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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Dec 12. 2023

[자기계발] 엎어진 계획, 다시 빨간 선에 올라타자

개리 비숍, 《시작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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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전에 꺾여버린 결심


고백하자면 벌써 몇 번이나 새해 계획을 세우려다 실패했다. 해야지 해야지 말은 하지만 마음이 따라오지 않아서 미루기를 반복하다가 작년의 나는 어땠나 복기해보았다. 작년의 나는 연말에 이런 계획을 세웠더랬다. 내년에는 '일주일에 한 권 씩 세계문학을 읽고 리뷰를 연재해야지!' 이왕 쓰는 거 제대로 하고 싶었고, 기억에 의존해 느낌만으로 뜬구름 잡는 글은 절대 쓰고 싶지 않았다. 계획 단계에서는 신이 났다.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 읽어야지 마음 먹었지만 손이 안 가서 포기했던 책, 세계문학전집에는 없지만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좋은 책. 그런 작품들을 리스트업하면서 열 편의 글감과 주제, 심지어는 가제까지도 쭈루룩 완성했을 땐 그것만으로도 뿌듯했다. 애석하게도 나는 계획은 어디까지 계획이라는 걸 망각하고 있었다.


나는 계획의 방향을 시작도 전에 틀어야만 했다. 호기롭게 도서관에서 4권 짜리 <전쟁과 평화>를 대출했고, 권당 400-500페이지 되는 대작을 한 주 안에 읽어보려다가 완전히 실패했다. 일주일에 한 편은 커녕 1권의 절반도 읽지 못한 나 자신을 힐난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 새해 결심 누구에게도 말 안 꺼냈는데, 그냥 포기해버릴까...?


세계문학이라는 카테고리, 일주일에 한 권이라는 나와의 약속을 끝내 번복했다. 다시 계획을 세워야지. 다음주엔 꼭 계획을 세워야지. 생각만하다가 어느새 구정이 지났고, 1월의 어느날이었던 그날도 나는 책을 덮고 침대에 누워서 낮잠을 때렸다. 그리고 개꿈을 꿨다. 고등학교 친구, 가족, 전 직장 동료들까지 나와서 나를 비난했고 내내 이유도 모른 채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불쾌하게 일어났다. 현실 도피를 위해 잠으로 도망쳤는데, 그곳에서까지 불편함은 여전했다. 문득 이렇게 불편하게 쉴 바에야 그냥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객관적으로 나를 재평가했다. 일주일에 한 편(한 권이 아니다) 읽고 리뷰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나는 내가 한 주에 읽을 수 있는 텍스트 양의 총량을 복기했고, 책은 2~3권이 맥시멈이라는 걸 확인했다. 새해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2가지 방법뿐이었다. 하나, 일주일에 한 편을 폐기하고 내 깜냥에 맞는 업로드 주기를 설정한다. 둘, 세계문학 자체가 속도가 안나는 거라면 장르에 제한을 푼다. 제대로 된 연재를 한 건 그로부터도 한참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자기객관화 타임덕에 [이요마 리뷰 아카이브 시즌1]은 30편 연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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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볼 콘텐츠, 《시작의 기술》


《시작의 기술》은 온라인 구루, 직설 대마왕 개리 비숍의 명료한 메시지가 담긴 자기계발서다.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그냥 쎄게 말할게. 핑계대지 말고, 기대하지 말고, 생각하지 말고, 닥치고 일단 행동해!" 내가 정신 못차릴 때 쓴소리가 필요하다면, 내 정신을 잡아줄 스팀팩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어쩐지 혼나는 기분이 들기에 타인이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걸 싫어하는 분은 패스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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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많은 시간을 희망만 찾으며 내다버렸다.


평소 같았다면 나는 전자인 '희망사항'의 손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나는 결과보다는 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보다는 이상을 더 높게 쳐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 자신을 돌아보고 진솔하게 평가를 하자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생각 때문에 너무도 많은 시간을 희망만 찾으며 내다버렸다. 그게 팩트였다.

이번에도 내가 조만간 실력을 키워서 주 1회 1편 업로드가 가능하겠지 다짐한다면, 그건 올해도 새해 계획은 포기하고 적당히 괴로워하면서 견디는 것을 선택하는 꼴이었다. 그걸 나도 알았고, 나는 늘 공수표를 남발하는 나 자신을 믿지 않았다. 나를 믿지 않으니 '적당히 하다가 포기하겠지' 생각하는 패배의식이 어느 순간부터 자리를 잡았다. 자기계발서를 백날 읽으면 뭐하나. '불가능은 없어! 너 자신을 믿고 도전해!'라는 메시지 보고 감화받아서 일 벌이다가 또 도망칠 게 아닌가. 싶더라.

《시작의 기술》도 이미 읽고 감화도 받았던, 그래서 일을 벌였고 도망치게 만들었던 자기계발서 중에 하나였다. 양키 자기계발서 특유의 긍정, 자신감, 자존감이 삼위일체로 빛나는 열정주입기 같은 책이어서 읽으면 욕심이 끓어오르던 그런 책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다시 찾아보기가 쪽팔린 책이기도 했다. 어차피 안 할 거면서 책을 보긴 왜 또 봐 싶은 자아비판의 시간이 예고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일단은 읽던 세계문학 책을 잠시 덮어두고, 전자책으로 사두었던 이 책을 다시 꺼내서 읽었다. 올해는 다를 거야 하는 마음으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었다.

책의 초반부터 가슴에 꽂히는 문장이 있었다.

지금 내 삶이 요 모양 요 꼴인 이유는 처한 상황이나 주변 환경 때문이 아니라 나와 나누는 자기 대화가 의욕을 꺾어놓기 때문임을 알겠는가?
(...)
계속 그렇게 스스로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주변만 쳐다보며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친다면, 돌아오는 것은 같은 반응일 수밖에 없다.


아! 나는 이 와중에도 나를 속이고 있었다. 내가 두려워한 것은 사실 '이번에도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이렇게 스스로의 약속도 못 지키는 나를 남이 비난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다만, 그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포기-자기비난-불편한 휴식' 사이클을 가동하고 있던 것이었다.

저자 개리 비숍은 많은 사람들이 새해 다짐을 포기하는 이유로 '앞으로 할 일, 즉 나중을 뜻하는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가 언젠가 실력을 키우면 주 1회 1편 업로드 가능할 거야. 라는 다짐에는 함정이 있었다. 바로 '언젠가', '조만간'이라는 단어인데, 이 언젠가에는 '지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나중으로 미루면 지금은 편안하지만, 악순환의 굴레로 들어가는 길인 셈이다.

개리 비숍은 이에 대한 솔루션으로 '단언'을 제시한다. '할 거야. 될 거야. 해야 돼. 해보지 뭐.'라는 막연한 단어 대신 '나는 ~라고 단언한다.' 하고 선언하라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새로운 것을 수없이 배우고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뇌는 끊임 없이 신경 경로를 만들고 재조정한다. '신경가소성'이라는 이 현상은 우리의 뇌가 의식적으로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경로를 수정하게끔 방향을 튼다는 특징이 있기에, 내 뜻대로 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고, 그런 방법 중 하나가 단언하는 습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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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올라오는 자기 부정적인 말 속에서


단언하는 말로 습관 하나 고친다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면 진작에 달라졌겠지! 하는 반발감이 들지 않은 건 아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 확언하고 남들에게 허세부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당연히 먼저 들었다. 이런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는지 개리 비숍은 이에 대해서도 따로 문단을 할애해 답한다.

가장 먼저 발견하고 깨달아야 할 것은 당신이 스스로에게 한계를 그어왔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당연시하는 것들'을 밝혀내고 깨달아야 한다. (...) 그 결론들이 당신의 잠재력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너의 한계를 넘어라! 임파씨블 이즈 낫띵!' 이런 의미가 아니다. 스스로가 '나는 사랑 받을 자격이 없어.', '나는 똑똑하지 않아.', '내가 뭐라고 이런 글을 써.' 같은 말들을 반복하며 자신이 당연시하는 무의식에 빠져있으면, 뇌는 나의 말이 옳다는 것을 기막히게 증명해낸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안 될거야. 어차피 지키지도 못할 거야. 생각하면 할수록 신경가소성이 '안 될 방향'으로 경로를 틀어버려, "내 이럴 줄 알았지."하는 식의 원하던(?) 시나리오로 흘러간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정적인 사람이라면 '평소처럼 내가 기대하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올해도 기대한 대로 '새해 계획을 포기'하고 마음이 불편해지는 상황으로 나아가게 된다. 애석하게도 이 모든 과정은 결국 내가 선택한 일이고 나의 한계를 정한 것도, 미래를 정하는 것도 결국 다 내 탓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 안에 스스로를 제어하는(?) 장치가 많다는 걸 느끼며 조금 놀랐다. 나 주제에, 지키지도 못할, 희망사항인 같은 '어차피 안 될 인간'이라는 부정적인 워딩들이 습관처럼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온 시간이 길어서일까. 무엇부터 해야할 지 감이 전혀 오지 않았다.

저자는 심플하게 말한다. '그냥 행동해라. 생각은 접어두고 움직여라. 바로 당장.'
계획하고, 그것에 대한 기대를 하지 말고, 현재의 행동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생각은 결국 꼬리를 물고 나를 주저하게 만든다. 사실 그랬다. 행동이 바로 나가지 않은 까닭은 겪어본 적도 없는 미래, 그 중에서도 내 뇌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망할 것 같은 미래'로 갈 것 같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생각하며 나는 망신 당할 생각, 비난 받을지도 모른다는 가정까지 나아갔으니, 그 시간에 글 한 자라도 더 읽었으면 책이라도 한 권 더 읽었겠지 싶다.

Just Do it! 근데 이게 말처럼 쉽나.
아차, 나도 모르게 또 제동을 건다. 내 안에 저항이 많다는 것은 어쩌면 분기점에 위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nvesting.com / US Tech 100 2시간봉

빨간 선 위로 올라타서 배리어를 만들자

 
주식차트와 자기계발이 온전히 매칭되는 건 아니지만, 문득 '지지-저항'이라는 개념이 생각났다. 위 그림의 빨간 선의 위치는 그대로다. 다만 지수의 움직임에서 이 빨간 선은 다르게 기능한다. 왼쪽의 녹색 원에서는 빨간 선 밑으로 빠지지 않고, 차트가 버티고 있다. 빨간 선이 일종의 '지지선' 역할을 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오른쪽 녹색 원에서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때 빨간 선만 맞으면 뿅망치를 맞은 듯 다시 선 아래로 내려간다. 이때의 빨간 선은 '저항선' 역할을 한다.
 
내 마음 속에도 빨간 선이 위치하는 것 같다. 안 될 거야. 난 못해. 하면서 계속해서 나를 억누르고, 때로는 비난하면서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건 지금의 내가 '저항선'에 걸려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빨간 선을 돌파해 위로 올라타면 일정한 레벨 아래는 내려가지 못하게 나를 받쳐주는 '지지선'이 된다는 의미기도 했다.

비슷한 개념을 유튜버 신사임당 채널을 운영했던 주언규 PD는 '챌린지'와 '배리어'라는 말로 설명한다. 유튜브를 하든, 사업을 하든, 공부를 하든 사람들은 성장을 하는 와중에 '챌린지'를 해야하는 순간이 온다고 한다. 꽤 많은 사람들은 한 번 턱 걸리는 이 순간에 포기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포기할 구실'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 안 되겠네 하고 빨간 선 이상을 넘어가지 않고 스스로 한계를 긋는 것이다. 주언규 PD는 이에 다르게 생각해보라고 한다. '챌린지'의 순간에 100명중 80명이 떨어져 나간다면, 내가 이 단계를 넘어섰을 때는 나를 포함한 상위 20명을 위한 '배리어'가 만들어지는 것이 된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자신은 턱 걸리는 순간이 찾아오면 오히려 환영하며 더 노력하고, 극복해내면서 나를 위한 '배리어'를 늘릴 수 있는 기회로 본다고.

새해 결심을 은근슬쩍 포기하려는 건 어쩌면 우리가 저항선, 혹은 챌린지에 놓여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막연하게 '그래 다시 시작해야겠다!' 다짐한다거나, '책을 보니 열정이 솟았어요!' 하는 식으로 명분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내 안에 부정적인 생각들을 물리치면서 내 뇌를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것이다.

새해 결심은 진행형이다.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서 빨간 선에 올라간다고 단언한다. 또한 2024년에는 '이요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작가로서 이름을 세상에 알릴 것을 단언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빨간 선에 올라타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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