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오르막길

뭐라도 쓰기 39번째

by 이요마

퇴근길은 평지이지만 고도가 약간씩 높아지는 길을 지난다. 어제는 자전거 기어를 낮추고 혼자 흥얼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사라다 사리원 원님은 라카제트 저릿한 한강은 스케이프 열두마리 열넷은 열여덟 십팔 로무카르소 가리봉동 아이스 레베카

되는대로 말을 이어가고, 가끔은 시팔새끼 저팔새끼 욕도 지껄이면서 페달을 밟으니 힘이 덜들고 좋았다. 마스크를 끼고있으니 망정이지. 지나가는 사람이 없기에 망정이지. 하면서 오는데 해지는 풍경도 멋지고 집도 가까워 좋은데 왜 자꾸 도망가고만 싶을까 생각했다.


뭐라도 되야지. 성과를 내야지. 증명해야지. 하는 맘 속 자기계발맨과 그러다가 몸도 마음도 지치면 아무것도 안된단다. 좀 너 자신을 내버려두렴. 하는 퇴근의 요정이 뒤엉키면서 이도저도 아니고 힘들어지는 게 아닐까 싶더라.


오늘은 직장 선배에게 시집을 선물 받았다. 동료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손수 적어 나눠주는(감동 모먼트) 그 책을 받아들고 읽다가 문득 미안하고 고마웠다.


선배는 늘 견디고 있었던 것 같았다. 울고 싶은 마음도 힘들어 죽을 것 같은 마음도 사라지고 싶은 마음도 나의 조악한 단어들로는 1퍼센트도 담을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연휴 쉬는 동안 그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볼 생각이다.


다들 아프지 않고 행복하기를. 소중한 걸 소중히 여길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기꺼이 소중한 것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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