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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ul 25. 2022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7월 4주차

22.7.18~7.24 읽고 본 것들

조바심이 나를 잡아먹은 한 주 였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7/31마감인 장편 소설 공모에 응모하겠다는 마음으로 나를 쪼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간절히 믿으면 이루어진다는 생각으로 나를 몰아세우다가 이렇게 살다가 병이 났더랬지 생각하며 관두기로 했다. 그래서 덜 읽고, 만화를 많이 본 한 주였다. 목표를 세우되 할 수 있는 것,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마감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내게 온 압박감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건 인스타 피드 100번째 글이다. 100번째 글을 위한 이미지를 만들어놨는데 그게 부담으로 다가와서 피드가 98번에서 쉬이 넘어가지 못했다. 이 계정은 이미지 배열이나 남들의 시선보다는 내 인풋을 엄청 늘리자는 목표만 실천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정량적인 1차 목표로 100포스팅을 잡았다. 근데 막상 100포스팅을 앞두고 100에 걸맞는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아무것도 못해버리는 상황이 오니까, 이건 아니다 싶더라. 그래서 100포스팅 이미지를 폐기하고 그냥 평소처럼 쌓아가기로 결정했다.


부담을 떨쳐내고 지금에 최선을 다하자. 강박을 내려놓을 수 없으니 강박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대해주는 마음으로 살아가자. 조바심 내지 않아도 충분하다.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우리는 SF를 좋아해>, 심완선, 민음사, 2022


Q. 소설을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진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글은 사실이 아니어도 진실이고 진심이어야 한다고. (...) 늘 진심으로 쓰려고 하죠. '이 문장이 지금 나에게 진짜인가?' 그걸 매 순간 검토하죠."


SF평론가 심완선이 김보영, 김초엽, 듀나, 배명훈, 정소연, 정세랑 6명의 SF작가를 찾아가 작품과 글쓰는 태도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들을 묶은 인터뷰집. SF를 찐으로 좋아하는 저자가 진심을 다해서 읽고 철저히 준비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에서 임팩트가 있던 책.


쓰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부쩍 찾아보고 있다. 좋아하는 작가가 어떻게 작업하는지도 궁금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그런 글들을 써내는지가 궁금해서 그렇다. 이 인터뷰에서는 김보영 작가의 인터뷰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게임 기획자로 일하면서 한국에 SF 지면이 없던 시절부터 꾸준히 씀으로서 자기 자리를 만들어간 스토리를 읽을 때는 약간의 감동도 있었더랬다.


가장 멋진 QNA는 이거였다.


Q. 매일 글을 쓰기 위해서 작용하는 동력이 있나요?

A. 동력이 필요할까요? 글쓰기보다 재미있는 일이 없는데. 저는 오히려 글에 너무 빠져 있지 않으려고 애쓸 때가 많아요. 글은 문자가 아니라 삶에서 나오는 것이라, 사실 독서를 해도 영화를 봐도 글쓰기보다 재미있지 않아요. 그렇다고 글에만 빠져 있으면 아는 게 없어지고 쓸 것이 없어져요. 일상을 살고 다른 것을 많이 보아야죠. 반대 방향의 노력이죠.


다른 질문에서의 답변도 일품이다.


Q. 글을 완성하기까지 제일 고통스러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A. 글을 쓰는 게 뭐가 힘들어요. 쓰지 못하는 것이 힘들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그게 제일 고통스러웠어요. (중략) 제 생각에는 일상을 사는 게 힘들지, 창작의 고통은 그에 비하면 대단하지 않아요.


위의 두 답변을 보면서, 아! 나는 영락없는 가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머쓱). 그의 말이 더 내 마음을 울린 것은 자신을 작품 등 결과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쓰는 태도', '마음' 같은 진행형의 과정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쓰는 재미'라는 걸 나도 요즘에서야 되찾고 있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은 보고 듣는 게 너무 많아서인지, (당시의) 자사책만쳐도 한 달에도 수십권씩 신간이 쏟아져나오는 걸 보면서 프로들과 '비교'를 하고 지레 포기했던 것 같다. 내가 이정도 프로들만큼도 못쓰는데, 프로들도 전업으로 살 수 없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하면서 글의 효용을 생각했다. 당연하게도 이건 결과를 생각한 것이었고, 나는 글과 멀어졌더랬다.


한겨레 소설 수업을 들으면서 하나 바뀐 것은, 세상에는 쓰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것이었다. 문우분들은 정말 열심히도 써오고, 열심히도 읽어왔다. 그중 더러 작품은 공모전에 올라가 등단해 재화를 생산할 수도 있겠지만, 냉정히 말하면 우리는 습작생이고, 글쓰기는 직장 끝나고 하는 비효율적인 취미에 불과할 터였다. 그런데도 다들 자신의 스타일로 최선을 다해 써왔다. 결과는 따라오면 좋은, 나중의 문제고 '쓰는 순간의 재미'를 아는 사람들의 시간들이었던 것이다.


백수가 되고 시간이 많아졌으니 열심히 쓸 줄 알았건만, 그렇지는 않다. 김보영 작가 같은 경지에 오르려면 그만큼의 에너지와 열정이 더 있어야할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하나 알게된 것은 나는 내 에너지 레벨에 맞춰서, 나의 템포에 맞춰서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그들에게 재밌다는 피드백을 받는 걸 좋아한다는 것. 그 모든 과정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김보영 작가의 단편집은 따로 찾아서 읽고 리뷰해볼 생각!


2. <수치심>, 조지프 버고, 현암사, 2019


"오래된 격언이 반영하는 정신과 같이, "처음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또 힘을 내어 시도하라.


건강한 자존감은 수치심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에서 불가피하게 자주 맞닥뜨리는 수치심과의 조우를 회복하고, 필요하다면 거기서 중요한 교훈을 배우고, 다시 계속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능력에 있다."


리디셀렉트를 뒤적이다가 만난 책. <수치심>이라는 제목에 꽂혀서 읽기 시작했는데, 어쩌면 내가 받고 있는 상담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끝까지 읽었다. 내 인생의 상당부분이 수치심에 기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건 충격모먼트.


수치심은 무엇일까. 부끄러워 하는 마음일까. <수치심>에 나오는 외국의 사례들을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그래서 슬펐던 부분도 있었다. 나는 수치심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수치심을 너무 싫어해서 스스로를 낮추는 유머를 하거나(자기조롱), 스스로를 미워하고 남보다 더 무관심하게 대하는(자기혐오) 형태로 고통을 부단히도 회피하는 타입이었다.


특히, 실망의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기쁨마저 스스로에게 박탈하는 일.


나의 기쁨을 온전히 즐기는 것보다 다른 사람 앞에서 나의 기쁨을 표현했을 때 상대방이 그 기쁨에 화답해주지 않는 결과와 마주하는 일이 너무나 두려워서 나는 도망가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 집이 그랬다. 좋은 걸 좋다고 표현하지 않았고, 힘든 걸 힘들다고 표현하지 않았다. 감정표현이 부족한 집이어서일까. 사업 부도로 기울어진 가계 형편 때문이었을까. 엄마는 늘 침울해 있었고(그마저도 아빠는 RUN하셨더랬다.) 그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건 죄스러운 일이었다. 나만 행복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집이 망한 후 전학간 학교에서도 나는 정을 붙이지 못했고, 들어갈 수 없는 바운더리, 정서적인 영역에 진입하지 못하고 늘 배회했다. 그렇다고 집에서 행복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땐 감각하지 못했는데 아주 오랜시간이 흘러 지금에서 그 마음을 헤아려보면 어린 나는 너무도 외롭고 고독했을 것 같다. 그 닫힌 마음이 아직도 해결되지는 못한 것 같고.


<수치심>의 저자는 수치심이 '단절감'의 정서이며, '실망'의 정서라고 한다. 어린 아이가 자신이 그린 어떤 '청사진'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정서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채 방치되었을 때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고, 자기 비난을 내재화 하는 프로세스를 설명한다. 그 마음을 너무도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방어기제를 통해 나 자신을 보호하기위해서, 내가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이는 최선을 다해 우월감을 표출하고, 어떤 이는 쌍욕을 하면서 남을 비난한다. 나의 경우는 아예 갈등을 만들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그럼에도 고통을 찾아왔다. 사는 건 고통이었다.


나는 관계를 두려워 하는구나. 나는 누군과와 엮이는 것을 무서워 하는구나 하는 것을 요즘에서야 깨닫게 된다. 어느 선까지는 내어줄 수 있는 것을 다 내어준다. 그러나 그 이상의 선을 밟는 순간 냉랭해진다. 딱 그만큼의 선량함을 내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다만 내어주면서도 남한테 무언가를 바라지 않았다. 무언가를 바라기엔 나 자신이 너무 별로였고, 그런 걸 받아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나를 몹시도 혐오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미워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내가 실망을 해서 다치지 않기 위해서 한 선택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이상했다. 실망을 해서 다치는 편이 나 스스로 나를 공격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어떻게 하면 나는 나를 존중할 수 있을까. 이건 나만이 알고, 나만이 고쳐나갈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2022년 하반기 내게 주어진, 아니 내가 돈을 주고 산 이 시간에서 찾아내갈 것이다.





본 영화

: 이번 주 없음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1. <우라미치 선생님>(2021)

: 어린이 프로그램 출연자의 뒷모습을 담은 코믹 애니메이션. 짜잔형 절망편으로 뒤에서 담배피고 일탈하고 하진 않는다. 외려 운동선수 출신의 고지식함과 우직함으로 하루를 채워가는 우라미치 오니상의 세계는 익숙하고도 탄탄하다. 직장인의 애환, 고민, 슛이 들어가면 올려야하는 텐션까지. 사회생활을 하게 된 어른들의 이야기로 충분히 좋았다. 


2. <종말의 발키리 시즌 1>(2022)

: 야, 여포랑 토르랑 싸우면 누가 이기냐? 하는 시대를 초월한 매치업이야기는 언제나 재밌는 것 같다. (최근에도 코비-샤킬의 레이커스와 커리-탐슨-듀란트-그린의 워리워스 중에 누가 더 강하냐 하는 논쟁도 있는 것보면) 승패, 순위 매기기, 서열정리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 아닐까 싶다. 겁나 유치하지만 겁나 직관적이어서 생각을 내려놓고 보기에 좋다. 보는 동안 누가 이길까만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후딱 본 애니.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왜 오수재인가>(2022)

: 보는 중, 이번 주는 한 편도 안봤다.


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 유튜브로 요약본 한편봤는데 재밌어서 달릴 예정. 1화를 아직 보다 말았다. 스포당할 수 있으니 아껴봐야지.



기타 기록


1. 브런치 에세이 1개 발행

https://brunch.co.kr/@hakgome/413

: 내 얘기가 쓰고 싶어져서 2편까지 썼다. 루틴을 장착하고나면 3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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