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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Oct 24. 2023

[트렌드] 책으로 살펴본 2024 트렌드

이요마 리뷰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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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트렌드 책을 뒤적이는 이유


날씨가 선선을 넘어 쌀쌀해질 즈음이 되면 서점에 얼굴을 내미는 책들이 있다. 바로 내년도 '트렌드 책'이다.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며 살지만, 나는 해마다 이 책들을 찾아보는 편이다. 트렌드를 책으로 배운다기보다는 올 한 해 사람들은 어떤 것을 욕망하고, 소비했을까 되짚어보고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의 전망은 얼마나 맞았을까? 맞춰보기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도달했는지 살펴보기엔 괜찮으니 못보신 분은 아래 글을 한 번 보면 좋을 것 같다. 

 
▼ 책으로 살펴본 2023 트렌드

https://brunch.co.kr/@hakgome/432


2024년을 전망하는 트렌드 책을 세 권 읽은 후기를 먼저 말하자면, '잘 모르겠다.'라고 할 수 있겠다. 초장부터 김 빠지게 잘 모르겠다니. 무슨 말인가 싶을 게다. 당장에 떠오르는 기술이나 이슈들만해도 챗GPT, 초전도체부터 러-우 전쟁, 이-팔 전쟁 이후의 미래 예측, 기후 위기, 세대론, 레트로까지 다양한데 모르긴 뭘 모르는가.   


그러나 그 '모름'이 2024 트렌드의 핵심이라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도 '모름'의 경향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하며 '2020 트렌드 책'들의 기대를 박살낸 이후로 4년간 우리는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세계'를 헤쳐 나가고 있다. 수십 년간 정답이었던 관습들에 대안이 생기고, 사회를 굴려오던 시스템에 의심을 하는 선택의 순간들을 거쳐오며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는 과정에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트렌드 책'의 경향만 한정해서 본다면 이전까지는 어느 정도는 한 점으로 모이던 '내년의 트렌드 전망'이 2021년부터는 각각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마다 새로운 기준과 가설을 세우고 맞춰가는 과정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말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건 '앞으로의 전망' 뿐만이 아니다.   

나와 당신의 관심사도 분화되고, 또 분화되어 이젠 서로의 관심사를 알지 못한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결과와 정세는 알아도 서울의 핫플레이스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거나, 버츄얼 아이돌 '이세계 아이돌'의 멤버는 알아도 올해 내내 베스트셀러 1위를 지배했던 <세이노의 가르침>의 존재는 전혀 모를 수도 있다. 

  

단적으로 유튜브 구독리스트만 보아도 관심분야의 차이는 극명해진다. 새벽 여섯 시에 공원에서 맨발 걷기를 하는 장년층과 아이들 학원 가방을 들고 노란차를 기다리는 휴직 중인 부모,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준비를 하는 대학생이 보는 채널이 같을 수가 있을까. 우리 모두는 백인백색 저마다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 게다.   


모르기 때문에 나는 트렌드책을 읽는다. 나의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의 행간을 공부하기 위해 매년 책을 잡는다. 물론 이것들도 '모름'을 해소하기엔 미진하지만 '알려고 하지 않음'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하다는 생각이다.


최소한 'MZ세대' 같은 추상적인 용어들로만 세상을 평가하지 않고, 그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라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써내려갈 글의 내용도 트렌드 책들의 모든 것들을 다루지는 않는다. 다만, '나의 필터'를 거쳐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해보려는 시도로 읽어준다면 감사하겠다.   


알라딘

맥락을 따라 2024 트렌드 심리 읽어보기

   

올해도 세 권을 읽고, 텍스트의 행간을 읽어보려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4(이하 트코)〉는 가장 잘 팔리는 대중적인 트렌드 책이다. 올해는 작년보다도 더 보수적으로 주제를 선정한 것 같다. 다른 년도보다 좀 아쉬웠다.

〈라이프 트렌드 2024(이하 라이프)〉은 다른 두 권의 책보다는 세계정세와 엮어서 인사이트를 전한다.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을 받았다.

〈2024 트렌드 노트(이하 노트)〉는 타깃이 젊다는 느낌을 받았다. 2030 직장인이 읽으면 공감하면서 읽기 좋은 주제들이 다수였다.


세 권 모두 1년 단위로 나오는 단기 경향을 다루고, 주로 소비 트렌드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아래부터는 세 권을 읽고 내 나름대로 맥락을 만들어 정리한 내용이다. 전문성이 보장되지도 않고, 세 권의 모든 내용을 다 다루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게 있구나 하며 가볍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 쓰다보니 트렌드 책들에서 상정한 '사람들'이 2030세대인 경우가 많았다. 이 점은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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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체념하기 보다는 코스프레로

   

코로나 특수가 끝났다. 폭락한 주식을 줍거나 비트코인을 제대로 잡아 투더 문을 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인생역전의 문도 닫혀버렸다.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 다시 정상화를 향해 위태롭게 존버를 하면서 하루하루 견디는 불황을 견디는 빙하기가 찾아왔다.   


사람들은 노력을 통해 단계적으로 성취해가는 서사를 믿거나 바라지 않는다(트코). 있다고 믿었던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이젠 아예 박살이 나 점차 계급화 되어 간다. 잘나게 태어난 이를 끌어내리지도 않지만, 내가 신분상승을 하려는 의지도 점차 꺾여간다. 이미 빈부격차가 고착화 되고, 사회적 불공정성과 기회의 불균등이 만연하며 2030세대의 불만과 좌절이 만들어낸 자조섞인 풍자 수저계급론과 오야가차(일본의 수저계급론, 부모뽑기)라는 말(라이프)이 신조어가 아니라 관용어가 된 지 오래다. 몇 년 전 유행했던 '노오오오오오력'의 분위기는 여전하나, 루저의 마음으로 체념하기 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이 간극을 풀어내는 요즘이다.

Z세대를 중심으로 올드 머니(번 것이 아니라 물려받은 부, 내 의지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닌 것들, 돈, 문화자본, 취향 등)가 트렌드가 된 것은 두 가지 배경이 있다. 하나는 이미 부자가 아니라면 새로운 부자가 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노력해봤자 안 되는 시대이기에(가능하더라도 아주 소수만이 뉴 머니, 즉 신흥 부자가 될 수 있기에)부자들의 패션이나 라이프스타일의 취향이나마 욕망하고, 좇는 것이다. 두 번째는 2010년대 스마트폰 대중화가 되고 자신의 일상이나 직접 만든 콘텐츠를 공유하고 과시할 수 있게 된 시대의 영향이다. (라이프)

진짜 올드 머니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올드 머니의 패션과 취미, 일상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것은 가능하기에, 팍팍한 현실 속에서 도피, 위안을 얻는 방법으로 '부자처럼 보이는 것'을 택한다. 누구나 과시를 할 수 있는 시대에 '부자 코스프레'는 보편적인 행동이자 욕망의 표현이다(라이프). 올드 머니가 매력적인 이유는 미학과 감성에 있는데, 그들이 쌓아온 서사와 가치를 대중은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과거의 추억과 향수'가 아니라 '얼마나 매력적인 유산인가'가 핵심이다. 새로운 소비주체로 등장한 Z세대에게는 그런 경험은 없었다. 다만 새로운데 단지 오래된 것에 가깝다. 경제 호황시대의 레트로가 다시 유행하는 것도, 어른들의 추억팔이가 아니라 그것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라이프)


때문에 오래된 것, 오리지널리티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오리지널리티에 열광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이다. 레트로 태극당을 찾는 손님은 길 건너 동국대 학생이지 과거에 태극당을 방문하던 손님이 아니기 때문이다.(노트) 과거엔 올드 머니를 따라하는 건 뉴 머니 뿐이었고 일반 사람들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는 막연히 꿈만 꾸면서 부자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올드 머니 스타일을 소비하는 것으로 욕망을 대체(라이프)하면서 능동적으로 새 시각을 만들어간다. 과시를 통해 자신의 문화자본과 취향을 확장해 간다.

한편으론 럭키걸 신드롬 같은 현상도 벌어진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며, 노력 없이도 원하는 건 다 얻게 될 것이라고 자기 최면을 거는 식으로 노력보다는 위안이나 착각을 따라가는 것.(라이프) 이는 2008 글로벌 경제 위기 시절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시크릿>의 경우와 비슷한 불황 속 현상이 아닐까. 될 수 없는 것의 욕망을 따라가는 한편, '나' 자신의 성장에 집중하는 트렌드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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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갓생 직장인과 육각형 인간


작년 책으로 읽은 2023 트렌드 글에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큰 변동성으로 흔들리는 세상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상수'인 '나'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했었다. 한번 깨어진 관성은 쉬이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코로나는 조직에 의한 시간표가 아니라 스스로의 시간표대로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이 자기만의 습관을 만들어 지키는 방식으로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게 했다.(노트)

일에 대한 개념도 평생 직장은 없고, 자신을 책임질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믿으며, 자신이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노트)이 생겨났다. 자신을 브랜딩하기 위한 노력으로 공부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갓생'을 사는 직장인의 노력은 '필수'(노트)가 되었다. 휴양지나 다른 지역에서 워케이션을 하거나 워라밸을 중시하는 태도도 결국 갓생의 니즈와 같다. 내 삶에 몰두하는 삶, 내가 주인공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노트)

청년 세대의 구직자들은 이제 임금 조건만으로 취업을 결정하지 않는다. 돈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의 효율성, 합리성이 중요하다. 자신이 성장하기 위해서다. 워라밸도 놀고 싶다는 욕망이 아닌, 자신의 삶에서 직장과 직업이 절대 비중이 아닌 적정 비중이기를 바라는 욕망에서 만들어진 것이다.(라이프) 삶의 주도권을 자신이 갖고 사는 삶을 그들은 지향한다.

개인 플레이를 바라는 건 아니다. 조직 내에서 1인분을 하며 나의 성장과 회사의 성과를 동시에 도모하는 것이다. 그들은 일을 통해 자기 성장을 이루고자 하지만, 서사나 팬심에서도 노력을 바라는 것 같지는 않다. 갓생을 위해 부단히 열심히 살다보면 쉬면서 콘텐츠를 볼 때까지 노력할 여력이 없어서는 아닐까.

4050이 습득해온 고진감래, 개천에서 용나는 성장형 서사는 이제 환영받지 못한다(트코). 이세계 트럭으로 대표되는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 - 웹소설에서 주로 쓰이는 장치. 능력있는 존재가 과거로 회귀하거나 다른 존재에 빙의되거나, 기억을 갖고 새로 태어나는 방식으로 주인공을 서사 안에서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하게 만든다.)서사는 고생의 과정을 축약 하거나 없앰으로서 노력 없이 무언가 이루는 환상적인 스토리(트코)를 제시한다.

데뷔부터 완성형 아이돌을 선호하고, 비슷한 개체군보다 우월한, 그러면서도 구김없이 자란 완벽한 존재, 육각형 인간을 선호(트코)하는 경향을 보인다. 노력의 지난한 과정보다는 증명이 우선되며, 어쩌면 사회가 제시하는 이상형을 설정하고 서열을 매기는 방식으로 서사나 상품을 바라본다. 그들을 동경해서 부단한 노력을 통해 역전하려 하지 않는다. 시기 질투보다는 실력 있는 자에게 박수를, 완벽한 모습을 증명하는 이들에겐 인정을 준다.

애석하게도 직장인들이 '자기주도성'을 띄는 동시에, 노동생산성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현재는 X로 회사명 변경)를 인수 한 후 대량 해고를 한 이후로 메타와 세일즈포스 등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인력시장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라이프). 월급루팡들을 해고하고, 좀 더 효율적이고 성과지향적인 인적개편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는 개개인에게도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압박감을 준다. 관습이나 관성을 벗어나 오직 실력있는 자들만 살아남는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갓생과 육각형 인간 선호는 어쩌면 자기증명을 위한 압박감이 발현된 결과는 아니었을까. 이와 반대의 양상이 또 하나의 트렌드로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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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로, 프리, 도파민 추구


목표 지향적인 갓생러들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운 무의미의 재미를 찾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그냥', '굳이'와 같은 수식어와 함께 특정한 목적이 없어도 재밌으면 그것으로 그만인 도파밍(도파민+파밍, 트코)을 추구한다. 이는 진지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에서 '그냥'이라는 무의미로 재미를 향해 일탈하려는 지향이 구체화된 것(트코)으로 직전 소개한 트렌드의 대립쌍으로 존재한다.

갓생이 저성장과 코로나의 장기화를 경험한 젊은 세대가 불안을 줄여보려 시도한 자구책이라면, 도파밍은 부정적으로 강화된 성장에 대한 압박과 자기 검열에서 벗어나 이완된 일상의 재미와 행복을 찾고자 하는 전략이다.(트코) 어린 시절부터 승자독식의 경쟁(그것도 불공정한 경쟁), 매순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심리는 어쩌면 당연하다. 무지성 도파민 파티를 향해 도피 심리를 자극할 만큼 우리는 일상에서 스스로를 통제하고, 제한하는 자기검열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제로 웨이스트, 프리 사이즈와 유니섹스가 유행하는 까닭은 육각형 인간, 다시 말해 이상향을 제시하고 그것을 추구하도록 유도하는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발현될 것일 게다. 완벽주의가 주는 죄책감과 사회 통념이 만든 구분짓기에 따른 피로감으로부터 벗어나길 바라는 것이다.(노트) 이를테면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는다는 죄책감, 제로웨이스트의 빡빡한 기준에 부합하는 삶인지 자신할 수 없는 불확신 같은 것들(노트) 말이다.

허나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해 간다. 남들이 세운 기준보다는 자신의 기준에 따라 어디까지 지킬지, 무엇을 남길지 정하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다. 타인과 스스로에게 수많은 수행 및 성취가 요구되는 오늘날, 과도한 죄책감이나 책임감 그리고 피로감을 덜어내는 것은 그자체로 자기자비의 행동(노트)이고, '나' 중심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소수자 감수성을 피로감으로 대입하는 이들도 있을 터다. 그들에게는 애석하지만 감수성은 앞으로를 살아가기 위한 기본소양이지 위와는 다른 맥락이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를 위한 기술인지, 성별이나 신체적 특징으로 양보한다거나 배려한다는 말과 함께 타자화한 건 아닐지 체크(노트)를 하며 익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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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좋아하는 마음에는 '진정성'을 담아서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놓치 말아야할 하나의 흐름이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콘텐츠'와 '팬덤'이다. 이는 자기 정체성이고, 공감의 커뮤니티이며 비즈니스가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접점이기 때문(노트)이다.

요즘 세상은 콘텐츠를 떼놓고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다. TV로 대표되는 매스미디어가 주도하던 콘텐츠 판이 유튜브로 대표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사라지고, 각자의 취향을 알고리즘에 따라 확장-강화 시키는 파편화가 일어나는 동시에, OTT서비스의 등장으로 양적 질적 팽창을 일으키면서 봐야할 것은 많고, 개개인의 관심사는 극과 극으로 멀어진다.

볼거리가 많아진다는 의미는 선택할 것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시간을 압축해가며 인풋해야할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패를 줄이기 위한 선택지를 찾는다(트코). 이를테면 두괄식으로 내용을 정리한 미리보기나 요약본을 찾는다거나, 믿을만한 사람(이를테면 각 분야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ex뷰티 인스타그래머)이나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소비한다.(트코) 잘못된 선택을 하기 보다는 애초에 선택을 하지 않는 경향이 커진 까닭은 효율이 중시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사람들이 체감하는 실패의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이다.(트코)

특히 '믿을만한 사람'은 한 분야에 정통한 권위를 갖는 이들보다는 '진정성'을 담아 한 분야를 디깅하는 커뮤니케이터(노트)를 선호한다. 메인스트림은 아니어서 인지도는 낮지만, 참여자가 많은 분야. 다시 말해 서브 컬쳐 각 분야의 오타쿠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되었다(노트). 동등한 눈높이에서 같은 관심사를 갖는 다수와 함께 대화하며, 공통의 주제를 더 공식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터들의 등장(노트)은 그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바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023년의 오타쿠는 타자화된 언어가 아니라 스스로 오타쿠임을 밝히는 자기발화(노트)라는 점에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진정성은 '슬램덩크'나 '뉴진스'의 경우처럼 소수의 매니아에 국한되지 않는 어느 세대든 두루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다수가 공감하는 콘텐츠(노트)에도 유효하다. 이들은 서사나 세계관이 너무 촘촘하거나 복잡하지 않기에 다수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동시에, 만화와 음악이라는 코어 콘텐츠에 머물지 않고 애니, 팝업스토어 굿즈, 단행본, 포토카드, 각종 콜라보레이션으로 콘텐츠를 확장시킨다(노트). 그 기반에는 반드시 진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콘텐츠 팬덤은 취향과 몰입으로 요약되는데, 핵심가치는 취향, 매력, 즐거움, 재미, 힐링이다. 재미를 위해 혹은 고달픈 현생을 벗어나 몰입하기 위해 자신의 세세한 취향에 들어맞는 콘텐츠를 찾는다(노트).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을 확보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디테일한 가치가 있어야 하고, 그들만이 이해하고 경험하는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 소비자를 공략해야할 타깃으로 보지 않고 함께 성장하는 동등한 친구로 대할 때(노트) 팬심은 만들어진다. 진정성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다.(노트)

팬들의 2차 창작, 밈의 재생산, 밈을 통한 브랜드 콜라보 연동까지 주체적이고 진심을 다한 덕질은 양방향적인 세계관 구축에 큰 역할을 한다. 디깅할 거리를 찾고, 더 깊이 서사에 몰입하고 싶은 팬들을 위해 스핀오프를 활용하는 전략도 용이하다. 스핀오프는 일종의 브랜드 확장이기 때문에 위험이 상대적으로 분산되고,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기에(트코) 생산자 입장에서는 안전한 선택이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진정성이 결여되었다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다.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지금, 진정성이 이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다(노트). 매일 매일 쌓아가는 행동 하나, 기록 하나가 이야기의 과정이고 그렇게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브랜드도 팬도 서사를 획득한다. 이는 개인의 영역에도 마찬가지다. 직장 생활의 스핀오프 격인 사이드 프로젝트도 본질이라는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확장(트코)하는 일종의 서사 쌓기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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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비슷한 듯 다르고, 상반되어도 연결되는


지금까지 책으로 살펴본 2024 트렌드의 한 단면을 확인해보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2024 트렌드의 전부가 아닌 일부다. 비슷한 듯 다르고, 상반되어도 연결되는 트렌드 예상도의 기저에는 어떤 마음이 있었을까. 내가 발견한 건 '실패와 실수를 품을 수 없는 분위기'와 '자기증명'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있는 시대라면 마음껏 도전해보고 설사 망하더라도 경험삼아 일어서라는 말이 적절한 조언이 될지도 모른다. 과거의 실패와 실수(악행을 포함한)가 현재의 발목을 잡기도 하고, 지금 넘어지면 영원히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동력을 붙잡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타파하고자 일신우일신하면서 매일을 증명하려니 자기계발서와 자기확언 콘텐츠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한 편, 실력은 늘더라도 지치는 개인들이 나오는 것도 같다. 서점가의 베스트셀러가 안전공간을 지향 하는 책들, 이를테면 백화점, 편의점, 빨래방, 중고서점, 잡화점 등 공간을 매개로 하는 힐링과 공감을 바라는 소설이 잘 팔리는 데도 그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여전히 나는 잘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더 읽고, 공부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과 사람들이 바라는 것의 주파수를 맞춰 2024년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진정성'을 꾹꾹 눌러 담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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