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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Nov 08. 2023

[에세이]태도가 경쟁력이다, 나를 존중하며 일하는 방법

최인아,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unsplash.com

무기력해 아무것도 못할 때 벗어나는 방법


어제는 하루종일 침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자도자도 피곤했고, 잠깐 깨어서도 유튜브를 한두 시간 보다가 다시 잠으로 도피했다. 정신을 차리니 오후 다섯시였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망했구나.' 하는 죄책감과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가득했다.

어쩐지 기시감이 드는 하루. 부엌에서 계란후라이를 해서 밥 위에 올리고, 간장에 비비다가 문득 이것이 우울증으로 퇴사를 하던 그 시절과 비슷한 생활 리듬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앞으로도 계속 달고 살 반려질병이라지만 왜 또 나에게 이런 마음이 찾아온 걸까.

무기력한 마음을 떨치려 일단 산책을 나섰고, 한 시간 정도 걷다보니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나는 또 나 자신을 방치하고 있었구나. 그러면 안 되었는데 또 나를 후순위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2년 전이었다면 생각이 거기에서 멈추거나, 자기연민에 빠져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가는 악순환에 빠졌겠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무기력해 아무것도 못할 때 벗어나는 방법을 시도해본다. 의욕이나 텐션이 확 오르지는 않지만 마음에 불을  지필만한 불씨를 넣어주는 것. 한 사람의 경험이 담긴 에세이를 읽는 일이다.

에세이는 비단 타인의 이야기지만, 그들이 겪은 삶의 여정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되고 싶은 나, 못난 나, 부러워하는 나, 바뀌고 싶은 나, 내보이고 싶은 나, 고민하는 나, 추구하는 나… '나'를 타자의 삶의 투영하다보면 내가 지금 이렇게 누워만 있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번쩍든다. 다시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을 쌓아가야지, 남은 오늘만이라도 망치지 말아야지 하는 불꽃이 올라온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는 이번 위기를 일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통해 극복할 수 있게 만들어준 책이다.






알라딘

같이 볼 콘텐츠,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는 최인아책방의 안방마님이자 전 제일기획 부사장 최인아의 에세이다. 29년간 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해온 그는 퇴사 후 최인아책방을 열었고, 7년째 운영중이다. 이 책은 그의 언어로 쓰여진 일과 삶에 대한 관점의 책이다.


*책의 전체 내용을 다루지 않습니다. 임팩트를 준 부분만 추려서 쓰고, 제맘대로 내용을 편집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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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이 주는 무엇에 기뻐하는가?'


내 마음에 다시금 위기가 찾아온 건 '어디로 가야할지, 내가 지금 무얼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상태가 대안도 없이 2년째 지속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대학 진학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길게 놀아본 적이 없었다. 일하지 않는 무적자의 상태로 목표도 없이 부유하는 삶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물론 온전히 논 것은 아니다. M.D.LAB을 통해 들어오는 외주 작업을 몇 개 했고, 소설가가 되기 위해 공모전 준비도 계속해왔으니까. 그러나 9 to 6 혹은 시급 얼마의 규칙적인 수익이 들어오는 세계로부터 한 발 벗어나 지내다보니 자존감은 떨어지고, 이래도 되나 싶은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나는 이대로 괜찮을까.

저는 일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
'나에게 일이란 무엇일까?'라고요.
사실 이러한 질문에는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평소에 이런 생각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래 의미를 묻는 질문은 답하기 어려워요. 우리는 근본을 묻는 일이 잘 없다는 것, 그리고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이 쉽지 않습니다.
만약 '나에게 일이란 무엇일까?'라 질문해도 도통 답이 찾아지지 않거든 질문을 살짝 바꿔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일에서 무엇을 얻고 있나?' '나는 일한 대가로 무얼 가져가고 있나?' '나는 일이 주는 무엇에 기뻐하는가?'라고요.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中


책을 읽으며 다시 질문해 보았다. '나는 일이 주는 무엇에 기뻐하는가?' 돈? 명예? 안정감? 동료애? 성취감? 수많은 단어들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내가 찾은 단어는 '인정'이었다.
인정욕구에서 벗어나라는 말은 수많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에 나오는 말이다. 그래서 어쩐지 부정적인 뉘앙스로 인식된다. 경계하려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밀어내도 내가 '인정'에 기뻐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 내 글을 보고 좋은 피드백을 주면 그게 좋아서', '그렇게 남들에게 도움이 될 때 쓸모있는 사람이 된 거 같아서.', '칭찬받고 싶어서' 같은 비루하고 한없이 잘잘한 사유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사소한 것들이 내가 계속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저는 '내가 잘 쓰이고 있구나' '내가 구상한 방법이 통하는구나' '내 생각대로 하니까 되네'라는 걸 확인하는 순간에 기쁨을 느낍니다.
(...)
다시 일터로 나오게 된 것도 '누군가에게, 혹은 어딘가에 쓰여 보탬이 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고요.
(...)
누군가 이미 해놓은 것을 누리면서 재밌어하고 즐거워하는 걸로는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것이 제겐 있는데, 그것은 저의 생각과 에너지를 집어넣어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낼 때 충족되었고, 저는그때 비로소 충분히 기쁘고 충만해졌습니다.
핵심은 제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며 만들어내는 것이었고, 그것이 곧 생산자로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삶을 위한 제 노력의 결과는 주로 콘텐츠로 나타났지요.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中


같은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을 보면서 '이렇게 대단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도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막연히 '그냥', '잘하는 게 이거 밖에 없어서', '별 생각 없이' 같은 단어로 시큰둥하게 포장해온 내 욕망 뒤에는 솔직한 욕망이 있었다. 그 욕망에 저자처럼 '생산자'라는 주체적인 단어로 이름을 붙이고, 어떤 구체적인 상황에 욕망이 충족되어 충만한 상태가 되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내가 바라는 것도 조금은 명확해졌다.

- 나는 3-6시간 정도 이어폰을 끼고 글(소설이든 리뷰든 에세이든)에 몰입해 홀린듯이 글을 쓴 다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충만함을 느낀다.
- 그렇게 완성된 글을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좋은 피드백을 받을 때 기쁘다.

- 내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그것으로 벌이를 할 때 효능감을 느낀다

몇 십 년이고 반복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면, 회사 생활보다는 지금 열심히 글을 쓸 때가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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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가 경쟁력이다!


일이 어떤 의미인줄 알았다면 그다음은 어떻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자신의 일을 붙들고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나아지기 위해 어제의 자신을 부정하며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겉에선 잘 보이지 않던 것들, 즉 자기만의 관점과 시선이 생긴다고 말한다.

그만큼 '나'와 '내 일'에 집중해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애석하게도 나만의 관점과 시선을 만드는 과정에 지름길은 없다. 매일을 충실하게 보내는 태도, 시간을 들여 내 것으로 만드는 숙성의 과정이 내것을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이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 오늘 내가 채우는 노력과 생각들이 모여서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쓰이고 싶은지, 내가 아는 나의 재능과 취향, 선호를 어떻게 썼을 때 자신의 성장과 더불어 내가 속한 곳에 대한 기여도 커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계속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 질문은 평생 가까이 해야 합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답을 찾았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며 상황이 변하면 답은 또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그 답들을 이어가다 보면 커리어가 되지 않을까요?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中


그의 시선은 '자신'을 향해있다. 상사가 요구하는 것, 회사가 요구하는 것, 세상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내가 어떻게 쓰이고 싶은지 정확히 하는 것에서 질문이 시작된다. '나는 어떤 가치를 갖는지, 어떤 가치를 생산해 제공할지'를 끊임없이 물으며, 좀더 나은 실제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한다.

그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말해 화제가 되었던 한 마디 "태도가 경쟁력이다!"에는 앞서 말한 것들이 요약되어 있다. 재능이나 능력보다는 매일의 내 태도와 행동들이 모인 노력이 퍼포먼스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회사원 시절의 나는 수동적이었다.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었지만 타협하고, 포기하고, 체념하는 시간을 지나 '나의 쓰임'보다는 '해야하는 일'들에 짓눌렸다. 업무 효율이 나지 않아 매일 한두 시간씩 티나지 않는 야근을 해야했고, 행복하지도 않았다. 미래조차 그려지지 않았다. 그때의 심정에 대입해 다시 평가를 해보면 당시 나는 나의 가치가 제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은 못하는데 연차만 쌓이는 대리, 무엇하나 제대로 못한 망한 커리어, 할 때마다 엎어지는 실패한 프로젝트 담당자, 월급값 못하는 무능이. 

회사를 좋아했지만, 정작 그 안의 나는 점점 갉아먹히고 있었다. 문제는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노력의 방향성이 어긋난 것일지, 양이 부족한 것일지 계속해서 어긋나갔기에 종국에는 '노력해도 안 되는구나' 하는 무용에 빠졌으니 말이다. 한 발 떨어져서 보면 '그저 운이 없었다'로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에 가장 많이 시간을 쓰는 직장에서 '나의 가치의 효용'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점이 나를 힘들게 했다.

도망치듯 퇴사를 했던 이유를 이제야 생각해보면 '무능한 모습을 더이상 보이고 싶지 않아서'가 컸던 것 같다. 만약 내가 그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생각을 바꿨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했더라면, 다시 일어나고자 태도를 고쳐먹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모습은 달라졌을 것 같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어쩌면 내일의 '나'를 결정할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쨌거나 나는 가치없음과 자기비난의 악순환에서 벗어났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의 상태가 아닌가! 그럼 어떤 가치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할까.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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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세상에 맞추지 말고 내가 가진 걸 세상이 원하게 하라!


코모디티는 꼭 그것이라야 할 이유가 없어 고객이 다른 것으로 바꿔 사도 될 만한 브랜드를 말한다. 저자는 브랜딩의 중요한 목표를 '코모디티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고, 그 브랜드만이 제공하는 고유의 가치를 개발해 제공해 경쟁 브랜와 명확히 구별되게끔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쯤에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봅시다. 혹시 나는 코모디티인가? 나는 쉽게 대체될 수 없는 나만의 가치를 내놓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는 답을 확실히 할 수 없다면 진지하게 고민해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다른 이들과는 명확히 구분되며 나를 쓸 이유가 확실한 브랜드가 되고 롱런하기 위해서는.
(...)
'They say'에 무조건 맞춰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 어차피 내가 하는 거라면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도 된다는 것. 아니, 그래야 승산이 높고 세상에 통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내 안에 무엇이 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깊이 살펴야 한다는 것. 즉, 안테나를 바깥으로만 뻗지 말고 내 안으로도 향하게 해서 내가 가진 걸 알아야 한다는 것. 무조건 세상에 맞출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걸 그들이 원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 오히려 그래야 내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저는 그 후로 이런 캐치프레이즈를 쓰고 말했습니다. '무조건 세상에 맞추지 말고 내가 가진 걸 세상이 원하게 하라!'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中


저자는 쉽게 대체될 수 없는 나만의 가치를 '내 안에서 찾기'를 권한다. 세상 사람들이 정답이라고, 그렇게 해야된다고 하는 것을 맞춰 따라가는 것 말고도,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방식을 세상이 원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말한다. 이 대목을 읽을 때는 비로소 내가 회사에서 왜 망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직을 할 때의 나는 마음이 바닥난 상황이었다. 업계를 뜨고 공기업 시험 준비를 생각하던 시절이었고, 스스로의 가치를 바닥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그때 좋은 계기로 손을 내밀어 주었기에 '나 같은 걸 거두어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많이 했더랬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그래서는 안 되었다.

입사 초반에 뭣모르고 의견을 내보다가 회사의 정신, 회사의 이미지, 경영진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한두 번 가로막히고 나서는 바로 포기를 해버렸다. '그래 내가 틀린 거겠지. 새 회사에 맞는 방식으로 배우자. 맞춰가자. 내 생각을 지우고 따라가자.'고 생각하며 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무렵부터 친구들에게 '나를 잃어가는 것 같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내 생각과는 반하는 것도 '내가 틀렸어. 교정하자.'는 마음으로 제거했으니까. 간간히 의견을 내게 물을 때도 '어차피 내 의견은 반영되지 않을 텐데'하는 생각으로 적당히 답을 했으니까. 그 시간들은 언제나 '나는 틀리고, 회사는 맞으니 바꿔가는 시간'이었다.

그것들은 나를 망치는 태도였다. 내 가치를 낮추고, 무능이로 만든 것도 결국 다 내 탓이었다. 그때의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면, 태도를 바꿔서 내가 가진 걸 내 주변 사람들이, 회사가, 세상이 원하게 하도록 노력했다면 성과가 나든 안 나든 행복하게 일하지 않았을까. 뒤늦게 깨닫는 지금이다.

제가 잘한 게 있다면 임원이 된 게 아니라, 무엇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시간에도 꺾이지 않고 애쓰고 견뎠던 거라 생각합니다. 이 세상의 많은 성취는 시험에 들었을 때 홀랑 넘어가거나 고비 앞에서 무너지지 않은 대가이기도 하니까요.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中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태도가 전부라는 말마따나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갈 생각이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에서 받은 작은 불씨를 키워 코모디티가 아닌 나만의 가치를 가진 존재로 나를 키워갈 것이다. 남은 오늘도 온전히 나를 위해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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