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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Dec 25. 2016

디지탈 공책

개소리를 접어두고 진지 한 마당

잠들 수 없는 밤이 찾아왔다.

지금 당장 이름 모를 소행성이 지구로 날아오고 있다해도, 졸리면 자야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던 나였다. 등만 닿으면 땅바닥이든 계단이든 잘 수 있던 내가 이상하게 잠들 수가 없다.


걱정이 있느냐면 그런 것이 아니다. 고민이 있느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잠들 수 없음은 참을 수 없는 더위, 비참하게 뜨거운 몸뚱아리 때문일지어다.


솓구치는 열은 전기장판을 끄지않아서 생기는 게 아니다. 애초에 전기장판은 코드를 빼놓았다. 코드를 빼놓는 것 만으로도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울음도 시간이 지나고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내성이 생기는 모양이다. 눈에서 나와야할 것 같은 것이 전신의 땀구멍, 특히 모가지와 두피에서 뜨겁게 뜨겁게 치솟는다.


나는 무엇이 없어서 글을 쓰지 못하는가. 무엇이 없기에 시작한 것일텐데. 없어서. 없어서. 없어서의 '없'자가 유난히 거슬려 나는 잠들 수가 없다.


지구로 처박히는 불 붙은 소행성마냥 잠들 수 없다.


창문을 열면 추운 겨울이다. 열기라도 식히고 정신차려서 다시 잠들어보자. 그건 실은 얼어죽는 방법이다.


식은땀이라도 줄줄나면 좋겠건만 열만 뻗치는 밤이면, 더럽게도 자주 반복되는 밤이 되면 나는 잠들 수가 없다.


자꾸 잠들 수가 없다.

이를 갈며 눈이라도 감는다.

애석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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