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통찰 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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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글 마지막 문단)
나는 원오브 댐이고 싶어하는가. 예전엔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겸양의 표현이지 그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보내는 일상을 보면 점점 스스로를 들러리로 만드는 행동들도 나를 채워가고 있는 것 같다. 프로세스의 시작은 목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부터. 너무 길어지니 이건 파트투로 좀 더 고민을 하고 이어가봐야겠다.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면 고민은 딱 저기까지였다. 나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은 나중에 해야지하고 쭉 미루다가 또 한번 현타를 맞이하는 일들. 이번만은 미루고 싶지 않아서 우선순위를 두고 글을 써보면서 답을 찾아가볼 생각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니 오글거리기도 하고, 왠지 부끄럽기도 하다. 2015~2017년에는 확고했다.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 추상적이긴 했지만 자신은 있었다. 에세이든 리뷰든 소설쓰기든 무언가 쓰고 있을 때 행복했고,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좋았고(주로 브런치), 힘이 들지 않았다. 지금은? 시간을 짜내서 글을 써야하고, 내 글을 읽어주기를 바라면서도 괜히 부담스럽고, 힘은 준내 든다. 4~5년전과 지금의 차이는 무엇일까.
지난 2~3년간 나는 글쓰는 자아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외려 트렌드/마케팅을 공부하는 일, 미국주식 투자하는 방법, 비트코인 차트보는 법, 야구 카드 재테크 하는 법 같은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더 많이 좇았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그렇다고 내가 돈이 엄청나게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이 기간동안 안쓰고 아끼고 굴리고 때론 잃어가며 모은 시드머니가 생겨 경제적으로는 그나-마 미래를 도모해볼 여지는 생겼다. 그렇지만 얼마를 모은다거나, 현금 흐름을 좋게해서 월 수익 얼마를 만든다는 개념으로 접근한건 아니다. 그냥 돈놓고 돈먹기 게임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럼 나는 왜 돈놓고 돈먹기에 빠졌을까. 다시 첫 글에서 얘기한 쉽게가고 싶은 마음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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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는 쉽게 간다고 썼지만, 2~3년간 뒤늦게 따라가보며 깨달은 바가 있다면 그렇게 쉽게 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아주 소수고, 그들 또한 이 분야에서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엄청난 공부와 노력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적은 노력 투자 대비 고효율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는 섹터는 지구 어디에도 없다는 것, 지금의 나처럼 어쭙잖게 찔러보는 거라면 내가 부자가 된다거나, 사업가가 된다거나, 성공한 사람이 되는 길은 절대 갈 수 없다는 것을 내심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부정했다.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은 있을 거라고, 뭘해도 비효율인 나의 삶을 꿀 따먹는 길을 통해 조금은 뒤집어보고 싶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길은 진짜로 없었다. 다만, 어떤 이는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연습해서 방법론을 개척하는 경우는 있었는데, 이것또한 결국은 시간과 자본과 노력의 투입의 결과라는 걸 부정하긴 어려웠다.
그럼 내가 이렇게 쉽게가고 싶어하면서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에게 계속 질문해보았다. 그리고 이게 아닐까 하는 키워드에 닿았는데, 그건 리스크였다. 위험 감수. 나는 리스크를 지는 일을 정말 두려워했다. 무언가에 올인하거나, 푹 빠지거나, 뒤가 없이 달려들지 못했다. 글쓰기를 처음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제대를 하고 월화수목금 학원에서 알바를 하던 시절, 수업을 마치고 학원 출근까지 애매하게 뜨는 1~2시간 나는 혼자 카페에 가 있었다. 달리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었고 과제를 하기도 놀기도 어중띠어 그냥 혼자 시간을 보냈다. 그때 나는 취미를 갖고 싶었다. 제대 뽕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매일 1~2시간 활용할 수 있는 취미, 지금부터 익혀두면 30년도 할 수 있는 취미, 취미가 업이 될 수 있는 취미를 시도했다. 그때 선택한 글쓰기는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골랐다.
노트와 펜 혹은 휴대폰 메모장, 학원 문제풀이 프린트 이면지, 다이어리... 쓸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마음대로 썼다. 그때 만들어낸 공식적인 내가 이 취미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잘 못해서'라는 것이었고, 제법 그럴듯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를 붙여서는 안되었다. 마법의 주문처럼 나는 말하기를 못해, 말주변이 없어 하면서 나를 옭아매는 역효과를 만들었고, 조건이 걸린이상 말하기의 저주가 풀리면 나는 글을 쓸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여전히 말을 버벅대는 바람에 글쓰기를 놓고 있지는 않지만, 후천적으로 노력한 사회성이 자라면서 글쓰기와는 좀 멀어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취미에는 돈이 든다. 나는 나에게 투자하는 데 박했다. 그시절 나의 글쓰기는 나를 쥐어짜는 방식으로 일어났다. 유럽여행을 가고 싶어 돈을 모으다가 엎어진 이야기를 A4 50p에 걸쳐 썼다. 치킨집 아르바이트 오다가 현타온 이야기, 학원에 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반성하는 점, 공무원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는 인간 군상들, 사라진 노량진의 육교까지 소설을 빙자해 마음에 담긴 슬픔과 힘듦, 괴로움과 우울함을 쏟아냈던 것 같다. 그래서 쓰는 동안은 마음이 풀렸던 것 같다. 때론 내가 쓴 걸 보고 울기도 하고, 이건 진짜 잘 썼다 기뻐하기도 하면서 스스로 만족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내가 좀 더 나아가고 싶었다면 좀 더 걸었어야 했다. 나의 밑바닥까지 다 훑어보고 픽션에 내던지거나, 휴학을 때리고 작법 공부를 하면서 폐관수련을 해서 결과물을 내거나, 그도 아니면 작가들을 찾아가거나 책을 엄청 읽어서 레벨업을 했어야 했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왕복 4시간의 통학을 이유로, 아르바이트로 사라지는 시간들을 이유로, 장학금을 타야한다는 이유로, 얼른 졸업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유로. 나 자신을 온전히 다 드러낼 용기가 없었기에 나는 적당히를 선택했다.
한때는 나는 나의 글쓰기를 두고 '누구보다 진실한 글을 쓸 수 있다'고 자부했었더랬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나는 척을 하고 있다. 노력하는 척, 지친 척, 위로 받고 싶은 척, 아픈 척, 고민하는 척, 공부하는 척. 진실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 함량이 10% 아래로 점차 내려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매력은 떨어지고, 푸념은 많아지고 누군가에게 내보일만한 글의 모양새는 만들어져도 알맹이는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기분이다. 이 또한 알고 있었다. 다만 부정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다시 글쓰기로 승부를 보고 싶은가? 라고 묻는다면 확답을 할 수가 없다. 나는 달리 무엇이 있어 진솔하지 못하게 된걸까.
여기까지 쓰다보니 나의 프로세스는 글쓰기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으로 잡혀있는 것이 보인다. 펜과 종이만 있다면 어디서든 내 마음을 진실하게 쓸 수 있다는 마음에 하지 못할 이유들이 개입하고, 글쓰기를 공부하고 연구하고 연마할 시간에 다른 우선 순위들 이를테면 재테크나 카드 수집 같은 것이 치고 들어오며 우선순위를 뒤집었다. 그 이유는,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기 때문인 것다. 내게 글쓰기는 이꼬르 솔직해지기다. 척의 세계에 빠져서 남들 앞에서 경제적으로 덜 꿀려보이고 싶어서(지금은 아무것도 없지만 재테크를 하다보면 돈 걱정 안할 정도로 멋진 척 할 수 있게 될거야), 문화적으로 덜 뒤떨어져 보이고 싶어서(나는 출판사도 다니고 책도 준내 많이 읽는다구!), 아무 것도 없을 때의 나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점점 나와 멀어지고 싶었던건 아닐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번 글에서도 답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이렇게 쓰다보니 내가 애써 피하고 싶던 마음들을 조금은 건져올리는 것 같아 후련하기도 하고 쪽팔리기도 하다. 나는 무엇을 바라는가. 이 질문을 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