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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Nov 13. 2021

[2021] 리디북스_우주라이크소설 Part.1

K픽션 아카이브 - 단편들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21] 리디북스_우주라이크소설 Part.1 | 이요마


0. 들어가며

서점에서 소설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단연 표지와 제목이다. 영화의 포스터처럼 직관적으로 이 책이 어떤 내용일지 짐작해보고, 흥미가 생긴다면 꺼내드는 것. 업계인이나 독서량이 쌓인 독자라면 판권면을 들춰보거나 인터넷 서점에 작가 이름을 검색하며 가늠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넥스트 레벨의 영역이다. 소설에 재미를 붙이는 단계에서만큼은 나는 표지와 제목이 팔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전자책서점 리디북스에서 기획한 우주라이크소설 시리즈는 적은 기회비용으로 충분한 재미를 가져다주는, 독자에게는 좋은 기획이라 생각한다.


1. 전자책 단편의 매력

우주라이크소설 시리즈는 매월 8명의 작가의 단편을 전자책으로 만들어 각각 판매하는 단편 프로젝트다. SF, 미스터리, 추리, 공포 등 장르문학의 재미를 주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고, 같은 소재를 다르게 쓰는 앤솔로지와는 다르게 저마다의 작품세계를 담은 완결된 단편을 보여준다.

분량은 아이폰12프로기준으로 리디북스 앱에서 35-50페이지 사이로, 일반적인 종이책 단편 기준인 200자 원고지 70-80매 정도 되어보인다. 이 분량이 많아보일 수도 있지만, 인공성우가 읽어주는 TTS를 1.3배속으로 돌리면 30-40분 안에 다 들을 수 있어 동네 한 바퀴 돌면서 듣기에 부담없는 양이다.

우주라이크소설의 장점은 우선 가격에 있다. 여러 작가가 참여하는 앤솔로지 도서의 경우는 원하든 원치않든 모든 참여작을 보아야 하지만, 이 시리즈는 각각의 작품을 독립적인 전자책으로 제작해서 판다. 가격은 영구소장 3,000원, 90일 대여는 1,500원으로 커도 커피 한 잔, 작으면 마이쮸 두 개 정도의 가격으로 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나 미메시스 테이크아웃 시리즈  같이 물성이 있는 책을 통해 1만원 내외의 중장편, 단편+일러스트를 사야했지만 텍스트만 효율있게 즐기고 싶은 독자들에겐 대여로 얼른 읽고 다음 독서로 넘어가기엔 전자책 단편이 적합하다. 다만 종이책처럼 책장에 모아가는 재미가 없다는게 단점이라면 단점.

더불어, 이런 시리즈의 강점은 독자들이 작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거나, 제목만 보고 진입했는데 재밌어서 전작까지 찾아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나의 작가를 찾아갈 수 있다. 나 또한 처음 무슨 책을 읽어야할지 모를 때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를 통해 배명훈, 정세랑, 최진영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들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면서 독서경험을 넓힐 수 있었으니까. 우주라이크소설의 작가풀도 주목받는 신예부터 베테랑까지 다양하니 나만의 작가를 발견하기에 좋다.

시리즈 소개가 길었다. 현재 40편 올라온 시리즈 중 8편을 먼저 읽고 왔다. 주제나 월별 업로드 회차별로 묶은 것은 아니고 제목과 표지만 보고 고른 8편이다.


2. 8편 소설 리뷰

1.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존 프럼, RIDI, 2021
2. 악플러, 정명섭, RIDI, 2021
3. 충동: 오버 더 레인보우, 조영주, RIDI, 2021
4. 소음충, 조영주, RIDI, 2021
5. 되는 일 없던 이운식 씨의 눈썹, 박상, RIDI, 2021
6. 보름, 정해연, RIDI, 2021
7. 그리마의 집, 박지안, RIDI, 2021
8. 퍼펙트 페이스, 전삼혜, RIDI, 2021

2-1)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하반신이 불구가 된 ‘나’ 앞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찾아오고, 로그아웃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 지금의 삶은 익스트림 리얼라이프라는 게임 속 ‘나’이며 내가 하드모드로 설정했기에 이렇게 삶이 안풀린다고 하는데…


제목과 침대만 봐서 가상세계로 접속해 이런 저런 모험을 하는 얘기겠거니 하고 읽기 시작했다. 제발 ‘시발 꿈!’엔딩만 아니기를 바랐는데 웬걸 짧은 분량에도 독자를 이러저리 흔들며 데려가는 핸들링이 예사롭지 않았다. 존 프럼 작가의 다른 이야기더 찾아보고 싶어지는 작품.


2-2) 악플러

데스트니 출판사의 스타작가 나준현의 신간 출간 가념 독자 모임에 참가하게된 윤상현(나)은 편집장으로부터 주기적으로 준현의 신간 리뷰에 악플을 다는 범인을 잡아달라고 의뢰를 받는데…


악플러 서사를 넷상이 아니라 소년탐정 김전일처럼 산장 미스터리로 푼게 신박했다. 작가를 둘러싼 가십들과 출판사 직원들의 고초(?) 그리고 범인을 색출해가며 벌어지는 사건들이 긴장감을 줘 재밌던 작품


2-3) 충동: 오버 더 레인보우

한 소녀가 두 소년을 죽였다. 여자 아이는 처벌이 어려운 촉법소년. 셜록함즈라고 불리는 강력계 함민 형사는 사건을 수사하며 내막을 알게 되는데…


제목으로 후킹이 되진 않았다. 대신 처음에는 오그라들었던 셜록함즈라는 명칭이, 캐릭터의 과거이야기들이 쌓이며 각인되고 더 보고 싶어지게된 이야기. 가장 오버랩되던 추리소설은 ‘매그레’시리즈였다. 셜록함즈가 자극적인 트릭을 푸는 천재가 아니라 사회문제를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소화하는 평범한 형사라는 것이 참 좋았다.


2-4) 소음충

밤마다 넌 못생겼어 라는 소음을 못견딘 한 여성이 오피스텔에서 투신한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그를 뒤로하고 함민 형사는 사건의 배후를 조사해가는데…


셜록함즈의 두번째 이야기. 충동보다 이 책을 먼저 읽었다. 밤마다 화장실로 올라오는 담배냄새와 새벽 한시에 풀스테레오로 태레비를 보는 옆집때문에 화가나 벽을 주먹으로 치다가 잠이달아난 어느 밤 읽었다. 전작이 촉법소년이 소재에 이어, 이번 편에서 층간소음을 잡은 건 시기적절했다. 함즈의 전사보다는 사건 관련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는 것도 시리즈물이 보일 수 있는 TMI모먼트를 스무스하게 넘긴듯. 다음편도 기대가 된다.


2-5) 되는  없던 이운식 씨의 눈썹

운이 더럽게 없던 이운식 씨는 빗길 사고를 당하지만 천운으로 다치지 않았다. 비운을 연구하는 한 박사가 준 명함 때문인 것일까? 이운식 씨는 연구소에 찾아가게 되는데…


박상 작가는 내가 대학생시절 알바를 같이하던 동료분이 추천해준 작가다. 소설집 이원식 씨의 타격폼은 그때의 나에게 센세이션은 이런 것이다 하는 충격을 가져다 주었더랬다. 하지만 15 진짜  , 예테보리 쌍쌍바를 거치며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 그 이유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여전히 글빨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유쾌하고 재밌다. 실없는 아저씨 개그도 왕왕 터진다. 하지만 그래서 애닲다. 내가 그의 작품에 충격을 받은 이유는 ‘개썅마이웨이 다조카 외길인생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책 작가의 말에서처럼 한 문장만 읽어도 박상이네 싶은 독보적인 존재감말이다. 하지만 그 한결같은 외길인생이 답보상태인 것 같다. 스뽀오츠 정신으로 내가 지키고 싶은 정신을 지켜가되 넥스트 레벨로 독자들을 이끌어주면 좋겠다. 그래서 아쉽고 슬펐다.


2-6) 보름

5년 전 농약을 먹고 자살한 아버지가 찾아온다. 할머니는 종국에게 지원금을 받기 위해 병원 진단서를 끊어달라고 요청하고, 여차여차 만난 보험 아주머니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여덟 편 중에 가장 분량이 많기도 했고, 몰입도 잘 되었던 이야기다. 반전의 반전의 반전도 재밌었지만, 주인공 종국이 참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와 자식, 가족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짙은 이야기.


2-7) 그리마의 

고은은 11년전 대학에서 만난 진호와 함께 산다. 몇년째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는 진호를 뒷바라지 하던 고은은 합격을 위해 명당터로 이사를 가는데, 밤마다 사각사각탁탁탁 뭔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그리마는 돈벌레라고 한다. 귀신보다 무서운 건 벌레고, 벌레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걸 다시금 확인하게 만든 이야기. 심리묘사, 특히 숨이 턱막히는 배신감과 억울함이 이야기를 끌고가는 게 몰입감이 좋다. 벌레 묘사는 생각보다 별로 안나오니 표지와 제목보고 돌아섰다면 다시 한번 재고해보시길.


2-8) 퍼펙트 페이스

이순신 장군처럼 생긴 면접자에 인상을 받은 임원 크리스는 개발직원들에게 위인 얼굴 분석 딥러닝 프로그램을 짜게 한다. 면접에 관상이 중요한 요소가 되자 성형외과에서 위인 얼굴 성형이 유행하는데…


관상은 사이언스라는 말마따나 참 유쾌한 소설이었다. 인공지능 딥러닝과 관상이라니 생각이나 해봤겠는가. 글도 잘 읽혀서 단막극을 보는 것처럼 술술 읽혔다. 근미래를 상상하며 그려내는 이야기는 언제든 환영이다. 특히 이렇게 즐거운 읽기 경험을 주는 작품은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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