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며 알게 된 것들_조바심

뭐가 나를 그렇게 급하게 만들었을까

by 이요마


버스에서 바라본 한강이다. 본가에서 통근할 때는 퇴근길 풍경이었다. 사진은 한 장면을 포착하여 고정시키지만 눈에 담기는 풍경은 계속해서 뒤로, 또 뒤로 퇴장하는 배경에 가깝다. 딱 이정도가 나의 속도였던 것 같다. 포장된 도로 밖은 생각도, 상상도 않고 제한 속도에 맞춰 열심히 달려가는 것. 그걸 성실하게만 하는 것.


누구도 내게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다들 그 길을 가고 있었기에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은 멀리 유튜브나 티비에나 있었기에 나는 주변 사람과 견주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 길에 올라탔다. 하지만 태생이 연비가 좋은 차는 아니었기에 끊임없이 앞질러 가는 이들을 바라봐야했다.


인생이라는 게임은 결국 경주인걸까. 속도 경쟁과 서열매기기가 전부일까 생각했고, 나는 일단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좋은 친구들이 있었고, 좋은 직장 동료들이 있었다. 어느 정도 연대라는 말을 믿고 있던 것 같다. 길 밖에 나앉아서 바라보니 모두가 견디기 위해 손을 맞잡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길 위의 삶을 비난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나도 회복이 되면 다시 돌아갈 테니까. 다만 나는 나를 잘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욕심이 없다고, 그냥 그들과 길 위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 나는 끝없이 ‘견주었’으니까.


그래서 이해할 수 없었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잖아 하는 마인드로 자기만족하는 치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그저 척이라고 생각했고, 약점을 숨기고 강해보이는 자신을 전시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상한 건 사실 나였다. 그들은 ‘그냥’ 그게 되는 사람이었고, 나는 인정투쟁을 하며 쥐어짜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라는 것의 차이였다.


늘 조바심이 났다. 나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는데라는 말로 나를 합리화하면서 나아갔는데, 그냥 직진만 하며 살았으면 되었을 걸 다른 사람들의 속도를 너무나 신경썼다. 그 덕에 결핍을 이용해서 기대보다 멀리, 빠르게 나아갈 수 있었지만, 그 덕에 결국 퍼져버렸다. 사촌형은 내게 말했다. 우리는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그걸 역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불행한 거라고. 나는 그 말에 화가 치밀었다. 그건 미래에 대한 기대 없이 태어난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살라는 우생학과 뭐가 다르냐고 따지고 싶었다. 그가 상처받지 않는 선에서 돌려서 얘기했지만 못 알아들은 것 같았다. 그에게는 몰라도 되는 세상이니 말이다.


한편으로 나한테는 역린이 된, 방어기제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시작의 불공평에 대해서는 스스로 견고하게 피해의식을 장착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나 자신을 불행한 아이, 피해자로 몰아넣고 싶은 알량한 마음은 나에게 도덕적인 우월을 주었고, 그럼에도 잘하는 아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해 내 자존감을 챙겨주었으니까. 하지만 이걸 평생 나를 대표하는 요소로 갖고 가고 싶냐면 그건 아니었다. 내가 생각해도 궁상스럽고 구차했으니까.


이렇게 비뚤어진 마음을 갖고서는 하얀 백지 같은 사람을 속으로 미워할 때는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혐오하게 만들었다. 남과 견줄수록 나는 괜찮은 사람에서 멀어지고, 나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괜찮은 사람, 아니 잘난 사람이 되고 싶어 빠르게 벗어나고 싶어 늘상 조바심을 냈다. 이제는 인정한다. 나는 결핍이 많은 사람이고, 끊임없이 비교하며 인정을 갈구하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내게는 늘 최선의 선택지는 없이 늘 차선을 최선으로 선택하고 감내하는 상황들만 있었고 그래서 나는 늘 차선의 삶을 살며 점차 다운그레이드 되어갔다고.


그렇다고 마냥 세상 탓할 수는 없다. 나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생각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만 노력을 해볼 생각이다. 그게 되나 싶지만 믿어보기로 한다. 나도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제한도 제약도 비교도 없이 나로 살아갈 수 있다고 조급한 마음을 떨쳐내고자 한다. 일단은 들고 있는 고정관념이나 개념부터 내려놓고 재정비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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