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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Nov 09. 2021

K픽션을 좋아하세요?

동시대 한국소설 읽기 프로젝트


정말 좋아했던 것들이 예전만 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것이 이젠 너무 당연해졌거나, 실망했거나, 지긋지긋해졌거나, 그도 아니면 더 이상 자극을 주지 않거나. 내게 한국소설이 그랬다. 대학에서 국문과를 다니며 독서모임과 창작 동아리 활동을 했다. 멋진 작품을 쓰는 작가들을 동경했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들처럼 되려면 그들 가까이에서 일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문학 출판사에 취직했다. 매일 읽고 분석하고 판매하는 마케터가 되었고, 친구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로 한국문학(과 관련된) 잡지를 독립출판하고 있다. 한국소설은 계속 내 곁에 있었고 나도 놓지 않았지만, 그것이 일이 되면서 대학시절의 재미는 점점 잃어간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해라."라는 세상 꼰대 같은 말을 하려고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외려 나는 재미를 되찾고 싶었고,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결정적인 모먼트는 없었지만 나 스스로가 고였다고 자각한 어떤 순간이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직장인 5년 차가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짬밥(?)으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읽어보지도 않은 책들을 언급하며 한국문학이 어떻네 작가가 어떻네 재단을 하고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나는 23살에 처음으로 참고서 외에 책이란 것을 잡아보았다. 군대에 있었고,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시작한 취미였다. 도서관에 들어갔을 때 뭐가 뭔지 모르겠는 까마득함. 언젠가 한번 이름은 들어온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문열 삼국지』같은 책 앞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고민했던 때가 문득 생각났다. 그리고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첫 페이지를 봤다. 


000 작가는 XXX를 닮았다. - ㅁㅁㅁ 추천사

ㅂㅂㅂ작가가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왔다!

&&&상 수상작가 %%%의 첫 소설집!


내가 처음 도서관에 들어가 한국소설을 고른다면 무엇을 고를 수 있을까? 000작가도, 닮았다는 XXX작가도 모르고, 그 책을 추천한 ㅁㅁㅁ작가도 모른다. ㅂㅂㅂ작가가 전작으로 무얼 썼는지, &&&상이 어떤 상인지 그것을 수상한 %%%은 어떤 작가인지도 전혀 모른다. 그러다 보면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코너를 맴돌게 되고 어딘가에서 한번 들어본 이름의 책을 집어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대개는 그 책은 실패한다. 작가가 만들어온 맥락 없이 단편적으로 작품만 접하게 된다면 취향을 쌓아온 독자들만큼의 감흥을 느끼긴 어렵기 때문이다.(물론 그 책이 인생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서점에는 광고는 있지만 가이드는 없다. 구매를 하는 건 온전히 독자의 몫이기에 진입장벽을 넘어 안착만 한다면 다음 책으로, 다른 작가로 점프하며 재미를 이어갈 수 있지만 첫 책에서 에러가 나면 독자는 읽기를 포기한다. 내가 그랬으니까. 

나는 서점-첫책-실패의 경험을 대학교 1학년 때 겪으면서 책을 놨다. 그리고 한국소설에 대해 두 가지 편견을 갖게 되었다. 하나, 한국소설은 노잼이다. 막 우울하고 자폐적인 주인공이 나와서 생각하고 괴로워하다가 끝난다고 생각했다. 둘, 한국소설은 교과서에서 많이 봤다. 김유정, 최인훈, 이인직, 이광수... 40~50년 전에 쓰인 소설들은 재미도 없고 와닿지도 않았다. 그래서 한국소설은 모두 재미없다! 지금 다시 이야기하면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화하기엔 너무 적은 경험이었으니까.


이런 편견들을 갖고,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거나, 한국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네가 책을 안 읽어봐서 그래 한번 이것도 읽어보렴'하는 피드백을 받으면 '오! 내가 잘못 생각했군. 한번 읽어봐야겠어!'라고 몇이나 행동으로 옮길까. '응. 노잼~' 하고 넘기기 쉽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하지만 나도 '한번 이것도 읽어보렴'외에 피드백을 줘본 적이 없기에 무엇이 재미있고 왜 추천하는지 명확하게 알아가고 싶었다. 교과서 속 40~50년 전 이야기를 뛰어넘어 요즘 우리 세대 작가들은 어떤 이야기를 쓰고, 어떤 세계를 다루는지 읽어보고 정리한다면 더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독자들의 취향만큼이나 다양한 개성의 작가들이 오늘도 어디선가 글을 쓰고 있고, 그들의 작품은 책이나 영화, 웹드라마 등 다양한 형태로 생산된다. 다만 나와 같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일단 읽기로 했다.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어떤 작가가 있는지 가이드가 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었다.


거창하게 K픽션이라고 이름 지어 놓고 한국소설, 그것도 단행본 소설만 주구장창 이야기한 게 면구스럽다. 일단은 내가 잘 아는 분야부터 시작해서 웹툰, 웹소설, 드라마 각본집까지 조금씩 넓혀가고 싶어 이름에 여지를 남겨두었다. 고르는 기준은 아래와 같다.


- 2020년, 2021년 처음 발표된 한국 작가의 소설

: 이왕이면 새책을 읽고 싶었고, 동세대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 알라딘 세일즈포인트 1만 포인트 이상(우선)

: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을 읽으며, 독자들이 왜 이 책을 찾을까 생각해보고 싶었다.

- 그 외 내가 읽은 책들

: 1만 포인트로 소팅을 해버리면 발견되지 못하는 책들이 너무 많기에, 별도로 읽어갈 생각이다.


서평은 작성될 때마다 아래 글에 하이퍼링크를 걸어서 쌓아갈 것이다. 업로드 주기는 가급적 주 1권을 목표로 하지만 오버페이스 하거나, 조금 밀릴 수도 있다는 점은 양해를 구한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요즘 책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히 리스트업 했다가 찾아보겠다.


https://brunch.co.kr/@hakgome/367


서평 프로젝트, 단편수집프로젝트며 나의 브런치 매거진 기록들을 보면 시작은 창대했지만 매조지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난 것들이 많다. 이번 K픽션 아카이브만은 5년이고 10년이고 끌어가보고 싶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끌어가보겠다. K픽션 아카이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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