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손으로 팔자꼬는 마감자의 인생

떨어진 체력과 욕심과 정신력에 대하여

by 이요마


친구한테 들은 말이 있다. 모 직업군의 사람들이 자조적으로 한다는 말.


내 팔자 내가 꼬았다.


사람은 저마다의 사정을 감안해 선택을 하고,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온전히 책임을 갖는다. 나는 스스로를 수동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삼십 년 가까이 살아오며 내가 결정한 것은 얼마 없다고 생각했었다. 허나 돌이켜보면 꼭 그랬던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의 선택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에 타인과 비교하여 얼만큼 더 어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내가 하고싶은대로 선택할 수 없어!'라는 자기확신이 여전히 서있는걸보면 영향이 적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은 자신의 생존과 안녕에 더 유리한 선택한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선택하는 것은 '자신이 살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나는 내가 하고싶은대로 선택하지 못했다는 말은 어쩌면 모순이다. 사실 '포기'함으로서 얻는 심적 면죄부와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음으로)지켜온 균형을 깨뜨리지 않았다는 안도감도 알게모르게 얻고 싶었던 요소였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억울하지만 나의 수많은 '포기하는' 선택들도 내가 할 수있는 최선의 선택들이었을지도.


지나간 일들이 억울하다는 건 아니다. 여전히 나는 플랜B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고, 포기하는 것들 역시 많다. 달라진 점은 포기하되, 타협하지 않는 부분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요즘 나는 마감에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마감은 자신과의 약속이고, 마감이 쌓이다보면 기회가 생긴다는, 어쩌면 뻔한 말을 믿고 증명하고 싶어한다. 그 약속을 지키기위해 최선을 다하려한다.


최선을 다하는 행동이 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생의 최우선 순위를 마감에 두었고,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패널티(?)를 주기도 했었다. 허나 1년사이에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체력이다. 얼마간 아팠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체력과 속도의 발란스가 깨지면서 조정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 같다. 잘 조정해서 다시 시작하면 되겠네. 하고 끝내면 좋겠다만은 나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 섰다.


욕심과 조바심


욕심에 비례해 마감을 칠 수 있는 체력이 부족하고, 체력이 떨어지니 의욕이 사라지고. 와중에 욕심은 점점 커져 나에게 더 많은 것들을 바라고, 그 욕구를 해소할 기력이 없어 실패하고 또 실망하고. 힘을 쥐어짜내어 개선해보려다가 조금의 비판이나 약간의 조롱에도 다시 자빠져 나같은건 아무 쓸모도 없어라며 자책하기를 반복한다.


쉬라고 해도 하지 못했다는 좌절이 와 쉬지 못하고, 그렇다고 뭔가를 한다고 해도 이젠 확신이 없으니 의욕이 떨어져 이렇다할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신체를 뛰어넘는 정신력으로 세이콘식 정신교육 느낌으로 나를 계속해서 대하는 이유는 조바심 때문이다. 지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수백 가지 이유가 날 압박하고, 지금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안해서 오는 괴로움도 찾아온다. 나는 오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음 편하게 푹 쉬다가 다시 시작하라는 말도, 몸과 마음 갈아서 만들어진 성공 신화는 허상이라는 말도 잘 들리지 않는다. 더 이상 나는 스스로 피해자이고싶지않다. 하고싶은데 하지 못했다고 찔찔거리기엔 나이를 많이 먹었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만은 통제하고 싶다. 나는 나를 믿고 싶고, 어떤 핑계도 대지 않고 조용히 증명해주었으면 한다.


아마 이 글을 쓰고 나서 내일의 나는 또 마감을 어길 것이다. 난 또 슬퍼지겠지.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어 사는 피곤한 사람이다. 2019년도에는 나를 믿고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매년, 매달 때로는 삼일에 한 번 쓰는 출사표를 또 쓴다. 되는대로 많이, 어떠한 주제라도 상관없이 괜찮은 품질을 내는 마감자가 되고 싶다. 아니, 되려 한다.


할 수 있는 만큼. 거기서 조금만 더. 나는 성장하고 싶고, 좀 더 발전하고 싶다. 다시 Bloody Masterpiece(블러디 매스터피스)를 '꿈꾸는' 나로 회복할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마감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 1월 1일부터가 아닌 오늘부터. 누구의 핑계도 대지않고 내 팔자는 내가 결정하고 싶다.


2019년에는(아니, 내일부터라도) 가능한 주 2회는 서평을 써보려고 한다. 많이 읽고 내 생각을 많이 쓰는 연습을 할 것이다. 그리고 말로만 하고 지키지 않았던 '내 글' 쓰는 일도 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지치지않게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좀 건강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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