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요마 Dec 13. 2023

[자기계발] 늦었다고 생각할 때에 뭐라도 한다면?

데이비드 앱스타인,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 이요마 리뷰 아카이브는 30회를 끝으로 시즌 1을 마감합니다. 그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unsplash.com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


엎어진 계획을 딛고 다시 빨간 선에 올라가자는 글을 쓰고 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다이어리 앞에 다시 앉았다. 어느새 1년이 훌쩍 갔고, 뭐 한 것도 없는데 또 1년을 보냈다는 생각에 뭔가 많이 늦은 것만 같았다.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내가 이 나이 먹도록 뭐 하나 한 게 없네. 진짜 너무 늦었구나, 예전에 열심히 할 걸 하는 '자아비판' 사이클로 들어가려는데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에게 연락이 왔다.

잘 지내니, 뭐하고 사니 하는 간단한 안부인사가 끝나고 녀석은 내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가 어릴 때 수능 공부 제대로 안 한 게, 후회가 돼. 그때 열심히 안 해서 업보가 지금 온 거 같아.]
나는 별 생각 없이 [지금부터 잘 살면 되지.]하고 답했고, 녀석은 프리랜서인 자신과 대기업에서 이젠 자리 잡은 친구들과 비교하면 작아지는 것 같고, 앞으로도 여기 머물테니 참 힘들다고 푸념을 하더라.
나는 [난 프리랜서가 되고 싶은데... 니가 회사 가고 싶으면 지금부터 준비해]라고 답했다.
그러니 '나이'가 점점 자신이 없다는 답이 왔다.

이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우울증으로 6개월 정도 누워있으면서, 남이랑 비교하고 하면서 고민만 했거든. 근데 6개월 전에 뭐라도 했으면 시작이 6개월은 젊었을 거야.]
친구는 [아. 맞네.] 라고 했다.

문득 나는 이 말을 나 자신에게도 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톡을 멈추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핑계대지 아니하고, 올해 들어 여러번 반복해서 되뇌었던 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마음먹고 관련된 책을 찾아봤다. 그리고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알라딘
같이 볼 콘텐츠,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은 제목이 사실상 낚시에 가깝다. 늦었다고 생각해서 '늦지 않았어요. 힘내요. 화이팅!'하는 메시지를 얻어보려 잡았다면 당황할 터다. 외려 부제인 '전문화된 세상에서 늦깎이 제너럴리스트가 성공하는 이유'가 더 정확하다. 이 책은 늦고 빠름보다는 '외길 인생'보다 '다양한 경험'을 지향하는 제너럴리스트의 성공 방정식을 풀어놓는다. 수많은 사례들이 책에 등장하나, 정리가 잘 안 되어있어 정독하기 보다는 TTS나 오디오북 같이 틀어놓고 다른 일 하면서 읽으면 좋은 책.

*책의 전체 내용을 다루지 않습니다. 임팩트를 준 부분만 추려서 쓰고, 제맘대로 내용을 편집도 합니다.
-

애석하게도 나는 제목에 낚여버렸고,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힘내요. 화이팅!'하는 메시지를 바랐지만 내용은 전혀 딴판인 책을 읽어버렸고, 리뷰 업로드 계획(?)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대기만성도 천재와 재능 얘기도 아니었고 생뚱맞게도 '창의성'에 관한 책이었다. 방향이 틀어졌다고 글을 엎지 않은 이유가 있느냐면, 책 속에 이런 구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랜시스 헤셀바인_전 미국 걸스카우트 연맹 총재(역대 최고로 손꼽히는 리더)
「나는 준비가 되어 있다는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았어요. 지도자가 되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그냥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해나가면서 배웠지요.」


시작할 때는 완벽한 준비가 없더라도 괜찮다는 이 말에 용기를 얻어 멈추지 않았다. 뭐라도 한다면 뭐라도 남는다!



unsplash.com

우리네 세상은 '친절한 환경'일까 '사악한 환경'일까?


1만 시간의 법칙을 들어보았는가?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에 등장하는 말로, 어느 분야든 1만 시간을 투자한다면 그 분야의 대가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이다. 물론 허투루 보낸 시간을 제하고, '고도의 집중과 몰입 상태로 보낸 1만 시간'일 터다. 때문에 우리는 싹수가 보이는 아이들을 어린 시절부터 한 분야의 조기 교육을 시작한다. 다섯 살부터 바둑을 시작했다는 이세돌 9단, 신진서 9단이나 3살부터 골프를 시작했다는 타이거 우즈처럼 '재능'이 보이면 반복 훈련을 통해 탈인간급 아웃라이어가 되는 사례도 실제로 있다.

이 책은 헝가리의 폴가르 세 자매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폴가르 자매들의 부모는 제대로 조기 교육을 시킨다면 '천재는 만들어진다.'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첫째 수전부터 둘째 소피아, 막내 유디트까지 체스 교육을 시켰다. 네 살 때부터 시작한 본격 체스 조기교육은 성공했을까? 수십 만 개의 기보를 머리에 입력한 세 아이들은 여성 체스 올림피아드 헝가리 대표 네 자리 중 세 자리를 차지했고, 수전은 여성 최초 그랜드마스터에, 유디트는 최연소 그랜드마스터가 되며 조기교육의 결과(?)를 증명했다.

하지만 바둑, 골프, 체스 같은 조기교육의 성공을 모든 분야에 일반화할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 분야들은 인간의 행동이 관여하고 패턴이 뚜렷하게 되풀이 되어 나타나기에, 반복해 경험을 쌓으면 학습이 되는 영역에 있다.

심리학자 로빈 호가스는 이를 '친절한'학습 환경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우리 사는 세상은 이렇게 '예측 가능하고', '특정한 패턴으로 대응'하는 영역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외려 반복되는 패턴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며, 있는지 없는 지도 명백하지 않고, 피드백이 늦어지거나 부정확하거나 양쪽 다인 경우. 쉽게 말해 불확실하고, 확률적인 환경이 더 일반적이고, 골프/체스/바둑과 같은 상황이 예외인 셈이다. 호가스는 이를 두고 '사악한 환경'이라고 불렀다.

저자 앱스타인은 책 전반에서 이런 '사악한 환경'에 적응하며 성공을 하는 인물상에 집중한다. 좁고 깊게 외길 인생을 걷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얕고 넓게 전문성을 갖는 '제너럴리스트'가 그것이다. 프로 운동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박명수의 어록처럼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의 법칙이 통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있는 사회라는 영역은 '사악한 환경'이기에 조금 늦는 것 같더라도 두루두루 익히며 간다면 늦지 않는다는 것. 그게 이 책이 제안하는 메시지다.

내가 특정 분야에 전문성이 없다해도, 모두를 압도하는 실력이 없다해도, 너무 늦게 시작했다고 해도 괜찮다. 우리에겐 제너럴리스트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unsplash.com

유추의 힘, 개념을 연결하자 외부인의 시선으로!


유튜버 주언규 PD의 말을 빌려오면 "혁신은 극단값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한 극단값은 스페셜리스트가 정말 깊게 파서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제너럴리스트가 개념과 개념을 이어서 전에 없던 특이한 아웃풋을 만들 때도 등장한다. 아이팟과 휴대전화기를 합쳐 탄생한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가 전지전능한 조물주라서 만든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그가 전자기술의 정점에 있었기에 만들 수 있던 것이 아니다. 그저 한 분야에 그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다른 분야의 개념을 이어 붙여 합친 것이다.

자신이 경험한 모든 일은 아주 사소한 일이어도 미래와 다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 '커넥팅 닷'으로 유명한 잡스의 하버드 졸업연설처럼 인간은 과거로부터 현재로도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도 서로 다른 것들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유추능력이 있다. 여기에는 일종의 상상력과 동시에, 스스로를 제한하지 않는 능력이 필요하다. 너무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 혁신이나 창의성을 바라기는 어렵다. 너무 잘 알기에 좁고 깊은 스페셜함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닌텐도의 사례를 들어준다. 화투 회사였던 닌텐도가 게임회사로 대변신을 꾀하는 데는 요코이 군페이라는 인물의 덕이 컸다. 그는 입사후 유지 관리 부서에 배치되어 반복되는 심심한(?) 회사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는 나와라 가제트 팔! 할때 쭉 나오는 긴 팔 같은 집게를 만들며 놀고 있었는데 그 걸 사장에게 걸린다. 요코이는 된통 깨졌을까? 화투의 인기가 떨어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던 사장은 외려 요코이에게 장난감으로 기획해보라고 했고, 그 장난감은 대 히트를 치게 된다.

이후 개발부서로 옮기게 된 요코이는, '화투 회사'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지 하고 싶은대로(?) 아이디어들을 내기 시작한다. 좌회전만 되는 저가형 RC카로 또 한번의 히트를 치지만 닌텐도가 전문 장난감 업체는 아니었기에 반다이 같은 대기업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활로를 찾던 중, 요코이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계산기를 가지고 노는 회사원을 발견한다. 그리고 '회사원이 퇴근길에 계산기로 놀만한 무언가'를 기획하기 시작한다. 이 아이디어를 사장에게 보고했고, 때마침 사장은 전자사전으로 유명한 샤프의 회장과 만날 일이 있었다. '게임보이'는 적절한 LCD와 기술과 결합하며 컬러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뒤집는 게임체인저로 등장한다.

요코이의 핵심 능력은 기술이 아니라 '유추'였다. 기존에 있는 것에서 요소를 덜거나(좌회전만 가능한 저가형 RC카), 더하거나(집게에 길이를 더한 장난감), 합쳐서(계산기(게임) + 전자사전) 혁신을 만들어 갔다. 이 모든 결과물들은 그가 '화투 회사'라는 정체성에 천착했다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한 발 떨어져서, 아이디어를 더하고, 덜어내고, 합치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기획에 참여했기 때문에 신선함이 유효했을 것이다. 품질이나 크게면에서 더 좋게, 낫게 경쟁하는 게 아닌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unsplash.com

Grit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장기적 목표 없어도 괜찮아요.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의 덕목으로 끈기, 좀 더 구체적으로는 목표를 향한 집념, 끝까지 해가는 힘'으로 풀이 가능한 워딩 'Grit'을 강조하곤 한다. 될 때까지 해가는 의지와 힘만 있다면 무엇이든 못할까 싶다만 그런 사람이 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사악한 환경에서 풍파를 맞더라도 근성으로 버티며 나아가는 일이 무조건 통용되는 일일까. 잘못된 가설을 세우고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에 악으로 깡으로 그릿한다고 한다면 외려 낭비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앱스타인은 미군의 장교 훈련을 예시로 들며, '중도 포기자 = 낙오자, 생존자 = 성공'이라는 프레임에 의문을 제시한다. 훈련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군인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성공하지 않으란 법은 없다. 외려 빠르게 노크하고, 자신의 적성을 체크하고 길을 틀어서 맞는 길을 찾아가는 게 방법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적합도지, 적응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저자부터도 천문학을 전공하고, 과학자는 내 길이 아니다 싶어 졸업 후 언론으로 직장을 구해 사회부 기자로 일하다가 스포츠 기자로 정착한 사람이니 말 다했다.

미술상, 교사, 서점 점원, 유망한 목사, 순회 전도사로 이곳 저곳을 떠돌다가 자신의 천직을 찾은 사람도 있다. 바로 '빈센트 반 고흐'다. 그는 무엇 하나 꾸준히 하지 못했고, 그림을 그릴 때도 데셍을 했다가 수채화를 했다가 유화를 했다가 입체주의를 따라했다가 추상화를 그렸다가 정물화를 그렸다가 하며 수시로 자신의 말과 마음을 바꿨다. 하지만 그러한 수도없는 실패와 포기와 전환들이 고흐에게는 자양분이 되었고, 죽기 2년 전 오직 고흐만 그릴 수 있는 자신만의 화법을 만들었다. 요는 '꾸준하지 못해도 괜찮다. 적성에 맞는 것을 찾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이는 잡스의 '커넥팅 닷'과도 이어진다.

장기적 목표가 없어도 괜찮다. 그저 발 닿는대로 해보고, 안 맞으면 포기하고, 다시 다른 걸 해보고 하다보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unsplash.com

기꺼이 동아줄을 붙잡자


책을 다 읽으니 이런 의문이 든다. '이게 한국에서도 가능한 걸까?'
희망가득한 양키식 자기계발서들을 보면 나오는 레파토리들 이를테면 '닉도 해냈고, 엠마도 해냈고, 제퍼슨도 해냈어. 이제 너의 차례야. 두잇 라잇나우!'하는 말들. 읽을 때는 열정이 샘 솟아 나도 해볼래! 하면서 나서지만 막상 하려하면 벽부터 만나게 되는 그런 모먼트들 만나게 된다.

기회는 한정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길을 돌아가려면 그만한 돈과 사회적 안전망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친절한 환경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니 말이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는 무언가를 걸어야 하고, 간신히 쟁취해낸 것도 잃어버릴 수 있다. 매일 매일 생활에 부닥치는 사람에게 이 책의 메시지들은 꿈따먹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잡으려면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다 내려놓아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다만 내가 가고 싶은 곳이 하늘이라면 기꺼이 동아줄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고민하고 남과 비교하고, 안 되는 나의 모습만 상상하며 주저하는 동안 시간은 갔다. 시간을 보낼 수록 6개월 전에, 5년 전에, 15년 전에 내가 꿈꾸던 무언가로부터 나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언제나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뭔가를 잘한다고 본능적으로 느껴! (...)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 (...) 내 안에 뭔가가 있어. 그런데 그게 뭐냐고!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우리 안에 '뭔가 잘하는 것'이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겪을, 그 과정에서 내가 간신히 차지한 지금의 것들을 놓칠까봐 관성대로 살아간다. 장기 플랜을 완벽하게 지킬 수는 없을 테다. 다만, 내가 바라는 상을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간다면, 그 과정에서 도망도 가고, 유추를 통해 경험들을 이어 붙여 놀라운 순간도 만들며 나에게 맞는 것을 스스로 찾아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동아줄을 앞에 두고 시간만 보낼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뭐라도 한다면? 길이 막 열리지는 않을 거다. 그렇지만 눈 앞에 다음 난관으로 가는 문 하나는 열릴 테다. 그 문을 열고 나아가든, 들어갔다가 나와서 다른 문을 들어가든 그저 한탄만 하던 시간보다는 한 발 나아갔을 테다. 그때야 비로소 늦어도 괜찮아! 라고 말할 수 있을 게다.


* 이요마 리뷰 아카이브는 30회를 끝으로 시즌 1을 마감합니다. 그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즌 1 마무리하면서 후기로 만나뵙겠습니다.


후기 링크

https://brunch.co.kr/@hakgome/564



이전 29화 [한국문학] 각자도생 시대, 디스토피아 속 인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