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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ul 17. 2022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7월 3주차

22.7.11~7.17 읽고 본 것들

이번 주는 나를 비난하지 않기로 다시 다짐했다.

소설 수업 종강을 했고, 약간은 희망을 약간은 불안을 안고 한 주를 마무리했다. 희망이라함은 그래도 내가 글을 쓰면서 재미를 느끼고,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을 확인한 점이였고 불안이라 함은 세속적인 얘기인데, 퇴직금의 일부를 물려있는 주식에 회심의 물타기를 때려서 (다행히 상승해서 물타기에 도움이 되었지만) 돈이 녹은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음주는 주식을 좀 덜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계획적으로 글을 쓰는 일정을 만들어가야겠다.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전쟁과 평화 2>, 레프 톨스토이, 문학동네, 2017


"'젊은과 체력이 이토록 넘치게 느껴질 때 나는 내 자유를 누려야 한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고 했던 피예르의 말은 진리이고, 나도 지금은 그것을 믿는다. 죽은 자를 묻는 일은 죽은 자에게 맡겨야 하며, 생명이 있는 한 살아서 행복해져야 한다."


<전쟁과 평화> 2권은 생각보다 진도가 안나가서 애를 먹었다. 관념적인 충만함(피예르와 프리메이슨)으로 시작해서 치정 드라마(나타샤와 아나톨과 안드레이)로 끝난 삼라만상 인간사였다.


아무래도 나오는 사람도 많고, 이입되는 인물도 한정적인지라 재미가 있다가 없다가 했더랬다. 전쟁씬보다는 전후의 인물들의 생각 변화와 결혼을 앞둔 남녀의 마음이 2권에는 많이 드러났던 것 같다. 2권의 진 주인공은 안드레이와 나타샤가 아닐까 싶다.


부인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인생 현타를 맞은 안드레이가 피예르의 권유로 나타샤와 춤을 추고나서 젊음이 주는 에너지에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사랑에 빠진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무기력에 빠져 냉소적인 한 인간을 바꾸는 건 결국 사랑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안드레이와 나타샤를 바로 이어주지 않고, 시아버지의 반대라는 이유로 약혼 1년 후 결혼이라는 유예기간을 둔 건 정말 임팩트있었다. 1년은 사람이 시험에 들기에 충분한 시간이고, 마음도 몸도 생각도 달라지기에 너무나도 긴 시간이기에, 젊은 나타샤가 난봉꾼 아나톨에게 홀린 건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사실 그 1년의 유예는 집안의 사정이란 이유지만, 홀아비 안드레이의 욕심일 수도 있겠구나 싶긴 했다. 3권에서 나타샤와 안드레이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궁금 모먼트.


읽으면서 가장 이입이 된 캐릭터는 피예르다. 관념적인 것에 사로잡힌 그는 프리메이슨에 들어가 자신의 과오를 속죄하고 새 사람이 되려 한다. 그는 사실 자신이 이룬게 없다. 베주호프 가의 사생아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백작의 칭호와 재산을 물려 받아 단 번에 사교계의 핵심 인물이 되었고, 결혼 또한 그 예쁘다는 옐렌과 사실은 그가 아닌 그의 재산 때문에 이어진 것이니까. 아무 것도 내 손으로 이룬 것 없다는 무력감은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 같다. 그가 계속 방황하고 살을 찌우며 과음을 하면서 헛똑똑이 노릇을 하는 건, 그는 스스로 뭔가 이뤄본 적이 없기에 앞으로의 생도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까닭일 것이다. 나는 그처럼 부유하게 상속받는 입장은 아니라지만, 마찬가지다. 주어진 트랙을 열심히 달려오는 일 외에는 해본 적이 없으니 막연하고 무섭고 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상태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이제 책임지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나에 대해 더 알아보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만들어가야지 싶다.


중간에 개사냥 파트에서는 중도 하차할 뻔했지만, 그래도 막판에 재미가 올라와 쭉 이어가게 되었다. 3권은 조금 텀을 두고 천천히 접근해야겠다.


2.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 박신후, 블랙피쉬, 2022


"''진심'의 힘은 엄청나다. 나는 낸 계정을 통해 오롤리데이와 해피어에 대한 진심을 꾸준히 보여 준 것이다. (...) 진심을 다하고 계속 그 진심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브랜드 '오롤리데이'의 시작부터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담은 사장님의 투쟁기(?). 나로부터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 좋아하는 것을 브랜드로 만들고,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만들어가는 시행착오가 담겼다. 작은 브랜드는 어떻게 브랜딩하고 마케팅하는 지에 대해 세세하게 적힌 참고하기 좋은 책.


퇴사를 하고 나서 그냥 할 수 있는 게 읽고 기록하는 것 밖에 없는 이 채널도 벌써 게시글이 90개가 넘어갔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피드를 채울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꾸준히 하는 일이다보니까 이렇게 쌓여가는 것 같다. 나름 진심을 다해 업로드를 하고 있는 셈이다.


채널의 시작이 그러하다 보니 어떤 의도를 갖고 퍼스널브랜딩을 목적으로 만들지 않다보니, 방향성이 없기도 하고 배회하는 기분도 들어서 이 책을 사보았다. 책을 읽고 나서는 외려 정리가 되었다. 이 채널은 계속 이렇게 운영하는 게 진심이구나 하고 말이다.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에서 임팩트를 받은 부분은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특히 미션(Why), 비전(What), 코어 밸류(How)를 하나씩 체크하면서 우리 브랜드가 왜 필요한지,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를 명문화해서 자신들의 브랜드가 뭔지 확실하게 정의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갖는 것이 임팩트가 있었다. 그래서 이걸 간단하게 나마 이 채널에 적용해보았다.


*하코 이요마 인스타


1. 미션(Why)

- 밀렸던 인풋을 원없이 하자


-> 현생에 치이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인풋은 없고, 전에 알아두었던 것으로 대충 처리하고 그걸 짬이라고 퉁치는 일이 많아졌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업데이트해서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었다. 이왕 퇴사하고 쉬게 된거 밀렸던 인풋을 원없이 하자는 마음이었다.


2. 장기 비전(What)

- 인풋을 바탕으로 나 자신과 팔로워들에게 신뢰감을 쌓고, 지식과 인풋경험을 바탕으로 나만의 아웃풋을 낸다. 아웃풋은 내가 바라던 소설, 스토리, 에세이 같은 저작권을 확보할 수 있는 창작물이길 바란다. 더 나아가 한 명의 크리에이터로 발돋움 하여 나와 같이 방황하다가 시간을 놓쳐버린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된다.


-> 장황하게 썼지만 인풋을 닥치는대로 하다보니까. 어느새 나도 내 저작권이 있는 창작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설 수업에 다니며 쓰던 습작들, 머릿속에 상상만하고 실행은 하지 않았던 스토리들, 마음에 담아두었던 에피소드들을 담은 에세이를 구체적으로 인스타와 브런치를 통해 콘텐츠화 하고 싶다. 더 나아가 그 콘텐츠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로 성장하고 싶고, 그렇게 된다면 나와 같이 방황하다가 때를 놓쳐버린, 그래서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시 미션과 비전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3. 코어 밸류(How)


1) 항상성을 유지하자

- 가급적 일주일에 5권 이상, 영화 2편 이상 꾸준히 인풋하고, 정보를 습득하고, 내 것으로 만든 후 감상을 기록으로 남긴다. 개수는 이에 못미칠 수 있지만 이정도는 할 수 있도록 에너지 레벨을 유지한다.

- 성실성이라는 나의 강점을 발휘해서, 기록들을 아카이브 해간다. 일주일치 인스타 내용을 브런치 글로 정리해 매주 일요일에 업로드하는데, 어느새 7주 연속으로 올렸다. 더더 많은 것을 하기보다는 꾸준히 출석하는데 의의를 둔다.


- > 항상성은 안정감과 신뢰를 주기에, 100개 200개 게시물 될 때까지 유지한다.


2) 내게 좋은 건 가리지 않고 흡수하자

- 책을 읽기만 하면 헛똑똑이가 된다. 나에게 적용할 수 있는 걸 바로 흡수해서 써먹어본다.

- 기린책방(@kirinbooks_official)을 통해 브랜딩/마케팅을 연습해본다.


-> 어차피 더 잃을 것도 없다. 스펀지처럼 모든 걸 흡수해서 최강이 되자


3) 진심을 다한다

- 거짓이나 보여주려는 의도 없이 진심을 다해 작성한다.


-> 그렇게 나 자신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야, 타인에게도 신뢰를 얻는다.


이 툴을 통해 나 자신을 깨닫고, 더 정확히 바라봐서 내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3. <도파민네이션>, 애나 렘키, 흐름출판, 2022


"세상으로부터 도피해 망각의 길을 찾는 대신 세상 쪽으로 방향을 틀면 어떨까? 세상에서 도망가는 대신 세상에 몰입하면 어떨까?


여러분도 주어진 삶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피하려고 하는 대상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 방향을 바꾸어 그것을 마주하길 바란다.


거기에 다가가길 권한다. 이렇게 하면 세상은 굳이 도망갈 필요 없는 아주 멋지고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로 당신 앞에 나타날 것이다. 세상은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될 것이다."


사람이 왜 쾌락을 탐닉하고, 집착하는지 또 그런 중독의 딜레마에서 어떻게 벗어나는지에 대해 여러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낸 교양서. 너무 학술적이지도 않고, 환자들이 극복해나가는 사례가 희망을 주는 것 같아 좋았던 책.


나에 대해서 알아보는 과정 중 하나로 선택한 책이다. 요즘 내게 중요한 화두는 '항상성'이다. 매일 비슷한 레벨의 기분을 유지하고, 그 기분으로 어느 정도 기준에 충족하는 활동을 하고, 그 활동이 쌓여서 미래의 나로 나아가는 일. 내가 가장 회복하고자 하는 포인트다. 정신의학과를 찾기 전에 찾았던 지자체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나는 자율신경계가 망가져있다는 걸 알았다.


교감 신경이 지나치게 예민한 상태였다. 물론 그 뒤로 잡았던 무료 정신과 전문의 상담은 최악이었지만... 그 의사놈이 한 말이 틀린 건 아니였다. '스트레스가 많은데, 스트레스를 풀줄 모른다는 것. 그러니 스트레스 푸는데 돈을 쓰세요.' 라는 말이었다. (사족으로 '사회생활을 덜해서 그래~ 더 힘들어~' 이딴 소리만 안했어도 좋았을텐데...) 나는 스트레스 상황이 오면 참으며 먹고 잤고 그건 해소 방법이 되지 않았더랬다. 나를 더 나쁘게 만드는 일종의 도피였던 셈이다.


그도 그럴것이 치킨 같은 것을 시켜서 배달을 기다리는 시간, 한 입 먹을 때까지는 행복감이 확 돌았지만 그걸 치울 때는 늘 현타가 와서 또 한 번 도망을 가야했으니까. 그렇게 잦은 밤 폭식 + 먹고 바로 자서 도피하기는 과도한 체중증가와 그로 인한 자신감 저하 그리고 역류성 식도염을 내게 선물했다. 그게 우울증세로 번져나간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도파민네이션>의 수많은 중독환자들을 보면서, 나 또한 단기간에 고통을 외면하고 싶어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케이스는 다양했다. 마약부터 시작해서 자위, 과식, 처방약 중독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쾌락으로 도망쳤다. 내가 잔뜩 먹고 잠자는 일이 행복하지 않아졌음에도 반복한 건 그게 제일 편한 방법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언제 그런 고통을 느끼고, 괴로워했느냐 따져보면 첫째는 갈등 상황을 회피하려고 필요 이상으로 나의 것을 내주고 억울함을 느낄 때. 둘째는 그렇게 했음에도 나의 잘못이 아닌 것으로 비난을 받고 죄송하다 사과를 해야할 때였다. 난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었고, 그런 상황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배신감이나 비난뿐일 때 혈압이 팍 치솟는 그런 모먼트였던 것이다. 교감신경이 고장난 이유는 복합적일 게다. 일단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예민해지고 잠을 못자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 도망치려고 폭식을 하고, 그로인해 수면의 질을 망치고...


직시할수록 나는 나를 너무 함부로 대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중독의 끝은 내성이다. 더 더 더 추구할수록 닿을 수 없는 쾌락이 주는 좌절감을 준다. 단번에 즉각적으로 해결되는 괴로움은 없다. 점진적으로 항상성을 갖고 조금씩 견디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가야 한다. 저자가 언급한 말처럼 '세상은 굳이 도망갈 필요없는 곳'으로 만들어 가는 방법은 도망이 아니라 맞서는 일이다. 점진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자. 나를 위해 세상을 위해.


4. <전쟁일기>, 올가 그레벤니크, 이야기장수, 2022


"내 인생 35년을 모두 버리는 데 고작 10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엄마를, 집을 두고서.

내 아이들을 위해."


아직도 진행중인 우크라이나 전쟁. 전쟁으로 삶이 무너진 한 작가가 지하 피난 생활을 하면서 노트에 스케치한 기록들.


솔직히 말해 우크라니아 전쟁에 나는 무감각했다. 지금도 끝나지 않은 가운데 엮어낸 기록을 보면서 아직도 누군가에게는 전쟁이라는 지옥은 진행형이구나 싶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한 사람에게 찾아온 재앙은 한 사람을 통째로 흔들어 놓았다. 하루 아침에 나라가 침공을 당한다는 것이, 내가 평생을 살아온 터전이 부서지고 사라지고, 소중한 사람들과 멀어진다는 것이 상상도 되지 않는다.


전쟁은 전쟁이라는 이름 아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지운다. <전쟁일기>의 기록은 살아남은 이의 일기가 아니라, 그곳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길 바란다.


5. <린치핀>, 세스 고딘, 라이스메이커, 2019


"린치핀은 혼돈 속으로 걸어 들어가 질서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발명하고 관계를 맺고 창조하고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이다. 성공하는 조직에는 어김없이 이와 같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드로우앤드류 채널을 보다가 추천해주셔서 냉큼 읽은 책. 같은 상황에 처해있어도 일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거나,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면서 스스로를 대체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드는 린치핀에 대한 이야기. 예술가는 비단 예체능에 그치지 않고, 어느 분야든 스스로를 예술가로 만들 수 있다는 인사이트가 독보적인 책.


나를 병들게 만든 건 '나 자신'이라는 걸 부정하진 않는다. 책에 따르면 스스로 존엄성을 쟁취하고, 인간성을 보장한 상태에서 관대함을 보이는 이를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본다면, 적응과 순응 그리고 복종의 교집함에 위치한 사람은 굴복하는 이다. 나는 조직 내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래서 거의 모든 것을 양보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적응과 순응 그리고 복종 사이의 굴복하는 사람이 되었다. 결과는 마음 안에서 터진 우울이었다.


내가 일을 안했거나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을 게다. 다만 갈등을 피하고 싶어했고, 조직 안에서 내가 조금 희생한다거나 보조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임했을 뿐이다. 그곳에서 나는 내 영역에 대한 강한 주장, 강한 어필이 있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언젠간 누가 알아주겠지 생각했던 것 같다. 나 자신을 피해자로 두고 싶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여태 그렇게 살아왔기에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나는 굴복자의 인생을 답습하게 된 것이니까.


세스 고딘이 말하는 린치핀은 예술가다. 나 자신을 관성이나 관습에 방치하지 않고, 스스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다. <린치핀>을 읽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두꺼운 분량도 분량이지만 나 스스로 착함, 혹은 억울함으로 포장해오던 바보 같이 살아온 모습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였던것 같다.


그것들은 내 인생의 한 구간에서는 나름의 생존 방식으로 선택된 것이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나를 갉아먹어갔다. 늦은감이있지만 그걸 직시하고, 자의식을 좀 내려놓으면서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이정도면 되겠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괜찮겠지, 아 몰라 돈 받는 만큼만 할거야. 하는 작은 귀찮음이 만드는 타성을 하루아침에 버리기는 어렵겠지만, 노력으로 벗어나야하지 않겠는가. 스스로를 감가상각에 놓이게 만들지 말고, 대체 불가능한 영역으로 끌어올려야하지 않겠는가.


이는 자청의 <역행자>의 내용과도 닿아있다. 순응하면서 살면 그냥 그렇게 사는거다. 저항과 맞서 싸우면서 내 영역을 쟁취하는 게 린치핀으로서 나아가는 길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건 나 자신을 믿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너무 다그치지 마라. 세상은 당신을 원하고 있다."


굴복자가 된 이후 나는 쭈굴쭈굴해져서 난 쓸모없어. 쓰레기야. 하면서 침대밖을 한동안 못 벗어났더랬다. 이제 침대 밖으로 한 발 내딛을 용기가 간신히 생긴 요즘. 나는 스스로에 대한 박한 평가를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나의 가치는 이미 충분하고, 그 쓰임은 방향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실패자, 굴복자라는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여담으로 이번주 소설 수업 종강 후 뒷풀이에서 선생님은 내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요마야. 너가 망한 시간이라고 말했던 그 시간들이 실패는 아니야. 그건 회사에서의 문제인거지. 그 실패했다는 그 마음이랑 너의 특징이 소설이라는 영역에서는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해."


대충 이런 뉘앙스의 말씀이었다.(내가 미화한 것일 수도 있다.) 너무 고마웠고, 이젠 나를 스스로가 믿고 대체불가능한 하나의 '사람'으로 바꿔나가고 싶은 용기를 얻었다. 문제도 답도 결국 모두 내 안에 있다.




본 영화

1. <두사부일체>(2001)

명동을 관리하는 조직 폭력배 계두식(정준호)은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오라는 형님(김상중)의 명령에 상춘고 3학년으로 편입한다. 그 학교에는 꽤나 만연한 사학비리가 있었더랬는데... 2000년대 초반의 학교풍경을 지금에서 다시 보니까 좀 충격이었던 모먼트


2022년에 이 영화를 보니까 또 색다르더라. 요샌 체벌도 없어진 세상에 선생이 학생 패고, 조폭이 로망이 되는 그런 영화들이 왜 인기였을까. 싶은 문화충격 하지만 나오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고, 와중에 재미도 있고 의리와 감동도 있는 명징하고 직선적인 이야기라 참 좋기도하면서도.


<도쿄 리벤저스>를 볼때도 그랬지만, 조직 영화를 볼때 주는 묘한 뜨거움포인트는 '나와바리'인 것 같다. 나와 나를 따르는 아우들이 내 구역에서 분쟁이 있을 때 목숨을 걸고 나와바리를 사수하는 서사. 머리에 소주병이 날아오고 빠따를 맞아도 굴하지 않고 피흘리며 일어나 싸워 지키는 이야기. 무언가를 지킨다는 건 참 이상한 감정선이다. 그렇지만 요즘 세상에 더욱 바라게 되는 그런 울림이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 주 없음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왜 오수재인가>(2022)

: 보는 중, 이번 주는 한 편도 안봤다.


2. <우라미치 선생님>(2021)

: 짜잔형 절망편을 생각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절망은 아니더라. 생활에 쩌든 일상인으로서의 어린이 프로 MC의 모습을 보여주는 블랙코미디. 쓸데 없는 서비스컷 없이도 캐릭터성으로 재미를 뽑아내는게 지금까지 본 부분까진 아주 좋다.


3. <시간여행자>(2016)

: 중도하차, 도저히 몰입이 안되어서 하차쓰..



기타 기록


1. 브런치 에세이 1개 발행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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