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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Dec 07. 2023

[종합]여덟 살 조카가 내게 준 선물

《갭 모티베이션》, 《태양 왕 수바》

*이요마 리뷰 아카이브는 30회까지만 월-금 연재를 하고, 잠시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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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 방법론은 거기서 거기?


막연한 시간을 보내는 요즘이다. 불안정한 생활 속에서 내가 얼마나 이 생활을 유지할지 가늠이 잘 안 된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러고 있나, 허송세월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부정적인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찾아오기에 밤마다 산책을 나선다.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한시간 조금 넘게 걷는 코스를 그냥 걷기엔 적적해서, 유튜브 강연을 들으면서 걷기 시작했다. 사주에서 점프업(?)해 넘어온 동기부여나 끌어당김 법칙에 관한 영상들도 듣는다. 걷는 순간만은 잠시간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자유롭게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돌아와서 씻고 원고를 마저 쓰다가 잠자리에 들면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을 설치고, 늦잠을 자고, 다시 자괴감의 반복.

자기계발 서사들이 주는 영감 모먼트는 왜 산책의 순간에만 반짝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파사사 식어버리는 것일까. High한 영감의 상태가 하루 종일 유지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녹록지 않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나 동기부여 영상을 수십 개 듣고 나서 알게된 사실이 하나 있다면, 그것들이 말하는 내용은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지금의 당신의 상황이 어떠하든지 상관하지 말고,
되고 싶은 미래의 당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라.
오감을 동원해 최대한 구체적이고 디테일하게, 정확한 날짜까지 간절히 상상하라
이미 그것들을 다 가진 사람처럼 행동하다보면
어느 순간 상상한대로 이루어진 당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상상한대로 다 이루어지면, 지구 상의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하게? 하는 반발감이 먼저 올라왔다. 그런데 하루, 이틀, 한 달이 지나고 어느 덧 100일이 넘게 산책을 하다보니 이젠 인기있는 성공법칙이나 자기계발 영상은 거진 다 듣게 되었고 여느날처럼 걷던 어느 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나도 한 번 상상해볼까? 안 되면 마는 거지 뭐.'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저 '속는 셈치고 상상해볼까?'까지 가는데 100일이 걸렸다는 것을. 다시 말하면 성공의 공식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걸 전파해도 모든 사람이 다 성공하지 못하는 까닭은 그저 상상하는 일조차 우리는 쉽게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부터가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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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볼 콘텐츠, 《갭 모티베이션》, 《태양 왕 수바》


《갭 모티베이션》은 동기부여를 통해 목표를 이루는 법에 대해 다룬 일본의 자기계발서다. 핵심 메시지는 내가 바라는 미래의 나를 설정해두고, 현재와의 갭을 메워가는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 이 책에서는 방법론 뒤에 숨어 있는, 책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전반에 깔려있는 마인드세팅에 영감을 받았다.

《태양 왕 수바》는 그림책 작가 이지은의 신작으로 팥 할머니와 태양 왕 수바가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 떠나는 모험극을 담았다. 자기계발서 옆에 생뚱맞게 어린이 그림책이 있어? 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 글에서 풀어갈 어떤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준 책이기에 골랐다. 수박의 전설을 상상력으로 메워간 재미난 스토리와 귀여운 그림체 그리고 좋다라는 말밖에 안나오는 색감이 어우러진 멋진 책. 이요마피셜 2023 올해의 책.

*책의 전체 내용을 다루지 않습니다. 임팩트를 준 부분만 추려서 쓰고, 제맘대로 내용을 편집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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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 모티베이션》을 도서관에서 빌린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한번 빡세게 동기부여 해서 내가 상상하는 미래로 한 번 나아가보자는 마음.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독서는 의도한대로 원하는 출력값을 내는 과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메시지 이면의 어떤 태도를 발견하면서, 생각하는 게 달라진 와중에 특별한 경험이 더해지며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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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한 미래의 '나'가 되기 위한 선행조건, 메타인지와 자기설정


저자 호시 와타루는 사람이 의욕을 동기로 전환하는 방법은 세 종류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 하이 모티베이션
의욕이 충만한 상태로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의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얼마나 좋겠나 싶지만, '흥분된 상태를 원래로 돌리려는 체내의 과정'에 따라 의욕은 꺾이기 마련이고, 실패감과 좌절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산책을 할 때는 반짝거리던 영감의 순간들이 오래가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꺼지는 케이스가 하이 모티베이션에 속한다.

둘, 액션 모티베이션
의욕이 있어서 행동하는 게 아니라, 행동하다보면 의욕이 생긴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맞는 말이고, 실제로 행동하다보면 무언가 생겨나는 기분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테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발생한다. 초인이 아닌이상 평범한 사람들은 게으름에 젖기 쉽고, 행동하기까지의 의욕이 나지 않을 수 있기 떄문이다. 지속 가능성에 대핸 고민이 필요하다. 내 경우로 치면 산책을 하면 영감이 솟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나가지 않는 것이 이에 속한다.

셋, 갭 모티베이션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나 미래의 나를 상상하고 그와의 갭을 메워가는 방식으로 하는 동기부여다. 과거의 나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실패의 기억을 바탕으로 실수를 보완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미래의 나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바라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 모습과 현재의 갭을 메우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할까 생각하고 실천하다보면 원하는 내가 된다는 방법론이다. 과거 기준으로는 양말을 벗고 있을 때 산책하기가 싫어졌기에, 항시 양말을 신고있는 것으로 산책갈 확률을 높인다거나, 미래 기준으로 누적 5천킬로미터를 걷고 10kg정도 감량한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오늘도 갭을 메우기 위해 빠른 걸음을 한다는 느낌으로 이해하면 된다.

요지는 번쩍하고 찾아오는 순간적인 의욕에 의존하지 말고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든다는 것목표지점을 세워두면 의욕을 쥐어짜지 않더라도 손쉽게 하던 것처럼 매일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지금의 나'를 과거-현재-미래의 일직선 타임라인에 세워두고 내가 어느 지점인지 가늠하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 벌어진 갭을 메우면서 앞으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 아는 '메타인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메타인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내가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저자는 나에게 17가지 질문을 해보라고 한다. 어떤 성격인지,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화가 났을 때는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집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쓰는 일은 무엇인지 등의 자잘한 감정이나 삶을 바라보는 태도까지도 정확히 알고, 자세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는 메타인지라는 단어를 책에 사용하지 않는 대신 '자기 설정'을 파악하라고 한다.

'자기 설정'은 내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설정값이다. 우리가 살던 대로 살면 변화나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수년이 지나도 같은 방식으로 살게 되듯이, 목표를 정하고 상상한 미래의 '나'의 모습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움'의 조건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삶의 기본 설정값을 바꾸고 그걸 자연스럽게 인식할 때까지 반복해 습관을 바꾸면 자연히 미래의 내 모습도 바뀐다. 설정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새로운 습을 들이는 과정은 어렵기에 그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최대한 작은 단위로 쪼개 달성감을 느껴가며 바꿔가라고도 조언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당연히 반발감이 들 수밖에 없다. '이게 뭐야? 그냥 자기계발서 성공법칙 짜깁기 한 거 잖아?' 하고 말이다. 그렇다. 자기계발서는 원래 뻔한 거다. 모든 학생이 국영수 교과서 위주로 예복습 철저히 하면 서울대 갈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걸 몇 년이고 반복하고 자신의 설정값으로 세팅해 미래의 나를 상상하며 나아간 아이들만이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많은 상황들에서 보아오지 않았는가.
 
중요한 건 그저 '상상하기'까지 한 발 뻗어보는 것에 있다. 자기설정이니 메타인지니 갭 모티베이션이니 하는 개념들도 실천이 없으면 말짱 황이기에, 부담없이/속는 셈 치고 '그냥' 해보는데서 모든 일을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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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국 잘 될거야'라는 무조건적인 낙관


https://brunch.co.kr/@hakgome/546

지난 글에서 나는 '성장형 사고방식'과 '고정형 사고방식'에 대해 말했다. 나는 얼마든지 더 성장할 수 있고 지금은 닿을 수 없는 목표라도 성장해서 기꺼이 닿을 수 있다는 열린 마인드가 '성장형 사고방식',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계획하며 살아가는 닫힌 마인드가 '고정형 사고방식'이다. 그 글에서는 고정형에서 벗어나서 성장형으로 바꾸고 기꺼이 상상하겠노라 공언했지만, 사람의 습이라는 게 쉬이 변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상상은 '내가 지금은 아닐지어도 성장해서 미래에 그것을 쟁취할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정으로 한 것은 맞다. 그러나 상상을 선언할 때를 제외하면, 나는 더 많은 시간을 나의 '한계'에 대해 고민했던 것이다. 세팅된 자기설정의 값이 '나를 비난하고 채근하며 살아가기'로 되어있었기에 근본적인 것을 바꾸지 않는 이상 미래의 나는 나에게 더 가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갭 모티베이션》을 다시 읽다보니, 저자의 방법론 이면에 있는 어떤 태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나는 결국 잘 될거야'라는 무조건적인 낙관이었다. 여느 자기계발서들이 그렇듯, 스스로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은 대개 긍정적이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자신이 믿는 것을 이뤄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언제나 그들의 마음에 대해 의심했던 것 같다. 도대체 무얼 믿고 저렇게 낙관적인거야? 하고.

그들은 그저 '그냥' 믿었을 뿐이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내가 나를 믿는데 찾아야할 이유'는 없었다. 내가 나니까 믿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제야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원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고 마치 그것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도 '내가 그렇게 될 거라는 걸 믿으니까.' 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기본 전제부터 잘못되어 있었다. 왜? '나는 나를 믿어본 적이 없으니까.'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나는 내 편이 된 적이 없었다. 그 덕에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시선을 가졌고 배려심과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조심성이 있고 함부로 나서지 않으며 말을 예쁘게 하는 유순한 사람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살면서 적을 한 명도 만들지 않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삶이 내게 긍정적인 영향만을 준 것 같지는 않더라.

적이 없다는 말은 내 편도 없다는 말이다. 과거의 나를 부정하진 않겠지만 요즘은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우울의 나락에 빠졌을 때도 나는 설정값대로 자신을 비난했다. 나만은 이해해주고, 용서해주고, 보듬어주었어야 하는 순간에도 스스로에게 등을 돌려버렸다. 그 점이 나를 아프게했고, 세상에서 분리되어 나 혼자 떨어져나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나를 돌봐주는 그 당연한 것을 못해서 상담과 약물치료에 꽤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상담 선생님이 여러번 물었던 질문 "그래서 요마씨가 듣고 싶은 말은 뭐예요?"에 나는 "그냥 들어주면 좋겠어요. 방법 알려주지 말고, 조언해주지도 말고 그냥 제 얘기를 들어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편이 필요해요.'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조건없이 나를 믿어주는 내 편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이젠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생기더라도 나를 소중히 여기는 내 편을 만들어가고 싶다. 나와 가장 가까운 나부터 내 편이 되어서,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먼저 손을 내밀어줄, 함께 싸워줄 아군이 되고 싶어졌다.

다시, '나는 결국 잘 될거야'라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장착하고 같은 것을 상상해보았다. 바로 달라지는 건 없었지만 전보다 조금은 자연스러워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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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실패 경험도 결국 나를 위한 과정이었다.


얼마 전 누나네 놀러갔다가 여덟 살된 조카와 놀았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말이 통하는 걸 속으로 느끼다가, 우연한 사건 하나가 찾아왔다. 함께 보드게임 루미큐브를 한 판 하고나서 정리를 하다보니 책상에 올려있는 책이 보였다. 이지은 작가의 신작 그림책 《태양 왕 수바》였다.

우울로 퇴사했던 전 회사에서 나는 어린이책과 그림책 담당 홍보마케터였다. 나름대로 노력은 했지만 퍼포먼스는 나오지 않았고, 스스로 평가하기에도 100점 만점에 20점 수준으로 일을 못했던 시절이다. 매일 보고하지 않은채로 한 시간 두 시간 씩 야근을 하면서도 효율이 안 올라와 업무에 빵구가 나고, 자존감은 떨어지고, 괴로워하던 시절이었다.

아마도 선의로, 나를 챙기기 위해 부서장과 팀장은 논의를 했을 것이다. 문제는 회의실 유리벽이 얇아 밖으로 소리가 다 들렸다는 점이었다. 내 자리는 하필이면 회의실 바로 옆이었고 그들이 "요마씨가 요즘 처지는 것 같은데 팀장님이 좀 챙겨줘요. 뭐라 하라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무슨 말인지 알죠?" 하며 대화하는 걸 들었다. 그 다정한 챙김이 외려 마음을 후벼팠다. 아마도 이미 우울로 마음이 무너진 상태여서 부정적으로 들렸을 것이다. '쟤는 미달인 존재니까, 좀 챙겨줘.' 하는 소리로 들렸으니까. 그 말이 마지막 남은 자존심도 짓밟는 기분이었으니까. 그게 그런 의도로, 그런 의미로 한 것이 아니란 걸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그땐 너무 아팠다. 나는 스스로를 낙오자로 정의했다. 이후로도 별것 아닌 평이한 일들에서 나는 나의 쓸모없음을 매순간 발견했다. 그저 살고싶어서 먼저 병가를 그다음엔 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도망이라도 쳐야 그들에게 도움이될 거 같았다.

나는 전 직장의 동료들을 여전히 존경하고 동경한다. 제자리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그런 괜찮은 조직속에서 나는 실패자였다. 부적응자였고, 미달이였다. 그래서 그곳에서의 모든 시간이 지우고 싶은 패배의 시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 악몽에서 벗어나게 해준 건 조카였다.
내가 그 책을 보고 있자 녀석은 《태양 왕 수바》을 가져왔고, 별 생각 없이 삼촌 좀 읽어줄래? 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한 권을 역할놀이를 하듯 목소리를 바꿔가며 책을 읽어줬다. 주인공에 대해 이야 하고, 이거 어떻게 되는거야? 하고 묻기도 하고, 웃음 포인트에선 같이 웃으면서 한 권의 낭독을 함께했다.

'얘가 벌써 이렇게 커서 책을 읽어주는 날이 오네.'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 감동하다가 문득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다.

만약 내가 어린이책과 그림책 담당이 아니었다면 조카와 책을 함께 읽고, 전작인 《친구의 전설》이야기를 하면서 이 시간에 몰입할 수 있었을까. 뜻대로 되진 않았지만 잘하고 싶어서 신간과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사 읽던 시간들 덕에 비슷한 시선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패배의 시간이었던 그때의 시간들이 그저 '나를 위한 과정'의 작은 에피소드로 바뀌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이런 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한 소중한 시간들이었구나. 생각이 일순에 정리가 되었다. 《태양 왕 수바》는 아마도 이변이 없는 한 나의 2023년 올해의 책이 될 것이다.

다만, 생각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아픔마저도 기쁨이 되는 경험을 하고 나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를 만들어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무조건적인 낙관과 함께 괜찮은 나를 만들어가자고. 가장 자연스러운 내가 가장 바라던 내가 될 수 있도록.


*이요마 리뷰 아카이브는 30회까지만 월-금 연재를 하고, 잠시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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