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요마 Oct 27. 2016

주저앉을 때가 아니다

개소리를 머금은 진지 한 마당

무기력 하고 지쳐있고 피곤하고 일어설 수 없다. 왜냐하면 단 한 번이라도 승리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올 초에 내가 나름대로 정의한 '세대'라는 단어다. 나의 몸과 정신의 밑바닥까지 그득하던 극복 불가능한 패배의식은 애석하게도 내가 쓰던 글들에 진하게 묻어났다.


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 되고...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뭘 해도 안 된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는 '생각'만 반복했다. 대안을 찾을 생각도 진실을 알고싶은 호기심도 없었다. 다만 나는 너ㅡ무 힘들고 너ㅡ무 우울하고 너ㅡ무 지쳤어. 그뿐이야. 이런 뉘앙스의 한탄만 했던 것 같다.

구조적인 문제. 분명히 있다. 아니 곳곳에 널려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으니까' 나는 뭘 해도 안 된다고 핑계를 대고 숨어버린게 문제다.


예전엔 믿었다. 주변사람에게도 왕왕 떠들어댔다. 세상탓하지말자. 나부터 바뀌자.


내가 바뀌면 주변이 바뀌고
주변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근데. 불과 몇 년만에 나는

입에 '사람 쉽게 안바뀝디다.'라는 말을 달고 다니는 인간이 되었다.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는 여전히 모자라다. 그리고 비겁하다. 판단도 쉽게 내리지 않고 보류한다. 최인훈의 회색인을 인용하면 회색의 의자에 짱박혀 세상돌아가는 일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부류다. 갈등이 생길 여지가 있으면 회피하면서 갈등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다만 이전의 글 마냥 귀는 열어두었다. 그뿐이었다.


시기 적절하게 할 말을 하는 용기.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살 수 있는 용기.

없다.


다만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내가 '반성'은 잘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는 반성한다. 내가 바뀌면 주변이 바뀌고 주변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을 언젠가부터 천진난만한 생각으로 취급했던 것을 반성한다. 사람도 나라도 세상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것을 반성한다. 그리고 지레짐작으로 모든 것을 미리 포기해버린 것을 반성한다.


어제보다 오늘이 기대된다. 참 오랫만에.

작가의 이전글 3. 봄이 온다(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