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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ul 28. 2016

2. 봄이 온다(1)

학곰군의 웰메이드 소설 보따리

사진출처: 조선비즈(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8/04/20150804023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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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1)


그는 도로를 내려다보며 전자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그리고 말했다.


김철용 씨는 결심했다. 


그가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한 일은 오철부 팀장에게 사표를 건넨 것이었다. 


팀장은 말없이 겉에 사직서라고 쓰인 흰 봉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미 예상을 했다는 듯이 조금의 동요도 없이 말했다.



옥상에 가서 얘기하죠.



오팀장에게는 팀원이 일을 관두는 일은 익숙한 일이었다. 


서른넷에 팀장의 자리를 오른 것도 그의 능력이 출중해서라기보다 그가 이곳에서 잘 버텼기 때문이다. 


그는 도로를 내려다보며 전자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그리고 말했다.


철용씨도 알고 있지? 우리 팀 사람 자주 바뀌는 거.

예.



김철용씨도 선배 둘과 후배 둘을 먼저 떠나보냈다. 고작 6개월만의 일이었다.


사라진 이들의 자리는 달마다 들어오는 후배들이 채우는 통에 김철용씨는 이제 열 명짜리 팀에서 넘버 쓰리 정도가 되었다.



철용씨 생각을 존중해. 여기 있다 보면 서비스직이라는 게 원래 그렇잖아.
남들 쉴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말이야.
사람이 사람대하는 건 오죽 어려운가.

그렇죠.

주말은커녕 설날도 추석도 없이 일하면서 돈도 별로 안 주잖아. 나도 알지.

네.


김철용씨는 오팀장의 말에 단답식으로 대답을 하며 얘기를 잠자코 들었다.



그래. 그만두려는 이유라도 있어?

별 일 아닙니다.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혹시 어제 일 때문에?

이재명씨 때문에 그런 건 아닙니다.

이재명씨?

어제 그 사람 있지 않습니까. 82년 1월 4일생 작년 1월부터 등록한
별 네 개 수강생이요. 약간 두꺼비처럼 생긴.......

아 어제 그 별 네 개? 철용씨 근데 그걸 다 외우고 있었어?

아뇨. 딱히 외우려고 한 건 아닌데....... 그냥 사람 이름 잘 기억합니다.



어제 이재명씨가 큰 소란을 피운 건 아니었다. 다만 그는 어제 일로 별 네 개가 되었다. 


흔히 말하는 요주의(要注意) 인물, 영어로 블랙리스트가 된 것이었다. 별의 개수는 그의 전투력정도가 되겠다. 


일곱 시 쯤 되었을까 직원들이 30분 앞으로 다가온 퇴근 시간에 맞춰 눈치를 슬금슬금 보는 시간이었다. 


노크와 같은 일말의 신호도 없이 이재명씨는 사무실에 급작스럽게 쳐들어왔다. 


그리고 다짜고짜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전액 환불 하세요!



마침 믹스 커피를 마시려고 정수기 앞에 서있던 김철용씨는 그와 가장 가까이 서있다는 이유로 그를 응대하게 되었다.



어떤 일로 오셨나요?



철용씨는 한손에는 커피가 든 컵을 한 손에는 꼭다리가 잘려나간 믹스커피 봉투를 든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를 맞았다.


갑자기 사무실로 들어와 환불해 달라며 소리를 지르는 수강생은 처음이었기에 그는 어떤 표정으로 수강생에게 다가가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평소라면 웃으면서 이야기를 꺼냈겠지만 이재명씨의 얼굴은 웃는 얼굴에도 침을 뱉을 듯이 빨개져있었다.


그래서 김철용씨는 짐짓 죄송하고 비굴하게 눈을 내리깔고 입술을 앙 다물고 수강생이 자신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허리를 낮췄다.


아니, 종합반 전용 자습실에 단과반 수강생이 들어와도 되는 겁니까?
관리가 그 따위밖에 안 됩니까?
나는 종합반 전.용. 자습실 때문에 비싼 돈을 내고 종합반을 신청했지
이따위로 할 줄 알았으면 신청도 안했어요.
당장 전액 환불하세요.
내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 보상을 받아야겠습니다.



김철용씨는 그의 말을 들어주면서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다소 순종적인 태도가 이재명씨의 진상에 힘을 더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기세는 이미 기울어버렸다.


김철용씨는 쉴 새 없이 자기 할 말만 하는 수강생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납작한 얼굴판에 낮은 코와 넓은 미간 약간 돌출된 눈이 꼭 두꺼비 같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인중 위에는 멋으로 기른 건지 콧수염이 돋아있었는데 얼굴을 종합적으로 모아보면 영락없는 개구리 왕눈이의 투투였다.


김철용씨는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어정쩡한 자세로 포박되어있었다.


이재명씨의 말을 끊을 타이밍이 보이지 않았다.


김철용씨는 회사의 고객응대 매뉴얼에는 흥분한 수강생이 사무실을 방문하면 상담실로 유도하여 차를 대접하고 능숙한 화술로 진정을 시킨 후 컴플레인을 이성적으로 해결하라고 나와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러나 이성은커녕 말을 꺼낼 순간조차 주지 않는 수강생을 위한 경우는 매뉴얼에 없었다.


김철용씨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오철부 팀장의 자리를 쳐다보았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눈을 찡긋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담당자입니다. 저한테 말씀하시지요. 안쪽의 상담실에서 얘기하실까요?



오팀장은 매뉴얼대로 침착하게 상담실로 수강생을 유도했다.


상담실로 걸어가면서 그는 김철용씨를 쳐다보며 왼손 검지와 중지를 펴 브이자를 해보였다.


커피 두 잔 이라는 신호였다.


김철용씨는 이미 식어 버린 자신의 컵을 정수기 위에 올려두고 새로 종이컵을 꺼내 커피를 준비했다.


오팀장의 필사적인 설득으로 이재명씨는 80프로 금액을 환불받고 단과반으로 재등록하는 것으로 퇴근시간 벌어진 해프닝은 일단락되었다.  



그럼 혹시 블랙리스트 명단 한 번 읊어볼 수 있나?



오팀장은 검은 전자담배를 뻐끔거렸다. 그가 한 모금 뱉을 때마다 복숭아 향이 퍼졌다.


김철용씨는 어차피 회사를 관두는 마당에 그것하나 못해줄까 하며 별 다섯 개부터 한 명씩 이름을 읊기 시작했다.



라성렬 90년 12월 18일생 올해 2월에 등록, 등록할 때마다 만원씩 깎아달라고 매번 쇼부를 침(협상을 함).
오동석 91년 2월 22일생 올해 4월에 등록, 스터디룸에서 시끄럽게 노래를 부름.
이은미 88년 4월 5일생 올해 1월에 등록, 동영상 강의 이용 컴퓨터에서 온라인 게임을 함. 
장한나 88년.......



김철용씨는 기계처럼 자기가 알고 있는 블랙리스트의 목록을 말했다. 


오팀장은 물고 있던 전자담배를 떨어뜨렸다. 


목걸이에 달려있던 전자담배는 명치까지 떨어졌다가 튀어 올랐다. 


김철용씨는 저도 모르게 기억하고 있는 이름과 얼굴들이 신기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암기력이 이렇게 좋았나 하며 새삼 뿌듯해졌다. 



-계속




*제발 글쓰기나 에세이로 분류되게 해주세요. 에세이에세이 글쓰기 에세이 글쓰기 글쓰기 글쓰기 에세이 이래도 검색키워드에 에세이가 안 나오네. 에세이 글쓰기 감성 에세이 글쓰기 드디어 나옴 ㅋ

(브런치 나우에 있는 분류에 속하지 않으면 화면에 뜨지 않기에 할 수없이 하는 작업입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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