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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ul 26. 2016

안순환과 스탠스에 대한 단상

진지를 머금은 개소리 한 마당

안순환과 스탠스에 대한 단상


  방ㅡ학 이랍시고 하루죙일 집에서 뒹굴면서 쎌폰이나 보고 있다. 심심해서 보기 시작한 것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습관이 되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하면 아무런 일정도 계획도 목표도 없단 소리다. 무적자. 무직자. 무계획. 무책임, 무식 뭐 없을 무자 들어간 말은 다 나에게 해당되는 것 같다. 할 일도 할 것이 없으니 늘어지고 늘어져 있으니 편하고 편하니 집밖을 안나가고 집밖을 안나가니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몸과 마음이 망가지니 사람들을 만나기가 싫고 교류가 없으니 자존감은 떨어지고 하는 안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오타는 아니다. 나는 악순환을 말하려한 것이 아니다. 악순환은 돌기라도 한다. 안순환은 순환이 안된다는 뜻이다.(내가 만들었다. 어디가서 내가 말이야 요새 안순환이야! 이런 말을 하고 쪽팔림을 당하지 않길 바란다. 아 사전 안찾고 싸지르는 건데 있는 말이면 어쩌지.)


  오백미리 생수병을 반쯤 마시고 가방에 두고 잊고있다가 한 일주일 있다가 꺼내면 쓰근내가 난다. 그것도 아주 역한. 마찬가지다. 사람도 고여 있으면 고인돌이 되어 몇만 년 그자리에 짱박히지 않는 이상 타인이랑 부대끼려하면 쓰근내가 날 수밖에.


  안순환을 하다보면 나의 자존감이 떨어지기에 거울보다는 핸드폰 액정을 더 많이 보게된다. 내 얼굴은 살좀 빠지고 피부관리좀 하믄 존잘이야! 라고 말은 할 지어도 지금 당신은 존잘이 아니기에 차라리 안보는게 낫다. 괜히 거울보았다가 일말의 존재이유까지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따금 가지만 가면 넘나 좋은 대학로의 카페가 있다. 그곳 오우너(Owner, 스펠링 틀리면 말고)님이 한 말씀이 떠올랐다.


"사람한테는 뭔가를 엿보고 엿듣고 싶어하는 게 있어요. 영화도 팟캐스트도 마찬가지지요."


  대강 이런 느낌으로 말씀하셨는데 이해력이 부족한

나는 그 말을 백프로 이해하진 못했다. 다만 그 말이 멋있다는 생각에 기억해두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내가 쎌폰을 죙일 붙잡고 보는건 타인들의 이야기와 생각이 궁금하기 때문일것이다. 우습지만 이런 SNS 관음증은 꽤 재밌다. 백날 봐도 재밌다.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장소와 상태와 생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매일 싸우기에 싸움구경도 쏠쏠하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하는가? 가만히 있는다. 내게 남은 건 눈과 귀뿐이다. 말할 입은 없다. 아니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남들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재밌으니 굳이 나서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근데 입을 닫고 구경만 하다보니 갑갑해지더라. 그래서 가능한 완곡하고 책잡힐 일 없이 비유로 떡칠한 뻘글. 이를테면 암욜맨 따라닥따 그대여. 같은 것을 뱉어본다. 나를 정의할 수 없는 (하더라도 실력평가에 그치는) 그림 연습이나 띡띡 올린다. 그러나 팔로워가 몇 안되기에 나의 말에 힘이 실리지않는다. 나도 타인들을 팔로잉할 생각이 별로 없는만큼 남들도 내 말을 흘려들어 좋다.


  스탠스가 중요한 시기다. 말 한 마디. 글 한 줄로 사람을 재단하고 낙인찍고 짓밟는다.

  

  "...사람들이 모이기야 하겠지만 프로그램 자체를 아예 뒤집지 않는 이상 재기하긴 어려울 것이다."


  위와 같은 문장을 썼다가는 특정단체로 오해받아 좌표찍히고 매장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가급적 적확한 말을 하고 존나 가만히 있는게 능사다.


  그러나 가만히 있다고 해서 나에게 스탠스가 없는 건 아니다. "이건 이렇다고 생각해! 다같이 이렇게 하자!" 라는 의견이 있다고 해서 그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꼭 함께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행동하지 않는 자를 매도할 필요도 없다.

  나의 입장에서 생각을 지지하지만 그에따른 액션까지는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아니한가.


  나의 바란스는 경험들을 쌓아서 내가 잡아가는것이지. 남들, 혹은 다수가 지지한다고 흔들리는건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이런 위태로운 자리에 있으려면 귀가 열려 있어야 한다. 양쪽 다 들어봐야지. 한 극단에 치어있다면 힘들다.


  이런 무색무취한 스탠스를 두고


너희 싸우지마!

응 양비론 ㅅㄱ


이렇게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굳이 따지면 이방원이에 가깝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라고 말하지만 이 양반 중립은 아니다. 나도 분명 치우쳐있다. 다만 내가 바라는 건 상대를 교정의 대상으로 보지 않으려는 것이다. 대화의 시작부터 상대와 나 사이에서 우열관계를 만들어버리면 다시 망할 안순환이다. 나는 그냥 잘 듣겠다. 천진난만한 나의 생각이니 남들에게 권할 생각도 없다.


 극단에 있는 것은 싫다. 그러나 구석에 있는 것은 좋다. 구석 짱짱 구석.


  그리고 ^^표시 너무 싫엉. 하이룽^^방가방가 하던 웃음의 의미가 언제부터 (너 새끼가 못 알아먹으니 어쩔수 없지요.) 와 같은데서 쓰는지 갑갑허다.


  난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말에서부터 우위를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이다. 찾는 이 별로 없는 브런치에서 나마 혹시 누군가에게 아픔을 주진 않았을까 고민하며 글을 마친다.


  싸우고 싶진않다. 몇 명이나 이 글을 보겠느냐만은 때에따라 댓글을 삭제할지도 모르니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크으ㅡ 김칫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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