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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Dec 11. 2023

[자기계발] 저항을 넘어 기필코 마감하는 방법

세스 고딘, 《린치핀》

unsplash.com

끌어당김의 법칙으로부터


https://brunch.co.kr/@hakgome/548


유튜브 알고리즘은 참 무섭다.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나는 타로, 사주, 별자리 같은 일종의 '운명 콘텐츠'에 미쳐있었다. 특히 대운이 들어오는 징조라거나, 내 사주나 상황에 맞는 영상은 두세 번씩 돌려보곤 했으니까. 그러다가 나름대로 기대하던 공모전 탈락 소식을 듣고나서는 팍 식어버렸다. 사주랑 점괘가 아무리 좋아봐야 나한테 안 통하면 아무것도 아니구나 생각하면서 매일 밤 분노의 산책을 때렸더랬다. 1시간에서 1시간 20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그냥 걷기는 아까워서 세바시부터 시작해 강연을 듣다보니, 성공학 콘텐츠로, 부자들의 성공비결로,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방법을 거쳐 끌어당김의 법칙까지 닿았고 그 사이에 내 유튜브 알고리즘은 '예언'에서 '방법'으로 옮겨와 있었다.
 
다 식은 줄 알았던 시크릿 열풍이 돌고돌아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돌아온 것도 신기했지만, 이전에는 외국의 100조 부자 000, 유명 강소기업의 000회장 같은 먼 이야기 같았던 사례들이, 나랑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의 성공사례로 바뀌어 다시 나타나니 혹하는 마음도 들었다. 이미 사주, 타로, 별자리를 섭렵하며 사람은 마음이 약해질 때 좋은 말에 끌려간다는 것을 여실히 체감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다가 돈 드는 것도 아닌데 해볼까...? 라고 생각하면서 어느 유튜버의 영상을 보게 되었고 '역추산의 법칙'을 알게 되었다.

간절히 원하면 언젠간 이뤄진다는 게 아니라,
간절히 원하는 것을 다 이뤘다고 생각하고 그 시점에 맞춰 역순으로 타임라인을 잡아보라는 것.

가령 내가 '유럽 여행'을 가고 싶다면
간절히 기도하면서 누가 여행비를 지원해줄 것을 기다리는 대신에
일단 어떻게든 빚을 내서라도 표를 끊어놓으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알바를 뛰게 되어있다는 것이 그의 말의 핵심이었다.

말이야 쉽지... 하면서 나는 간절히 원한 것이 있었나 생각을 하다보니 그렇지 않았다. 막연하게 언젠간 작가가 될 테야~ 생각만 했지 그에 따른 계획적인 실천이 있었느냐면 그렇지 않았다. 그저 미완성고를 써놓고 누군가 나를 알아봐주기를 바라면서 막연하게 기도메타로 인생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그 사이에 도박이나 게임에 빠져 인생을 버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쭙잖지만 매일 읽고, 보고, 쓰면서 살았고 친구들과 독립출판물 7권을 마감쳤으니까. 문제는 '소설가 되기'라는 목표에 안에서 내가 닉네임과는 어긋나는 행동, 마감하지 않고, 기도만 했다는 데 있었다. '이번에 요구한 건 내일까지 마감이야'라는 이름을 지었던 건 나 스스로도 내가 마감을 잘 지키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결심했어! 생각하고 나선 달라졌을까? 당연히 아니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사주, 타로, 별자리 같은 걸 보지도 않았을 테다. 언제나 그렇듯 도서관 신착자료를 기웃거리다가 만난, 과거에 한 번 읽었지만 다시 읽어보자고 생각하면서 잡은 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같이 볼 콘텐츠, 《린치핀》


《린치핀》은 《보랏빛 소가 온다》, 《디스 이즈 마케팅》 등의 베스트셀러를 쓴 세스 고딘의 자기계발서다. 대량 생산 시대의 관리자와 노동자 프레임에서 벗어나 스스로 플랫폼이자 콘텐츠가 되는 예술가인 '린치핀'이 되기를 권하는 책. 더 이상 학교 교육, 사회가 주입한 프레임에서 관성대로 살지 말고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권한다. 두껍지만 금방 읽히고, 메시지도 명징해서 한 번 쯤은 읽어볼 만한 책. 

*책의 전체 내용을 다루지 않습니다. 임팩트를 준 부분만 추려서 쓰고, 제맘대로 내용을 편집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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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제시간에 일을 마무리 하기 어려운 한 가지 이유


책의 저자 세스 고딘은 스티브 잡스의 말을 인용하여 진정한 예술가의 조건을 설명한다.

"진정한 예술가는 끝낼 줄 안다."

코드가 완전하지 않아서, 좀 더 하면 괜찮은 아웃풋이 나올 것 같아서, 아직 완성도가 떨어져서... 우리가 마감을 치지 못하고 결과를 매조지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빈틈 없이 완벽하게 내 작업물을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매스터피스(Masterpiece)'를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개는 뜻대로 되지 않기 마련이다.

'와! 이건 발표만 하면 매스터피스야!'라고 생각할수록 만들 때 강박이 생기고, 부담이 생기며, 더 많은 레퍼런스를 찾다가 보는 눈이 높아져 내 작품이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폐기하는 사이클을 나는 수없이 겪었다. 내게 남은 게 있냐면... 끝까지 마무리된 완결된 소설이랄 것은 없고, 한 때 매스터피스였던 것들의 폐기물만 잔뜩 남았다. 물론 그런 버림의 과정이 있었기에 긴 글을 쓰는데 불편함이 적어진 면도 있긴 하겠지만, 보물을 찾아서 바다를 항해하던 소년 만화의 결말이 '그간 너희와 함께 한 모험의 시간들이 보물 아니겠어? 핫핫핫'하는 식의 위로는 '보물'이라는 아웃풋을 대신할 수 없다.

저자는 '처음에는 언제나 커다란 차이를 만들고 중요한 예술을 창조하고 최고의 작품을 만들 각오를 하지만 마감이 다가올수록 지름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며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 '제대로 일을 끝마치는 습관'은 반드시 쌓아야 하는 능력임을 강조한다. 분명히 완성만 되면 세상을 바꿀만한 매스터피스일지언데 왜 우리는 마무리하지 못하고 질질 끌면서 결과물을 내지 못할까. 그는 '저항'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일은 왜 그렇게 힘든 것일까? 거기에는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다. 우리 뇌 속 깊은 곳에 있는 아미그달라, 즉 도마뱀뇌 때문이다. 위협이나 위험으로 느껴지는 것,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곧장 파괴해버린다. 이러한 좌절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저항을 인식하고 이름 붙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린치핀》 中


책에서 말하는 아미그달라는 '편도체'를 의미한다. 우리의 뇌 깊숙한 곳, 변연계에 아몬드처럼 생긴 1cm 정도 크기의 편도체가 자리잡고 있다. 이 부분은 인간의 안전경보 역할을 한다. 외부 자극으로부터 호불호, 공포, 불쾌, 유쾌를 분류해 감정을 일으키고, 특히 공포와 두려움을 일으켜 우리가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한다. 손원평의 소설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가 편도체에 대해 장르적으로 잘 풀어놓은 예이다. 선천적으로 편도체가 작아서 '감정불능증'을 가진 인물이 사는 세상은 그곳이 멀쩡한 사람들과는 분명히 이질적일 테니 말이다.

달리 말하면, 변연계와 편도체에 이상이 있지 않는 한 인간은 '도마뱀뇌'의 지배를 받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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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뇌가 만드는 저항들을 넘어서


저자는 도마뱀뇌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 도마뱀뇌는 굶주리고 겁이 많고 화내고 충동적이다.
- 도마뱀뇌는 먹는 것과 안전만을 원한다.
- 도마뱀뇌는 싸워야 할 경우에는 (죽을 때까지) 싸우겠지만 대부분 도망친다.
- 도마뱀뇌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신경 쓴다. 무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용을 잘 살펴보면 도마뱀뇌에 지배를 받아 행동하는 존재는 사람보다는 '동물'처럼 보인다. 맞다. 사람도 하나의 동물이고, 우리는 천운으로 매일 매일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시대, 나라에 태어나서 크게 걱정할 일 없지만 본질적으로는 '동물'처럼 행동해야만 했다. 세스 고딘은 이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 사람들이 충분히 예술을 할 수 있음에도 현재에 안주해 행동을 바꾸지 않고, 일을 마무리하고 바깥 세상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은 다 도마뱀뇌 때문이고, 도마뱀뇌가 바로 저항의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저항은 아이디어가 터져 나올 때, 선물을 받았을 때, 마법이 일어났을 때, 내가 처할 상황을 두려워 한다고 그는 말한다. 내가 이해한 바로 다시 풀어본다면 '좋은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혹여나 발생할 '생존에 위협이 될만한 가정'을 생각하면서 아예 그러한 결과가 나올만한 원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저항이다. 이는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 합리화를 하게 되고, 사람을 그 자리에 머물게 한다. 내가 아웃풋을 내진 않았지만 적어도 남들의 눈에 띄어 비난을 받거나, 혹시 모를 잘못된 상황에 애초에 처하지 않을 수 있으니 '생존'에는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도마뱀뇌가 늘 좋은 방향으로 생존을 이끌지는 않는다. 편안한 것과 우리가 해야하는 일 사이에서 도마뱀뇌는 익숙한 길인 편안한 것을 택하기 때문이다.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향하는 일은 그 자체로 위험이고 공포를 만드는 일이기에, 자연히 회피하는 길로 향하게 된다. 우리가 살면서 수없이 느꼈을 '이거 한다고 내가 부귀영화를 누릴 것도 아니고...' 하는 그러나 그걸 했다면 분명 어제보다는 조금 나아졌을 걸 아는... 이를테면 다이어트 같은 것들이 이에 속한다.

타인에게 비아냥을 들을까봐(지위의 손상), 실패할까봐(패배), 그거 한다고 삶이 대단히 바뀔까 싶어서(불편함이 주는 공포), 좋은 아이디어를 못낼까봐(자아 손상) 등등 우리가 하지 못할 이유를 도마뱀뇌는 끝도없이 낸다. 이에 대해 저자는 간단한 답변으로 일축한다. "당신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앞에 나열한 저항들에 나는 책에서 제안한대로 괄호로 이름을 붙였다. 그러고나서 다시 '안 될 이유'를 살펴보니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고, 지금 내게 추락할만한 권력이나 명예도 마땅히 없으며, 혹 실패하더라도 타인들은 내게 별 관심이 없기에 큰 타격이 되지 않을 터였다. 나는 "성공하면 어쩌지?" 같은 굳이 할 필요도 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가장 많이 되뇌던 질문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도 이름을 붙이고, 까발려보니... 내가 정말로 '무엇을 할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무얼해야 남들 보기에 괜찮아 보이고, 내가 말하기도 부끄럽지 않으며, 내가 잘하는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을만한 것이 무엇이지?'라는 타인의 시선으로 가득 찬, 두려움을 표하는 명제였던 것이다. 정말 필요한  '무엇을 할지'만 생각했으면 되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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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넘어 오늘도 마감하러 갑니다


저자는 '불안은 쓸모없는 상상일 뿐이다. 불안은 '공포에 대한 공포'다. 다시 말해 아무런 의미 없는 공포다'라고 말한다. 도마뱀뇌에서 느끼는 공포는 생존에 관련된 것이기에 살기 위해 주의를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지만, '만약 ~한다면'이라는 가정들로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고 과장하며 행동을 마비시키는 건 하등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다.

달성할 수 없는 '매스터피스' 같은 기준은 우리를 불안하게만 할 뿐, 행동하게 하지 않는다. 내가 만든 기대치에 눌려 마감을 하는 내내 '사람들이 이렇게 평가하면 어쩌지'를 상상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 내가 해야할 것은 무엇이다? 돌고 돌아서 허무한 결론일 수 있지만 "그냥 마감하는 거다."


텀블벅


지지난주부터 강연들이 잡혀 같이 책을 만드는 친구들과 준비를 해 나갔다. 회사를 다니면서 꾸준히 만들어온 아카이빙 잡지가 어느새 일곱 권이 쌓였고, 그것이 콘텐츠가 되어 사람들에게 무언갈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일곱 권 중 여섯 권에 참여하면서 매번 느꼈고, 이번에도 느끼는 마음.


결국 마감이 있어서 책이 나오는구나.

펀딩 마감이 있고, 인쇄소 발주 마감이 있고, 배송이 들어가야하는 마감일이 있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과물을 내야만 한다. 아쉬운 점이 없느냐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돌이켜본다면 에디터 친구들이 같이 있었기에 그들과 밀어붙이고, 피드백을 하고, 어느 정도는 타협하면서 어떻게든 끝낼 수 있었기에 일곱 권이라는 아웃풋이 남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매스터피스를 낸다는 마인드로 나 혼자 기획했다면 아직도, 아니 10년 후에도 첫 책을 못내고 있었을 게다.


《린치핀》을 읽으면서, 또 이번에 강연을 준비하면서 깨달은 바가 하나 있다.


내가 '소설 쓰기'를 하는 동안에는 대단한 평가를 바라고 있었구나 하는 것이다. 쓰는 과정이나 구상의 단계에서 느끼는 만족감보다는 '타인의 평가', '등단 후에 얻었으면 하는 명예' 같은 긍정회로만 돌리고 있었구나 하면서.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가 유명해지면 어쩌지'하는 생각도 동시에 하며 마감 없이 생각만 했던 것 같다. 투자한 시간은 길어지는데 아웃풋은 없으니 마음은 더 불안해지고, 스스로의 재능도 의심하면서 악순환에 빠뜨린건 결국 도마뱀뇌도 한 몫 했던(?) 것은 아닐까.


불안을 넘어 오늘도 마감을 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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