질문을 하는데 여러분이 답하는 건 세어보니 14편정도 되더라고요. 괜찮아요. 다 그런 것이니까요."
방청석에서 박수가 나오고 몇몇은 손을 들기 시작했다.
"신뢰도는 떨어지겠지만 이제 제 강연이 TED에서 7%밖에 안되는 특별한 영상이 되겠군요. 미안하지만 손을 내려주세요. 애석하지만 저는 93%의 확률을 생각해서 자문자답하는 레파토리를 준비해왔답니다."
가솔 교수는 멋쩍게 웃으며 포인터로 준비해온 자료 화면을 넘겼다. 화면에는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일 수록 계획적인 행동양상을 보인다.>라는 명제가 나타났다.
"비관적인 당나귀는 불평하기를 좋아합니다. 불편에 대한 불평이 인간을 더 편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지금도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렇지만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지요. 저와 비슷한 사람은 비슷한 행동 패턴을 보일거라고 생각한 게 제 오만한 추측이였습니다."
그는 포인터로 화면을 넘겼다. 이번엔 각종 그래프와 %가 기록된 논문의 한 부분이 나타났다.
"화면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틀렸다는 말을 줄줄히 써놓은 것일 뿐이니까요. 요는 간단합니다. 인터뷰이가 긍정적인 말을 하든 비관적인 말을 하든 학생들은 계획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사실 1,133명이나 조사할 필요가 없는 실험이었죠. 하지만 그런 시답잖은 결론이었다면 이 자리에 서지도 않았겠지요. 재밌는 정보 하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엔 <현실적으로, 실제로> 라는 단어와 도표가 나타났다.
"실험은 인터뷰이들과 5분정도 대화 설문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사전에 동의를 구해 설문 내용은 녹취로 기록해두었고요.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혹은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지에 대해 Yes or No 형식의 답변을 한 그들에게 이내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를 구현하기 위해 혹은 회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합니까?> 라고 물었죠. 꽤 많은 수의 실험 참가자들이 이 갑작스러운 물음에 '현실적으로'와 '실제로'라는 단어를 사용해 답했습니다. 비관적이든 낙관적이든 상관 없이요."
가솔 교수는 무대의 가운데로 걸어갔다. 화면 정가운데에 그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그는 왼손으로 마이크를 만지며 말했다.
"두 집단 모두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현실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를테면 뜬 구름 잡는 일보다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겠다거나, 현실은 어려워보여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해나가겠다는 답변처럼 말이에요. 물론 이 정보들은 나중에 기록들을 분석하면서 알게된 사실이죠. 가설 검증과는 거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팀은 의도치않게 또 다른 정보를 얻게 되었는데요. 바로 화면의 그림자 같은 어두운 면이었습니다. 계속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고 싶지만 저는 식물이 아니기에 광합성 대신 비타민 D를 먹는 쪽을 선택하겠습니다."
가솔 교수는 '이제 되었다.'라고 생각하면서 바닥을 봉셔 웃음을 머금은채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방청석은 조용했고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한 그는 괜스레 멋쩍어 흰소리를 했다.
"비타민D는 햇빛을 받을 때 형성되죠. 하하. 위험을 감수하고도 얻어내야할 것이죠."
여전히 반응은 없었고, 그는 생수를 들이켜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던 말을 이어갔다.
"저희 연구팀이 준비한 질문 중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고른 선택지와 다른 것을 고른 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것은 맥거핀이라고 할까요. 사실 저희가 검증하고자 한 것은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였지 실험 참가자들이 '낙관적인지 비관적인지'는 아니었거든요. 낙관적이라고 말하며 부정의 의미가 담긴 단어를 쓰는 이도 그 반대 사례도 있었습니다. 질문의 의도를 알면 의식적으로 검열을 할까봐 실험을 살짝 뒤튼 것이죠. 그런데 가짜 질문에서 재밌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시 '현실적으로'라는 단어들이 등장한 것이죠."
화면이 바뀌고 현실의 사전적 정의가 나왔다.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나 상태
"1.133명의 참가자 중 약 54.8%인 622명의 응답자가 '현실적으로'라는 워딩을 사용했습니다. 이 622명 중 597명의 응답자가 비관적인 미래를 선택했고 나머지 25명은 낙관적인 쪽을 골랐죠. 하지만 저희의 진짜 분류 방법. '부정적 혹은 긍정적 인 단어를 사용하는가'로 나누었을 땐 618명이 전자의 케이스였습니다. 그리고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한 나머지 넷은 낙관적 미래를 전망하는 일관성있는 사람들이었고요. 사례가 몇 안되어서 그들의 응답은 적어왔습니다. 다음과 같았습니다. 화면을 보시지요."
ㅡ현실적으로 안된다고 포기하지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봅시다.
ㅡ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가 함께 노력하면 현실적으로 조금씩 바꿀 수 있어요.
ㅡ어쨌거나 현실은 나 하기 나름이죠. 난 가능하다고 봐요. 당신도.
ㅡ현실은 지금 당신이 달라질 여지를 보여준다 생각해요. 할 수 있어요.
"에너제틱 했습니다. 그들의 메시지에 사용한 현실은 변화가능한 것, 극복해야할 것 같은 의미로 쓰였습니다. 행동이나 생각의 변화를 촉발하는 요청이 연달아 나왔지요. 그럼 나머지 618명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화면을..."
가솔 교수는 포인터를 화면을 향해 조작했으나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화면이 나오지 않네요. 제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말로 할게요. 아마도 유투브로 이 영상을 보시는 분들께는 편집된 화면이 나가겠죠? 어때요. 자연스럽지 않았나요? 제가 아까 TED 영상 200여편을 보고 왔다고 했었죠. 중간에 어색하게 잘린 영상도 사실 조금 세어보았답니다. 여덟편이었지요. 여러분은 4%의 강연을 보고 계신겁니다. 하하."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가솔 교수는 물을 마시고 말을 이었다.
"아까 비타민 얘기할 때 이런 반응을 원했는데 지금이라도... 아닙니다. 여하튼 618명의 '현실'을 언급한 부정적 단어를 쓴 이들의 답변은 어땠을까요? 맥락상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라든지 '이젠 현실적으로 고민해보자.'하는 답이 나와야할 순서죠. 네 여러분의 생각이 맞았습니다. 그들은 현실을 불변의 가치, 지켜야할 가치로 인식했지요. 결과를 보고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다시 처음으로, <이들은 현실을 지키기위해 계획적으로 행동하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타인에게 던지는 '현실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은 자신에게 취하는 잣대와는 다른 기준이 있는 모양입니다.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긴 시간 이야기를 했지만 애석하게도 이 데이터는 공적으로 검증된 데이터가 아닙니다. 내릴 수 있는 결론도 도출되는 데이터도 사실 별 의미없는 수치입니다. 뻔한 '당신 마음가짐에 달렸다.'라는 결론을 내리려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분명히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의 한계가 있는 '사람'들이지요. 이중잣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특성이고 회피욕구와 지배욕구의 발현이기도 합니다. 그 자체를 비난하고 싶진않습니다.
다시 우리는 리얼월드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현실'은 리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어를 위한 단어로 '현실'이 쓰인다면 우리는 어느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일까요. 지금 당신의 세상은 네버랜드처럼 이상적입니까. 아니면 피하고 싶은 별로인 곳입니까. 어느쪽이든 상관 없습니다. 저는 제자신을 위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진짜가 되자고. 어떠한 리얼 월드에서도 나 자신만은 리얼이었으면 좋겠다고. 저는 선언합니다. 하나의 인간으로서 진짜의 삶을 위해 일관성을 유지하겠다고요. 가솔 아웃.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